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선두타자의 미덕은 출루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상대 투수의 공을 많이 던지게 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으로 평가 받는다. 특히 경기 초반 그렇다.
1회 선두타자로 나선 선수가 9개의 공을 던지게 하고 범타로 물러났다면 해설자들은 그에게 제 역할을 다했다고 말한다. 비록 자신은 아웃됐지만 상대투수의 투구수를 늘리고 다음 타자들에게 상대 투수의 공을 분석할 기회를 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나온다. 공을 많이 던지게 하고 안타 혹은 볼넷으로 출루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일이 말처럼 쉬운 일은 결코 아니다. 그렇기에 타자들은 '초구의 유혹'에 빠진다. 초구 타격은 자신의 타율을 올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는 선두타자들도 다르지 않다. 다음은 지난 5시즌간 8개 구단 타자들의 타율과 초구 타율간 비교다.
[평균 타율 & 초구 공략시 타율]
2007- .263 & .340
2008- .267 & .328
2009- .275 & .352
2010- .270 & .337
2011- .258 & .333 (30일 현재)
기록에서 볼 수 있듯 시즌 평균 타율과 초구 공략시 타율은 큰 차이를 보인다. 2007년 8개 구단 평균타율은 .263에 불과했지만 초구 타격시 타율은 .340에 이르렀다. 야구에서 3할만 쳐도 뛰어난 타자라고 평가하지만 초구를 쳤을 때는 대부분의 타자들이 '3할 타자'가 됐다. 리그 평균 타율이 .275에 이르렀던 2009시즌에는 초구 타격시 타율이 .352까지 높아졌다. 올시즌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한 부분이 있다. 출루율이 빠져 있다는 사실이다. 득점은 주자가 나가야 가능하다. 물론 2루타 이상의 장타만큼 좋은 것은 없지만 볼넷은 상대 투수의 공을 최소한 4개 이상 던지게 했다는 또 하나의 훈장이 있다. 반면 초구 타격시 타율의 경우 사실상 '타율=출루율'이라는 공식이 성립한다. 의도치 않은 초구 몸에 맞는 볼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지난 5시즌간 리그 평균 출루율과 초구 타격시 타율 비교다.
[평균 출루율 & 초구 공략시 타율]
2007- .323 & .340
2008- .342 & .328
2009- .358 & .352
2010- .351 & .337
2011- .342 & .333
일방적이었던 '타율-초구 타격 타율' 비교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투고타저 성향이 강했던 2007년에는 출루율보다 초구 타격시 타율이 높았지만 2008년 이후에는 출루율이 초구 공략시 타율을 앞서고 있다. 최종 타격 결과까지 가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국 초구를 쳐서 나가는 것과 비슷한 확률로 누상에 나갔다는 이야기다.
이제부터의 논의는 1번 타자로 한정하고자 한다. 4번 타자가 선두타자로 나올 경우 '공을 많이 던지게 해야하는 선두타자'로서의 역할도 있지만 상대 투수에게 압박감을 주는 역할도 해야하기 때문이다. 중심타선에 포진한 거포가 초구부터 강력한 스윙을 하는 것은 공을 많이 던지게 하는 것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문제는 1번 타자다. 출루가 주 목적인 1번 타자가 선두타자로 나갔다면 결론은 나온 듯 하다. 실제로 각 팀 주요 1번 타자들은 초구에 배트가 쉽사리 나가지 않는 모습이었다. 리그 평균 초구 타격시도 비율이 28.2%인데 비해 김원섭(KIA) 12.3%, 이용규(KIA) 20.6%, 김민우(넥센) 16.2%, 강동우(한화) 21.8%, 배영섭(삼성) 26.3%, 전준우(롯데) 26.8%는 리그 평균보다 낮은 초구 타격 비율을 보였다. 적극적인 타격으로 유명한 김주찬(롯데)의 경우에도 29%로 리그 평균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LG에서 오랜 기간 1번 타자로 활약했던 유지현의 경우 초구를 안치기로 유명하기도 했다.
그렇지 않은 선수도 있다. 이대형(LG), 이종욱(두산), 정근우(SK)가 그들이다. 이대형은 초구 타격 비율이 33.8%로 규정 타석을 채운 선수 중 전체 9위에, 이종욱은 32%로 12위, 정근우는 30.6%로 16위에 올라 있다. 정근우의 경우에는 볼카운트별 타격 횟수에서 초구가 가장 많기도 하다. 정근우는 초구 타격과 관련해 "1회를 제외하고는 선두타자가 아닌 경우도 많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타격하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이 초구 타격 비율이 높다고 비판만 할 수도 없다. 이대형, 이종욱, 정근우는 국내를 대표하는 1번 타자들이다. 만약 그들에게 강제적으로 초구 타격 비율을 줄이라고 한다면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초구 타격을 해서 아웃되는 것보다 더욱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정근우의 경우만 보더라도 올시즌 초구 타율은 .417로 시즌 출루율 .370보다 높다.
어쨌든 1번타자인 선수가 선두타자로 나서 초구를 치는 것은 도박이나 다름없다. 초구를 쳐서 안타가 된다면 상대투수를 누상에서 압박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출루 실패와 동시에 상대 투수의 투구수까지 줄여드는 최악의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결국 선수의 개성을 존중하되 선수 역시 자신의 실력이 줄어들지 않는 한도내에서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는 타격을 해야할 것이다.
자료출처-스탯티즈(Statiz.co.kr)
[사진=적극적인 타격을 선보이는 1번 타자 LG 이대형(첫 번째 사진)과 초구 타격 비율이 낮은 KIA 이용규(두 번째 사진)]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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