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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경민 기자]장대 하나로 3시간만에 휴전선을 건너 평양에 있는 여성을 남측으로 데리고 온다. 국정원 요원이 북한에 잠입해 대북 작전을 펼치다 잡힌다. 남파간첩이 보석을 훔쳐 룸살롱에서 유흥을 즐긴다.
김기덕 사단의 3년 만의 신작 ‘풍산개’(감독 전재홍)에 그려진 남과 북의 모습이다.
주인공 풍산(이름은 없는 인물이지만, 편의상 풍산으로 부름. 윤계상 분)은 남과 북을 오가면서 실향민들의 편지 등을 전하는 인물이다. 고향이 어딘지, 사상이 어떤지 일절 대사 조차 내뱉지 않아 알 수 없는 베일에 가려진 인물.
어느날 풍산은 국정원 요원으로부터 남으로 전향한 북한 고위층의 애첩인 인옥(김규리 분)을 남으로 데리고 오라는 요청을 받는다. 지뢰를 밟고 북한군에 발각되는 등, 고초를 겪지만 약속대로 3시간 만에 인옥을 남으로 데리고 온 풍산이지만 국정원 요원은 오히려 그를 체포한다.
이렇게 ‘풍산개’는 대한민국의 정보기관인 국정원으로부터 ‘사기’를 당하면서 시작된다. 김기덕 감독이 집필한 ‘풍산개’는 장르를 정의할 수 없는 영화다. 신랄한 블랙코미디라면 가장 가까울까?
‘풍산개’ 속에는 남과 북의 현재 관계에 대한 신랄한 풍자가 담겨 있다. 영화 속 국정원 요원은 지극히 무능하게 그려져 있다. 이병헌, 최민식이 주연한 ‘악마를 보았다’ 속 이병헌이 무적의 국정원 요원이라면 ‘풍산개’ 속 국정원은 풍산을 이용하는데 그치지 않고 전기 고문까지 마다 않는 잔인하고 무능한 단체다.
극 중반부 등장하는 남파간첩 또한 김정일 수령에 대한 맹목적 믿음을 제외하고는 배고픔에 시달리는 무능한 존재들이다. 인옥이 남측에서 받은 보석을 보고는 눈이 뒤집히면서 “저걸 가지고 북으로 가면 몇 년은 먹고 살 수 있습네다”라고 하소연을 할 정도다.
‘풍산개’의 주된 스토리는 이념에 대한 정의다. 극중 국정원 요원과 남파간첩 모두 “너는 남이냐? 북이냐?”를 풍산에게 수도 없이 묻는다. 또, 남으로 망명한 고위층 또한 “난 남과 북 어디에도 속하지 않아, 그래서 늘 외롭다”고 자신의 속내를 밝힌다.
사회 풍자 면에서 ‘풍산개’는 훌륭한 작품이다. 남이냐 북이냐를 밝히지 않는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풍산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조차 버림 받는다.
윤계상 또한 그런 풍산을 훌륭하게 소화하면서 극의 무게감을 더한다. 마치 ‘황해’에서 하정우의 구남이 빛을 발했다면, ‘풍산개’의 윤계상은 그런 구남에 필적할 정도의 인물이다. 대사 한마디 없는 그런 풍산을 윤계상은 무난하게 연기해 냈다.
블랙 코미디 면에서 영화 ‘풍산개’는 훌륭하다. 하지만 풍산과 인옥이 왜 연정을 느끼게 됐나?는 드라마 부분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축약돼 관객들에게 생소함을 줄 수 있는게 이 영화의 약점이다.
3시간 만에 장대 하나로 남과 북을 오가는 남자 풍산. “통일에 대한 염원을 담았다”는 전재홍 감독의 소망을 담은 이 영화가 국내 극장가에서 어떤 성적을 기록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개봉은 23일.
[사진 = NEW 제공]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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