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함태수 기자] 결국 김경문 감독의 사퇴까지 이어졌다. 총체적 난국에 허덕이던 두산이 명장을 잃었다.
김경문 감독은 13일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다. 그는 "지금 이 시점에서 사퇴하는 것이 선수들을 서로 뭉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선수들은 올 시즌 포기하지 않고, 변하지 않는 노력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로써 5월 이후 반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던 두산은 김광수 감독 대행 체제로 남은 시즌을 꾸리게 됐다.
△ 명장도 어쩔 수 없었던 총체적 난국
지난 8일 두산의 2군 훈련장. 경기도 이천 베어스 필드에서 만난 두산의 김태룡 이사는 '총체적 난국'이란 표현을 자주 했다. 그는 "시즌 전 구상과 맞아 떨어지는 게 하나도 없다. 특히 마운드가 큰 고민"이라며 "마무리 뿐만 아니라 선발 로테이션을 지켜줘야 할 투수들이 제 역할을 못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이사는 "모든 팀이 연패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연패 이후 다시 올라가지 못하는 것을 보면 두산의 침체가 꽤 길어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당시 2군에는 고영민, 용덕한, 홍상삼, 김성배 등 주축 선수들이 대거 포진해 있었다. 또 주장 손시헌과 양의지, 임재철은 부상으로 1군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상태였다. 김태룡 이사는 "팀이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이다. 감독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며 "여기에(2군) 선수들이 다 모여있어…"라고 씁쓸해 했다.
△ 명장의 '감'도 안 통했다.
최근 삼성의 류중일 감독은 김경문 감독의 '감'에 대해 언급 한 적이 있다. 류 감독은 "김 감독님의 감은 참 특별하다. 올림픽에서 김현수를 대타로 내세우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랬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지난 2008년 8월 16일 일본과의 베이징올림픽 야구 예선전에서 2-2 동점이던 9회초 김현수를 대타로 기용하며 극적인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마운드에는 일본이 자랑하는 좌완 이와세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김 감독은 좌타자 김현수를 내세워 보기 좋게 승리를 챙겼다.
이처럼 김 감독은 야구 속설과는 상관없는 독특한 감이 있었다. 두산이 자랑하는 '화수분 야구'도 결국 김 감독의 감이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 김 감독의 '감'은 선수들의 릴레이 부상, 마무리 투수의 부재 등과 맞물려 발휘되지 않았다.
△ 결국 해법은 '초심'
김광수 감독 대행은 13일 "팀이 비록 지금 하위권에 있지만 선수들 능력을 보면 충분히 치고 올라갈 수 있다. 한 사람보다 열 사람의 힘이 더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자"고 선수들을 격려했다. 이어 "팀이 단합된 모습을 보이고,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자"며 "기본기에 바탕을 둔 야구로 하나하나 어려움을 헤쳐나가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올 시즌 두산이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힌 이유는 검증된 선수들이 대거 포진해 있기 때문이었다. 또 주전과 비주전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두산의 10년만에 우승을 점쳤다. 그러나 한 번 무너진 두산의 야구는 좀처럼 회복되지 못했고 끝이 없는 추락을 반복했다.
그렇다면 당연한 소리지만, 선수단이 초심을 찾는 길 밖에 없다. 한 야구 관계자는 "두산이 자랑하던 수비도 실종됐고 팀 플레이도 사라졌다. 야수들은 조급함에 실책을 저지르고, 타자들은 주자가 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초구부터 나쁜 공에 배트를 휘둘러 도루를 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며 "선수들이 두산의 야구를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문 감독]
함태수 기자 ht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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