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선두를 달리고 있는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에는 숨기고 싶은 비밀이 한 가지 있다. 2일까지 46경기를 치른 상황에서 10점 이상을 득점한 경기가 단 한 차례도 없다. 8개 구단 중 유일하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SK 김성근 감독조차 "슬럼프가 아니다. 이것이 실력"이라고 말할 정도다.
▲ 4번 타자 타율 .248… 빈타 SK의 현실
김 감독은 2일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타격 슬럼프에 관련한 질문을 받자 "1번부터 9번까지 해결할 곳이 없다"며 "타격 슬럼프라기보다는 이 정도가 실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의 경우에는 이대호, 강민호라는 해결사가 있지만 SK는 그렇지 않다는 것. 정상호와 최동수가 4번 타자를 이렇게 많이 친 적을 본 적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46경기 중 22경기에 정상호가, 7경기에는 최동수가 4번 타자로 나섰다.
타율 7위, 출루율 8위, 장타율 6위. SK 1~9번까지 선발 타순 중 4번 타자의 순위다. 한 팀 타선의 중심축인 4번 타자의 성적이라기에는 처참한 수준이다. 올시즌 SK 선발 4번 타자들의 기록은 타율 .248, 출루율 .315, 장타율 .327에 불과하다. 홈런 역시 단 2개 밖에 나오지 않았으며 타점도 18점에 불과하다. 김 감독은 "상황이 이렇다. 4번 타자가 번트해도 뭐라고 하지 말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SK는 2일 경기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분위기 반전 계기를 마련했다. 하지만 이를 해낸 것은 1번 정근우와 경기 중반부터 나선 '통산 홈런 1개' 김연훈이었다. 이런 일을 항상 기대할 수 없다는 뜻이다. 4번 타자로 나선 정상호는 이날도 3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침묵했다.
이 쯤에서 떠오르는 선수가 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김재현이다. 그는 2일 김 감독이 말한 '해결사'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선수였다. 시즌 타율이 1할대에 그쳤던 2007시즌에도 한국시리즈에서는 해결사 기질을 발휘하며 MVP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김재현은 시즌 타율(.288)보다 득점권(.293), 동점주자(.389), 역전주자(.324)가 있는 상황에서 더욱 뛰어난 타격을 선보였다. 대타로 나선 상황에서도 타율 .361를 기록하며 김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하지만 현재 SK 타선에는 김재현 같은 선수가 없다.
SK는 선수 한 명에 의존하기보다는 선수들이 조화를 이루며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팀이다. 하지만 김재현은 너무나 큰 날이었다. 김 감독은 '김재현이 그리울 것 같다'는 질문에 고개를 조용히 끄덕였다. 2011년 SK 타선의 현실이다.
[사진=2010년 페넌트레이스 우승 트로피를 들고 있는 김성근 감독(왼쪽)과 김재현]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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