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하진 기자] '구도(球都)'로 불릴 만큼 부산은 야구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 차있는 곳이다. 야구 경기 결과에 삶의 기쁨과 절망이 왔다갔다한다. 이런 부산 사람들의 애정 덕분에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선수들도 연예인급의 인기를 누린다. 한 음식점에서 홍성흔이 유명 연예인과 함께 음식을 먹고 있었는데 팬들이 홍성흔에게만 사인을 요청하러 몰려들었다는 것은 부산의 야구 열기를 아는 사람만 이해할 수 있는 일화 중 하나다.
이런 부산에서 롯데 자이언츠의 감독을 맡게 된 사람의 삶은 조금, 혹은 아주 많이 바뀔 수 있다. 올시즌 새로 부임한 양승호 감독도 그렇다.
양 감독은 경기가 없는 날은 부산 길거리를 다니질 못한다. 혹여나 밖을 나갈 일이 있어 길을 걸어가다 보면 누군가가 자신의 소매를 잡는다. 누군가 해서 쳐다보면 야구팬이다. '사인을 해 달라'고 요청한다. 정작 사인을 해 달라는 사람의 손에는 종이도, 펜도 아무것도 없다. 대신 함께 걸어가든 일행에게 'A4용지 사와'를 외친다. 그러다보면 길에는 양 감독의 사인을 받기 위한 사람들이 줄을 서게 된다.
사실 지난 4월만해도 양승호 감독을 바라보는 롯데 팬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팀이 하위권으로 추락하자 이에 분개한 롯데 팬들은 양승호 감독의 핸드폰으로 문자로 욕을 보내는 등의 행동을 해 양 감독은 심적으로 많은 충격을 받았다.
하루는 택시 기사에게 '죄송하다'라고 사죄를 한 날도 있었다. 4월 13일 두산전서 팀이 대패를 한 뒤 코칭 스텝들과 간단히 맥주로 패배의 아픔을 달랜 양 감독은 숙소로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혹시나 얼굴을 알아볼까 고개를 푹 숙였지만 택시 기사는 이내 양 감독을 알아보고는 '술이 넘어가냐, 타자들 단디하라(제대로 해라)고 좀 해라'고 말했고 양 감독은 사과를 한 뒤 급하게 택시를 내려야했다.
하지만 팀이 5월 들어서 성적을 내면서 상승하기 시작하자 길에서 사인을 받는 사람들의 태도도 조금 달라졌다. 요즘은 사인을 받으면서 격려의 메시지를 보낸다고 한다. 하지만 엘지와 두산 등 인기 구단에 몸을 담아봤던 양 감독이지만 롯데의 야구 인기에는 아직도 적응이 안 되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부산 사람들에게 있어서 롯데 감독이란 어떤 것일까. 이 질문에 한 롯데 팬은 이렇게 대답한다. "롯데 감독은 못하면 원수, 잘하면 신" 이 한 마디가 롯데 감독이 부산의 야구팬들에게 어떻게 비춰지는지를 보여준다.
이제 6월에 접어들었다. 양승호 감독은 6월을 맞이해 골프에 빗대어 '이븐파(골프에서 18개 홀에서 72타를 기록하며 언더도 오버도 없는 기록)를 기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6월 동안 5할을 유지하겠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힌 것이다.
부산에서 최고 인기 구단인 롯데 자이언츠의 사령탑인 양승호 감독이 6월에는 또 어떠한 변화를 맞이할까. 혹시 누가 아는가. 한화의 한대화 감독의 '야왕'처럼 새로운 별명이 생길지도.
[양승호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DB]
김하진 기자 hajin0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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