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함태수 기자] 이용찬은 웃지 않았다. 팀이 13-4 완승을 거두었고 자신은 시즌 3번째 선발승을 챙겼지만, 경기 후 그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이용찬은 15일 잠실 넥센전에서 5이닝 5피안타 4실점(4자책)하며 승리 투수가 됐다. 총 91개의 투구수를 소화한 가운데 6개의 삼진을 잡았다. 이날 출발은 좋지 않았다. 그는 1회초 한 점을 내주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물론 1번 김민우의 타구는 불규칙 바운드가 일어나며 내야 안타로 둔갑했고 빗맞은 알드리지의 타구는 홈플레이트 앞에서 높게 바운드 되며 타점으로 연결됐다. 한 마디로 운이 없었다.
그러나 타선이 일찌감치 폭발하며 이용찬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두산은 2회말 정수빈, 이종욱, 오재원, 김동주의 적시타와 최준석의 시즌 8호 스리런으로 7점을 뽑았다. 여기에 상대 선발 김성현은 잇따라 와일드 피치를 범하며 두 점을 헌납했다. 이용찬은 "벤치에서 빠른 승부를 하라고 주문했다. 그래서 직구 위주의 피칭으로 바꾸었다"고 경기 중반 달라진 볼배합을 설명했다.
하지만 3, 4회 잇따라 점수를 내준 게 두고두고 마음에 걸렸다. 이용찬은 3회초 2사 1루 상황에서 강정호에게 우월 3루타를 허용하며 1실점 했다. 4회에는 오재일, 허도환에게 연속 2루타를 맞은 뒤 2루수 오재원의 실책으로 한 점을 더 내줬다. 강정호의 타구는 우익수 정수빈이 포구하려는 찰나, 조명탑에 공이 들어가며 3루타로 변했다. 또 4회에는 2루수 오재원이 중계 플레이를 하면서 3루수 김동주에게 악송구를 범했다.
만약 조명탑이라는 변수와 야수의 실책이 없었다면 1실점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상황. 이용찬은 "그런 상황은 충분히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내가 그 이후에 승부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경기 내용이 좋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이용찬은 "내 투구 패턴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이전과 같은 경기 운영을 하지 못했다"면서 "3승을 거두었지만 그리 만족스럽지 만은 않다"고 말했다.
경기 후 조계현 투수 코치도 비슷한 의견을 보였다. 조 코치는 "야구에서 그런 상황(불규칙 바운드와 조명탑의 변수 등)은 언제든지 나올 수 있다. 용찬이가 조금 흔들렸는데, 이 부분을 견딘다면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 코치는 이어 "그러나 컨디션이 썩 좋지 않은 가운데 용찬이가 잘 던져줬다. 용찬이의 호투와 타자들의 타격이 잘 어울려져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며 3선발 이용찬을 칭찬했다.
올 시즌 두산은 니퍼트-김선우 외에는 마땅한 선발진이 없어 마운드를 운용하는 데 애를 먹었다. 자진 사퇴한 김경문 감독은 이혜천, 이현승, 김성배, 홍상삼, 페르난도, 노경은, 서동환 등 다양한 투수들을 시험해 봤지만 모두 결과가 신통치 않았다. 그러나 이용찬은 달랐다. 그는 잇따라 안정된 투구 내용을 보이며 두산의 3선발로 확고한 위치를 점했다. 특히 3승을 따낸 직후에는 "오늘 승리보다 선발 투수로서 6이닝을 채우지 못한게 너무 아쉽다"며 이제는 확실한 선발 투수로서의 마음가짐까지 보였다.
[시즌 3승째를 챙긴 이용찬. 사진 = 두산 제공]
함태수 기자 ht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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