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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하의 일본엿보기] AKB48의 골든 타임 진출 실패로 끝날 것인가?
인기 절정의 아이돌 그룹 AKB48.
음반 불황시대에도 싱글 100만장을 판매하는 유일한 여성그룹이다. AKB48은 2005년에 결성된 뒤 매일 극장에서 라이브 공연을 해왔고, 2008년부터는 니혼TV에서 심야 시간대에 ‘AKB 1시59분’이라는 레귤러 방송을 시작했다.
‘AKB 1시59분’은 이후 ‘AKB 0시59분’, ‘AKBINGO!’ 등으로 타이틀을 바꿔가며 조금씩 시간대를 앞당겨 현재는 매주 수요일 밤 12시30분에 방영하고 있으며, 심야 방송으로서는 매우 높은 3%대의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AKB48는 2009년, 2010년에 치루어진 총선거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어 작년에 발매한 싱글 ‘헤비로테이션’의 대히트로 대중적인 인지도가 급상승해 현재는 일본 아이돌 업계의 톱에 올라서 있다.
이런 인기를 바탕으로 올해 들어 AKB48은 방송을 중심으로 활동 영역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4월 21일부터 AKB48 최초의 골든 타임 레귤러 방송인 ‘나루호도! 하이스쿨’이 전파를 타게 되었다. 그러나 이 AKB48 첫 골든 타임 레귤러 방송이 AKB48에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다.
‘나루호도!하이스쿨’은 매주 목요일 저녁 7시부터 8시까지 방송되는데, 학교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 사회의 여러 분야를 고등학교의 수업처럼 구성해 과목별로 자세히 알려주는 정보성 프로그램이다.
인기 개그 콤비인 ‘런던부츠 1호 2호’의 타무라 아츠시가 사회를 맡고, AKB48 멤버들이 학생이 되어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부터 수업을 듣고 실험에 참여한다. 이 방송에는 AKB48 내에서도 가장 인기있는 멤버들이 총출동하고 있다.
그런데, ‘나루호도!하이스쿨’은 첫회 방영에서 시청률이 고작 8.1%에 그치며 불안을 암시했다. 4월 28일에 방영된 2회의 시청률은 6.3%로 골든 타임 프로그램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낮은 시청률이었다. 게다가 1, 2회에는 마에다 아츠코, 타카하시 미나미, 시노다 마리코, 코지마 하루나 등 인기 멤버가 총출동했는데도 이 정도였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방송 스탭들은 3회와 4회에 현재 일본에서 인기절정인 이탈리아 요리 미남 셰프 ‘카와고에 타츠야’를 긴급 투입했다. 냉장고에 남아 있는 식재료를 이용해 맛있는 요리를 만들자는 기획으로 2회에 걸쳐서 그의 화려한 요리 테크닉이 시연되었다.
카와고에가 출연하자 시청률은 크게 올라가 3회에 10.8%, 4회에는 9.0%의 시청률이 나왔다. 하지만 카와고에 타츠야가 출연하지 않은 5월19일 방영된 5회에서 시청률은 다시 7.7%로 곤두박질 쳤다.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 프로그램이 1쿨(3개월)로 방송이 조기 종영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이 방송이 정말 1쿨만에 끝나버린다면 AKB48으로서는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아마도 이후 그룹 운영에도 적지 않은 여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고 인기 개그맨이자 사회자인 런던부츠 아츠시를 붙여줬는데도 시청률이 10%도 안 나온다면 당연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AKB48은 CD도 많이 팔리고 방송에서도 굉장히 많은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조금 다르다.
AKB48이 활동의 거점으로 삼고 있는 방송국은 민영방송인 니혼테레비다. 이곳에서 지상파 첫 레귤러 방송인 ‘AKB1시59’분이 방영되었고, ‘나루호도!하이스쿨’도 니혼테레비에서 방영되고 있다.
TBS에서 개그맨 아리요시 히로이키와 AKB48 멤버인 코지마 하루나가 진행하는 ‘AKB아리요시공화국’이 방영되고 테레비도쿄에서는 ‘주간AKB’가 매주 방영된다. 또 같은 테레비도쿄에서 심야 드라마로 ‘마지스카학원2’가 방영중이다.
하지만 AKB48은 테레비아사히와 후지TV에서는 거의 활동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후지TV는 자체적으로 프로듀스하는 아이돌그룹 ‘아이돌링!!!’이 있고, AKB48의 프로듀서인 아키모토 야스시와는 과거 ‘체킷코’라는 아이돌 그룹의 프로모션 실패를 계기로 사이가 멀어져서 AKB48의 후지TV 출연은 쉽지 않다.
테레비아사히도 과거 AKB48이 레귤러로 출연하는 방송이 있었으나 그다지 반응이 좋지 않았고, 테레비아사히 쪽의 레귤러 방송이 모두 종료된 뒤 아키모토 야스시가 니혼테레비 쪽과 손을 잡았기 때문에 그다지 좋은 관계는 아닌 듯 보인다.
AKB48이 여기서 더 인기를 높이려면 심야 방송이나 음악 방송이 아닌 골든 타임의 버라이어티나 드라마에 출연해서 납득할만한 결과를 내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아직 레귤러를 잡지 못한 테레비아사히나 후지TV에도 충분한 출연 기회를 만들어야만 한다.
하지만 골든타임 진출의 첫단추가 좋지 못한 결과를 내고 있다는 것은 AKB48으로서는 크나큰 위기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AKB48의 인지도는 이미 더 이상 무엇을 필요로 하지 않을만큼 높다. 일본 열도의 대부분 사람들이 AKB48의 존재를 알고 있고, 멤버 2~3명 정도는 이름도 얼굴도 알고 있을 정도다.
현재로서는 최고의 인지도를 지닌 아이돌그룹인데도 불구하고 이들이 출연한 골든 타임방송의 시청률이 10%도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여러모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여기까지가 소수의 팬에게 대량으로 상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AKB48의 방식의 한계가 아닌가 하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물론 ‘나루호도!하이스쿨’은 아라시가 출연하는 ‘VS아라시’와 같은 시간에 방영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지적도 있다. 또 AKB48 멤버들의 문제 이전에 ‘나루호도!하이스쿨’이 이미 나올만큼 나온 소재로 구태의연한 시나리오대로 진행하기 때문에 방송 내용이 지나치게 식상하고 재미없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작년 오리콘 연간 챠트에서 아라시와 함께 1~10위까지를 반토막으로 나눠먹기한 AKB48이라면 최소한 두자릿수 시청률은 나와주어야 하는게 아니냐는게 방송계의 목소리다. 그게 안 된다면 AKB48은 여전히 마니아들만의 스타라는 이야기밖에 안 되는 셈이다.
과연 AKB48은 이 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까? ‘나루호도!하이스쿨’은 AKB48의 대중성을 평가받는 가장 큰 고비가 될 것이다.
글 | 김상하(프리 라이터)
(김상하 씨는 현재 일본 도쿄에 거주중으로, 만화, 애니메이션, 일본서브컬쳐 정보를 발신하는 파워블로거입니다)
김상하 씨 블로그: http://blog.daum.net/kori2sal/6235775
김상하(프리라이터)
문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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