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대성의 한일이야기] 한국가요 가사의 빈약함을 우려하다(2)
더운 여름이 여기까지 왔어/ 모두가 바다에 달려나가/ 인기가 없는 곳에서 헤엄치고 있었더니/ 원자력발전소가 세워져있어/ 잘 모르겠어 무엇을 위해?/ 좁은 일본의 섬머타임 블루스// 더운 열기가 코 앞까지 나오고 있어/ 도카이 지진도 코 앞까지 와 있어/ 그래도 아직도 늘어가고 있어/ 원자력발전소가 세워지고 있어/ 잘 모르겠어 누구를 위해?/ 좁은 일본의 섬머타임 블루스//
추운 겨울이 여기까지 왔어/ 너도 이쯤이면 털이 많이 빠질거야/ 그래도 TV는 말하고 있어/ '일본의 원전은 안전합니다'/ 잘 모르겠어 근거가 없어/ 이것이 최후의 섬머타임 블루스//
억척스럽게 벌어서 세금으로 뜯기고/ 타마강의 바캉스 시골에 가면/ 37개의 (원전이) 서 있어/ 원자력발전소가 아기도 늘어나/ 모르는 사이에 흘러나와/ 질려버렸어 섬머타임블루스//
전력은 남아돌아 필요없어 더 이상 필요없어/ 전력은 남아돌아 필요없어 바라지도 않아/ 원자력은 필요없어 위험해 가지고 싶지 않아/ 필요없어 필요없어/ 전력은 남아돌아 필요없어 위험해
이것은 이마와노 키요시로 '섬머타임 블루스' 전체가사다.
펑크한 외국곡(E. Cochran & J. Capehart)에 키요시로가 직접 가사를 붙인 이 곡은, RC섹션이 외국곡을 리메이크한 'COVERS'라는 앨범에 수록되어 1988년 발매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앨범 중 이 곡과 엘비스 프레슬리의 '러브 미 텐더' 번안곡이 반핵, 반원전 노래라는 이유로 발매중지되었다. 이런 사연이 있는 노래다.
이 곡이 지금 일본에서 인기다.
유튜브에서는 '20년 전에 동일본 대지진 원전사태를 예언한 곡'으로 수백만번 재생이 되고, 이 곡이 수록된 'COVERS' 앨범은 현재 아마존 제이팝 포크뮤직 부문에서 8위를 기록하고 있다.
"더운 열기가 코 앞까지 나오고 있어. 도카이 지진도 코 앞까지 와 있어" "모르는 사이에 흘러나와" 등의 가사는 마치 과거에 현재 후쿠시마의 모습을 예측한 것 같은 천리안적 가사로 '역시 그는 천재였어'라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한편, 어떤 사람은 "(전력문제를 비판하려면 너는) 일렉기타를 사용하지마"라며 악플을 달기도 했지만, 이 곡에서 일렉트로닉 기타는 특유의 기괴한 소리로 곡에 정교한 효과음으로 사용되고 있다. 또한, 일본어의 평면적인 발음부분을 강조하는 가창법은 가사에 담긴 비판정신에 커다란 효과를 더하고 있다.
가사에서는 '나오고 있어', '오고 있어', ,'~해 가', '질려버렸어', '필요없어' 등의 압운적인 효과, '더워', '뜨거워', '전력', '원자력' 등의 두운적인 효과를 각각 내고 있다.
"그래도 TV는 말하고 있어. 일본의 원전은 안전합니다" 이 부분은 다른 사람의 말을 인용했다. 이런 표현은 비판의 의미가 포함되면서도 현실을 비꼬는 해학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압운과 두운 등은 한국가요에 비해 많이 사용되고 있으나, 다른 사람의 말을 인용하는 방법은 왜 그런지 한국가요에서는 별로 볼 수 없다.(후에 기술한다)
이 곡에 대한 일본 반응은 대부분 호의적이지만 예외도 있다.
어떤 네티즌은 "원전에 반대하는 논리는 있나"라고 따지지만 가사에서 나오는 "(원전이) 37개나 세워져있다"라는 부분을 보면 어느 정도 공부를 통해 리얼리즘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88년에 만든 노래이니, 전력이 남아돈다는 표현을 하지만 지금이라면 그대로 노래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을 하는 네티즌도 있다. 그러나 발전기술이나 전력소비를 공부한다면 이 지적은 잘못된 것임을 금세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마와노는 콘서트에서 "너의 아이를 낳고 싶어. (고엽제 희생자) 베토와 드크(샴쌍둥이) 같은 아이가 아니라면 좋을텐데" "전력회사만 돈 벌고있어" 등 애드립 가사를 더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자작곡인 '멜트다운'이라는 반원전 노래를 만들기도 했다.
후쿠시마 사태 후 일반인들도 자주 입에 담는 이 말, 이 곡의 가사에는 현대사회의 모순을 뿌리째 흔들어대는 대목이 있다.
"과학의 힘을 믿고 있었는데..." (jds)
정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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