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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도쿄 박민 통신원] 5월의 이치로가 심상치 않다. 4월의 화려했던 모습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일본 스포츠전문지 스포츠닛폰은 30일 전날 열린 시애틀 매리너스와 뉴욕 양키스의 경기 소식을 전했다. 시합은 말 그대로 손에 땀을 쥐는 승부였다. 역전과 동점을 이어가던 두 팀은 9회까지 4-4로 팽팽히 맞섰다. 결국 경기는 연장에 돌입했고 연장 12회 말 시애틀의 아담 케네디가 뉴욕의 수호신 리베라에게 끝내기 중전안타를 날리며 5-4로 승리했다. 끝내기 안타가 터진 순간 시애틀의 모든 선수들은 그라운드로 박차고 나와 승리를 만끽했다. 시애틀에겐 3연승과 동시에 최근 10경기 9승 1패를 기록하는 기분 좋은 승리였다.
하지만 팀의 기분 좋은 승리에도 이치로는 마냥 웃을 수 만은 없었다. 이 경기에서 이치로는 6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안타제조기인 그에겐 지난 2008년 8월 13일 이래 3년 만에 겪은 초라한 기록이었다. 지금껏 이치로가 메이저리그 데뷔 후 6타수 무안타를 기록한 것은 8번 밖에 없었다. 이번 경기의 무안타로 인해 5월 월간 타율은 0.213까지 떨어졌다. 팀의 상승무드와 정반대의 결과인 것이다.
하지만 이치로는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솔직히 경기 기록을 뜻하는 숫자는 머리 속에 없다. 이 점은 분명히 예년과 다르다. 지난 10년간 연속해 200안타를 기록하며 이젠 기록에 연연하지 않아도 된다는, 그런 새로운 가치관을 가지게 됐다”라며 일희일비하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
원래 이치로는 4월 타율이 좋은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올 시즌 이치로는 4월을 끝마치며 0.328의 고타율을 기록했다. 예년보다 훨씬 빠른 페이스에 올 시즌 역시 200안타는 무난할 것이란 예측이었다. 하지만 지금껏 0.363의 믿기 힘든 평균 타율을 기록했던 5월에 올해는 유달리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금껏 이치로가 기록한 최하의 월간 타율은 2006년 8월에 기록한 0.233이지만 올해 5월에 이보다 낮은 최하 타율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어찌 보면 언제나 한 번쯤은 겪었던 슬럼프가 올 시즌 조금 일찍 찾아온 것이라 볼 수 도 있다. 그러나 전성기를 지난 나이라는 점을 볼 때 이치로의 이번 슬럼프가 의외로 장기화 될지도 모른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물론 이치로는 여전히 리그 최고의 수비력을 보여주며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긴 하다. 얼마 전 경기에서도 상대팀의 득점을 막는 영리한 수비로 극찬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타율 하락이 이어진다면 수비력도 함께 떨어질 위험이 있다. 이치로가 하루 빨리 슬럼프를 극복해야 할 이유 중 하나다.
이치로의 갑작스런 슬럼프에 일본 언론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치로에 대한 믿음만큼은 확실하다. 이 매체는 “이치로의 타격 부활 없이 시애틀의 고공행진이 계속해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라 말해 그의 빠른 부활이 팀을 위해서도 필요함을 지적했다.
지금까지와는 분명히 다른 시즌을 치르고 있는 이치로지만 이미 그는 언론과 팬의 기대감을 극복한지 오래다. 때문에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다시금 냉철했던 원래 모습으로 돌아와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바로 그것이다.
[이치로. 사진 = gettyimageskorea/멀티비츠]
김하진 기자 hajin0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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