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송신영,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선수]
안녕하세요. 넥센 히어로즈 투수 송신영입니다.
날씨가 더워지고 있지만 다행히 컨디션은 괜찮은 편입니다.
얼마 전 저는 마무리투수에서 중간계투로 돌아왔습니다. 마무리로 뛰면서 '역시 투수는 불펜투수가 제일 힘들구나'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역시 투수들이 원하는 보직은 선발, 그 다음이 마무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마 중간계투를 하고 싶은 선수는 없을 거에요. 제가 선발, 중간, 마무리 다 해봤지만 역시 중간이 제일 힘들더군요.
중간계투로 뛸 때는 이런 스포트라이트를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작년 시즌 초반에도 홀드를 많이 올렸었는데 그땐 이렇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마무리로 활약하면서 많은 언론 매체와 인터뷰도 하고 주목도 많이 받았습니다.
사실 (손)승락이가 다쳐서 누가 마무리를 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었고 저도 마무리로 나설지 몰랐습니다. 4월 5일 두산전이었는데 1점차였고 제가 9회에 올라가서 첫 세이브를 거뒀는데요. 그때 잘 던지는 바람에 김시진 감독님이 계속 쓰신 것 같습니다.
벌써 우리 팀에서만 뛴 게 13년째네요. 지난 시즌 끝나고 FA 권리를 포기하고 이 팀에 남게 됐습니다. 이 팀에서 오래 뛰어서 그런지 정도 많이 들었고 프런트에서도 많이 예뻐해주시니까 후회는 없습니다. 사실 FA 제도에 한계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35살 먹은 선수를 데려가면서 보상금에 유망주 1명도 내줘야 하잖아요. 잘못된 부분은 고쳐졌으면 합니다.
아직 팀 성적이 좋지 않아 팬 여러분께 죄송스런 마음입니다. KIA와의 경기(5월 26일)에서 지고 나서 8연패에 빠졌습니다. 울화가 치밀었습니다. 경기 끝나고 제 밑에 선수들 모아놓고 싫은 소리를 조금 했습니다. 팀 사정이 좋든 나쁘든, 선수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다른 팀 선수들은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에서 뛰는데 열 받지 않느냐고요. 그래서 그 다음날(5월 27일 LG전) 연패를 끊었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래도 그날 이겨서 다행입니다.
그동안 선수 생활의 버팀목이 되었던 건 역시 정신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처음 1군에 올라왔을 때는 야구 인생의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오늘 못 던지면 끝이다'라는 생각으로 던졌습니다. 지금은 많이 퇴색됐지만 그때 초심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어린 선수들이 2군 구장이 강진에 있어서 그런지 '강진만 안 가면 된다', '2군 가기 싫어서 1군에 있어야 한다' 그런 말들을 많이 하니까 마음이 아픕니다. 야구에 대한 욕심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도 듭니다.
제구 때문에 고생하는 후배들에게도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볼 스피드는 몸이 타고나야 하지만 제구는 반복된 연습으로 키울 수 있습니다. 반복된 연습은 뇌도 기억하게 만든다는 말이 있죠. 예를 들어 타자가 1,2루 사이로 치면 투수는 자연스럽게 1루쪽으로 달려가게 됩니다. 초,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반복된 연습에 의해서 자기도 모르게 그쪽으로 땅볼이 나오면 본능적으로 달려가게 돼있죠.
제구력도 마찬가지입니다. 목표 지점에 살살 던지는 연습만 해도 손가락에 감각이 생깁니다. 거리를 5m 줄여서라도 목표 지점을 정해두고 거기에 던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아직 투수코치가 아니라서 이런 말을 하면 김시진 감독님, 정민태 투수코치님 모두 명투수 출신이신데 기분이 좋지 않으실지도 모릅니다. 그 분들보다 제가 야구를 못 하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게 사실입니다. 제가 꼭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생각보다는 젊고 가능성 있는 친구들이라 더 관심이 가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린 선수들이 마운드에 올라가서 씩씩하게 던졌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야구 인기가 한층 높아지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팬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팀이 아직 최하위고 구단 사정도 좋지 않은데 넥센을 응원해주시는 팬 여러분께 고맙다는 말 밖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감독님께서 평소 의리를 중시하시는데 우리 팬들도 의리가 남다르다는 생각입니다. 항상 응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넥센 송신영. 사진 = 마이데일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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