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여느 때보다 그 숫자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투수의 능력을 평가하는 가장 좋은 척도는 역시 평균자책점이다. 12일 현재 이 부문은 외국인 투수들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상위 10걸 중 6명이 외국인 투수다.
11일 목동 넥센전에서 7이닝 1자책을 기록, 2.28로 이 부문 1위에 오른 카도쿠라 켄(삼성)을 비롯해 더스틴 니퍼트(두산), 아퀼리노 로페즈(KIA), 게리 글로버(SK), 벤자민 주키치(LG), 트레비스 블랙클리(KIA)가 10위 안에 포진해 있다.
▲ '구관이 명관' 카도쿠라-로페즈-글로버 맹활약
프로야구 8개 구단은 올시즌에 들어가기 앞서 대부분의 외국인 선수를 투수로 채웠다. 16명 중 14명이 투수였다. 그리고 그 중 대다수는 선발용이었다. 때문에 외국인 투수들의 이러한 강세는 특별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을 살펴보면 그 숫자가 확연히 차이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해에는 3명(카도쿠라 3위, 켈빈 히메네스 4위, 라이언 사도스키 8위), 2009시즌에는 2명(로페즈 2위, 릭 구톰슨 6위)이 10위권 안에 포진했다. 2008시즌에는 케니 레이번(7위), 단 한 명이었다. 2007년(4명)과 2006년(5명)에도 올시즌에는 못 미쳤다.
이러한 외국인 투수들의 활약 중심에는 '한국 무대 베테랑' 외국인 투수들이 있다. 2009시즌부터 한국에 둥지를 튼 카도쿠라, 로페즈, 글로버가 그들이다. 두 명은 지난해 아쉬움을 딛고, 또 다른 한 명은 우려를 딛고 펼치는 활약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
무릎 부상을 이유로 SK와 재계약에 실패한 카도쿠라는 삼성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화려하게 날개짓을 하고 있다. 11일에는 김선우(두산)를 제치고 이 부문 1위로 올라섰다. 자책점이 17점인데 비해 비자책점이 15점이나 돼 실점이 많은 것이 흠이지만 장원삼이 기대 이하인 상황에서 카도쿠라의 호투는 삼성 선발진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지난해 팀 타선 도움을 받지 못하며 4승 10패 평균자책점 4.66에 그친 로페즈는 2009년의 강력함을 되찾았다. 평균자책점 4위에 걸맞게 WHIP(이닝당 출루허용수)도 1.16에 불과하다.
글로버는 부진 속에서도 재계약을 선택한 팀의 신뢰에 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잔부상 속에 6승 8패 평균자책점 5.66에 그쳤다. 그럼에도 SK는 그와 재계약했고 평균자책점 2.92를 기록하며 이 부문 6위에 올라있다.
비록 10위권에는 들지 못했지만 브랜든 나이트(넥센) 역시 평균자책점 3.77으로 넥센 선발진을 이끌고 있다. 그야말로 '구관이 명관'이다.
이들 뿐만 아니라 올시즌부터 한국 무대에 데뷔한 니퍼트, 주키치, 트레비스도 소속팀 기대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며 이름을 올려놨다.
▲ '터줏대감' 류현진과 김광현의 부진
평균자책점 부문이 외국인 잔치가 된 것에는 국내파 에이스들의 부진도 큰 이유로 작용했다. 류현진(한화)과 김광현(SK)이 그들이다.
지난 3년간 평균자책점 순위에는 이들의 이름이 빼놓지 않고 등장했다. 김광현은 이 부문 2008년 2위, 2009년 1위, 2010년 2위에 올랐다. 류현진 역시 2008년과 2009년 8위, 지난해에는 1.82라는 놀라운 평균자책점으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올시즌 평균자책점 부문에서는 이들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부진한 시즌 출발을 보였던 류현진은 잠시 '괴물'다운 모습을 되찾기도 했지만 최근 기복이 심한 투구내용을 보이고 있다. 12차례 선발 등판 중 4자책 이상을 기록한 경기가 6번이나 된다. 류현진은 평균자책점 4.15로 이 부문 15위에 그치고 있다.
김광현의 경우에는 규정이닝조차 채우지 못했다. 어깨 통증과 휴식을 이유로 한 달여간 마운드를 비웠기 때문. 팀이 54경기를 치른 상황에서 44⅓이닝만을 소화했다. 규정이닝에 진입하려면 시간이 소요될 전망. 현재 성적을 순위에 대입하더라도 그가 기록 중인 4.47이란 평균자책점은 이 부문 16위에 불과하다.
이들 뿐만 아니라 2008년 5위, 2010년 6위를 기록한 장원삼(삼성)도 올시즌 부상에서 복귀 후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규정이닝에 미치지 못하며 평균자책점은 5.60에 이르고 있다.
결국 지난해 아쉬움을 남겼던 외국인 투수들의 부활과 국내파 에이스들의 부진이 겹치며 '평균자책점 부문 외국인 강세'를 이끌고 있다.
▲ 평균자책점 순위 (12일 현재)
1위 카도쿠라 2.28
2위 김선우 2.34
3위 니퍼트 2.53
4위 로페즈 2.59
5위 차우찬 2.78
6위 글로버 2.92
7위 윤석민 3.04
8위 장원준 3.05
9위 주키치 3.27
10위 트레비스 3.63
['구관이 명관'임을 증명하는 글로버, 카도쿠라, 로페즈(왼쪽부터). 사진 = 마이데일리 DB, 삼성 라이온즈 제공]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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