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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MBC '나는 가수다'의 스포일러를 대하는 시청자들의 태도에 변화 조짐이 보인다.
매주 월요일 녹화를 진행하는 '나는 가수다'는 녹화가 끝난 뒤면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 가수들이 어떤 노래를 불렀는지 스포일러성 글이 게재됐다. 게다가 그럴 듯한 정보원에게 들었다며 가수별 순위까지 공개됐다. 이 같은 스포일러는 실제 결과와 맞을 때도 있고, 틀릴 때도 있지만 어찌됐든 많은 이들이 스포일러로 혼란스러워 했던 것이 사실이다.
제작진도 스포일러 때문에 상당히 골머리를 앓았는데, 심지어 최근에는 이소라가 '나는 가수다'에서 탈락했다는 기사까지 나와 큰 논란이 일었다. 그렇지만 제작진이 스포일러에 대한 뚜렷한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신정수 PD는 사실과 다른 악성 루머에는 강력한 대응을 하겠다고 경고했지만, 가수별 곡명이나 탈락자 같은 스포일러에는 경고가 아닌 부탁을 해왔다. 지난 14일에도 신정수 PD는 각 언론사 기자들을 불러 스포일러에 대해 "기자들이 도와줘야 한다"며 "결과를 알면서 침묵하는 기자들이 있는 것도 알고 있다. 기사 하나가 뜨면 도미노처럼 다른 기자들도 쓸 수밖에 없는 기자의 현실을 이해하지만 머리 숙여 부탁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신정수 PD는 네티즌들이 인터넷에 스포일러 글을 올리는 것과 기사화 되는 것은 다르다고 전제하며 "기자들이 도와주면 시청자들이 재미있게 볼 것이라고 생각한다. 프로그램이 진화되면서 '나는 가수다'를 둘러싼 언론 환경도 진화할 것이라 생각한다"며 스포일러를 지양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를 희망했다.
실제로 이 같은 제작진의 바람이 통했는지 언론뿐 아니라 네티즌들의 태도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 지난 13일 녹화에선 하차한 이소라, JK김동욱의 뒤를 이어 장혜진과 조관우가 투입돼 1차 경연이 진행됐다. 이번에도 네티즌들은 녹화 후기를 인터넷에 올렸지만 가수의 실명을 거론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이 보였다.
일부는 누가 어떤 노래를 불렀다며 아무렇지 않게 글을 썼지만 이 같은 글에도 상당수 네티즌들은 "재미를 반감시킨다"며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경연 순위에 대한 기사에도 네티즌들은 "기자가 스포일러 하지 마라"는 반응을 보였으며 여러 언론 매체에서도 결과와 관련된 기사는 자제하고 있다.
신정수 PD는 '나는 가수다'를 맡고 처음 기자들과 만났을 때도 스포일러에 대해 부탁과 호소를 했다. 그 당시만 해도 과연 '저 말이 통할까?'란 의문이 들었는데 최근의 변화는 사실 예상 밖이다.
결국 이 같은 변화는 시청자들이 스포일러를 통해 호기심이 충족되기 보다는 불쾌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신정수 PD는 스포일러의 기준에 대해 고민이 있다면서도 "시청자들이 방송을 봤을 때 온전하게 재미를 느껴야 되는데, 그것을 저해하면 스포일러"라고 분명히 했다.
사실 방송에선 가수의 노래가 있기 전, 연습 과정과 가수의 고민, 또 노래에 담긴 의미 등이 하나의 흐름이 되어 공개된다. 이에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게 노래에 감정을 이입하게 되지만, 청중평가단이 느끼는 감동은 시청자들의 감동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청중평가단은 어떤 노래를 부를지 누가 나올지도 짐작 가지 않는 긴장된 상황에서 무대를 보기 때문에 가수의 등장부터 노래를 마치는 순간까지 놀라움과 감동의 연속일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유독 눈물 흘리는 청중평가단의 모습이 많이 보이는 것이다.
따라서 제작진은 시청자들에게도 청중평가단이 느낀 감동을 자랑하고 싶은 게 당연한데, 이를 방해하는 게 바로 스포일러다. 이 사실을 어느덧 시청자들도 깨달았고, 스포일러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졌다.
결국 제작진이 굳이 스포일러 방지를 위한 장치를 따로 마련하지 않았지만, 시청자들 스스로 '나는 가수다'의 재미를 위해 스포일러를 밀어내고 있는 모습이다. 최고의 가수들이 등장하는 '나는 가수다'에 시청자들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김범수, 이소라, 박정현, 윤도현, 옥주현, BMK, JK김동욱(맨위부터). 사진 = MBC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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