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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일본 박민 통신원] 팀에게 짜릿한 역전승을 선사하는 끝내기 안타. 하지만 이치로는 이에 대해 다른 생각이었다.
일본 스포츠전문지 스포츠닛폰은 21일 오전, 전날 열린 시애틀 마리너스와 LA에인절스와의 경기를 보도했다. 이 경기는 팽팽한 투수전이었다. 댄 하렌과 덕 피스터를 선발로 내세운 양팀은 단 한 차례 1점씩만을 기록한 가운데 0의 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시애틀은 마지막 공격인 9회 말, 구원투수 스캇 다운스를 상대로 기회를 잡았다. 2사 3루의 상황에 타석에 선 것은 7번 타자 카를로스 페구에로. 시즌 타율이 0.156에 불과한 카를로스였기에 큰 기대는 따르지 않았다. 그가 받아 친 공 역시 평범한 궤적을 그리며 중견수 쪽으로 날아갔다. 하지만 모두의 긴장이 한숨으로 바뀌려던 찰나, 상황은 역전됐다. 태양빛에 가려 중견수 토리 헌터가 낙구 지점을 찾지 못한 것이다. 이는 결국 안타로 이어졌고 시애틀은 9회말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시애틀 선수들은 모두 그라운드에 뛰쳐나와 끝내기 안타를 기록한 카를로스에 환호를 보냈다.
하지만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치로는 결코 기뻐할 수만은 없는 자신의 심경을 고백했다. “결과적으로 이겨 기쁘지만 그렇지 않은 기분도 있다”고 밝힌 그는 “사실 저것(태양에 가린 공)은 공포스럽다. 오늘도 태양빛이 유달리 강해 충분히 실수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담담히 말했다. 공교롭게도 지난 5월 1일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경기에서 이치로는 9회 낙구지점을 찾지 못해 끝내기 안타를 허용해 팀의 패배에 직접적 영향을 끼친바 있다. 보스턴 언론 조차 ‘악마가 고개를 들이민다’고 표현하는 오후 4시경의 태양빛에 희생자가 된 것이다.
이번 경기에서 9회말 실수를 범한 토리 헌터는 2009년까지 9년 연속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그만큼 뛰어난 수비수였지만 한 번의 실수로 역적의 위기에 몰렸다. 이에 대해 이치로는 “토리는 몇 번 자리를 함께한 적이 있는 가까운 사이다. 적이지만 동료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마지막 실수에 대해 여러 가지 심경을 느낀다”며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한편 이 경기에서 3타수 무안타를 기록한 이치로는 4월 22일 이후 처음으로 2할대 타율로 떨어졌다. 0.298를 기록한 이치로는 볼 넷 하나에 만족해야 했다.
[이치로. 사진 = gettyimageskorea/멀티비츠]
김하진 기자 hajin0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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