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프로야구 SK 와이번스는 23일 현재 25승 12패를 기록하며 선두를 달리고 있다. 'SK 전력의 절반'이라는 박경완이 대부분 빠진 상황에서 거둔 성과다. 박경완의 공백은 정상호가 훌륭히 메웠다. 그렇지만 김성근 감독의 눈에는 정상호의 경기 운영이 여전히 아쉽기만 하다.
김 감독은 연일 정상호에 대한 현재 상황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분발을 촉구하는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무엇이' 김 감독을 못마땅하게 했으며 '왜' 김 감독의 정상호에 대한 쓴소리 강도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센 것일까.
[22일 넥센과의 경기 전] 22일 경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김 감독은 정상호에 대해 언급했다. "정상호가 타자들과 많이 상대하다보니 슬슬 겁을 먹는 것 같다. 어떤 코스로 8개 중 4개를 안타 맞았으면 4개는 안맞는 것인데 허용한 4개만 생각하고 다른 곳으로만 던지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상대가 어디서 어떻게 나올지 알게 된다"고 말했다.
[22일 넥센전 경기 후] 이날 4-2로 승리한 김 감독은 경기 후 "박경완의 투수리드가 좋아서 최소실점으로 막았다"며 "최근에 볼넷이 많았는데 오늘은 적었다. 최근 경기 중에 가장 긍정적인 대목이다"라고 말했다.
[의미는?] "박경완의 투수리드가 좋았다"는 말은 곧 그동안 정상호의 투수리드가 탐탁치 않았다는 뜻이다. 이날 경기는 박경완이 4월 16일 목동 넥센전 이후 처음 선발 출장한 경기였다. "최근 볼넷이 많았는데 적었다"는 부분도 투수를 향한 말이 아닌 포수 정상호를 향한 말이었다. 이유는 김 감독의 지난 발언을 통해 알 수 있다.
[19일 롯데전] 이날 SK는 7회초 1아웃까지 3-0으로 여유있게 앞서고 있었다. 마운드에는 6⅓이닝동안 9개 삼진을 솎아내며 무실점으로 호투 중인 게리 글로버가, 타석에는 황재균이 있었다.
볼카운트는 2-1으로 투수에게 유리한 상황. 포수 정상호는 4구째를 높은쪽 직구로 요구했다.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하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공은 볼이 됐고 결국 글로버는 볼넷을 내준 뒤 마운드에서 물러났다. 이후 등판한 전병두가 제구력 난조를 보이며 첫 타자에게 볼넷을 내줬다. 이어 다음타자에게 볼 1개를 더 던지자 김 감독은 황성용과의 승부 도중 포수를 박경완으로 교체했다. 결국 4-2로 승리하기는 했지만 7회 수비에서 SK는 2점을 내주며 역전패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김 감독의 눈] 다음날 김 감독은 19일 승리를 두고 "쉽게 갈 경기를 어렵게 갔다"고 말했다. 김 감독이 판단한 전환점은 글로버가 황재균에게 던진 높은 공 1개였다. 글로버는 황재균과의 승부 당시 이미 투구수 100개를 훌쩍 넘긴 상황이었다. 정상호의 헛스윙 유도로 인해 공 1개를 버리다시피 했고 결국 볼넷을 허용했다는 것이다.
투수가 힘이 있는 경기 초반이라면 상관이 없지만 체력을 소진한 상황에서는 빠른 승부를 펼쳤어야 한다는 것이 요점이다. 만약 주자가 없었다면 전병두도 제구력 난조에 시달리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김 감독의 판단이다.
박경완을 투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초 김 감독은 정대현 투입과 동시에 박경완으로 교체하려고 했다. 정대현은 4번 이대호 타석 때 나섰다. 박경완은 이보다 훨씬 이른 9번 타자 황성용 타석 도중 투입됐다. 교체 이유는 "정상호가 그날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전병두와 정우람과 호흡을 맞추며 승부를 복잡하게 가져갈 것 같았다"는 것이 김 감독의 말이다. 이어 김 감독은 "정대현이 경기를 끝낼 때 직구로 삼진을 잡았다. 정상호였다면 그랬을까 싶다"라고 덧붙였다.
[김 감독, 정상호 직격탄 이유는?] 어쨌든 정상호는 박경완에 이어 미래 SK를 이끌어가야 할 선수다. 박경완 역시 "내가 은퇴하고 나면 앞으로 (정)상호가 SK를 이끌어야 할 시간이 길다. 잘 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주고 싶다"고 말한다.
김 감독은 시즌 전 '생각하는 야구'를 강조했다. 김 감독은 정상호에게 필요 이상으로 승부를 복잡하게 가져가는 부분을 꼬집은 것이다. 박경완은 상대타자와 수싸움의 달인이다. 하지만 그것이 언제나 복잡하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허를 찌르는, 상황에 따라서는 단순한 것이 뛰어난 수싸움이 될 수 있다. 22일 경기 후 김 감독이 말한 "볼넷이 적었다"는 것도 이러한 부분에서 비롯됐다.
22일 경기 후 박경완은 "감독님께서 투수교체 타이밍을 빨리 가져 가시더라. 나 역시 빨리 투수들의 승부구를 던져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20, 21일 경기를 쉬었기 때문에 상대 타자들의 게임 감각이 떨어져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름대로 승부를 빨리 가져갔다"고 밝혔다. 정상호가 박경완처럼 김 감독과 '이심전심'이 되는 날은 언제쯤 올까.
그가 '평범한' 야수, 타자가 아니기에 김 감독이 자신의 마음을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 더욱 간절한 것이다. 그를 향한 쓴소리 강도가 다른 선수들에 비해 더욱 센 이유이기도 하다.
[사진=SK 정상호(첫 번째 사진), 김성근 감독(두 번째 사진)]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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