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하진 기자] 17일 목동구장에서는 롯데 자이언츠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에서는 시즌 첫 경이로운 기록이 나왔다. 롯데 정훈이 그라운드 홈런(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을 기록한 것이다.
이날 팀이 0-7로 뒤진 5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정훈은 상대 선발 문성현을 상대로 3구째 공을 받아쳤다. 공은 뻗어나가 우중간을 가르더니 상대 중견수 장기영과 우익수 유한준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공은 빠졌다. 이 틈을 타 정훈은 1루, 2루 베이스에 이어 3루 베이스까지 밟았고 홈까지 달려갔다. 홈에 다다른 순간 정훈은 온 몸을 던졌다. 덕분에 얼굴을 거의 땅에 뭉개다시피했고 유니폼은 흙범벅이 되었다. 이 같은 투지 덕분에 정훈은 그라운드 홈런을 달성했다.
정훈의 이 그라운드 홈런은 올시즌 첫번째이자 통산 70호.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단 70번밖에 없을 정도로 진귀한 기록이다. 이날 롯데는 1-8로 패했지만 롯데 정훈의 유일한 득점으로 진귀한 기록을 세우며 체면치레를 했다.
다음날 정훈은 자신이 기록을 세운 것에 대해 "아프기만 했다"면서도 "기분은 좋았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그런 기록이 어쩌다 걸린 것이라고 손사레쳤다. 본인의 말에 의하면 전날 17일 문학 SK전에서 스리런을 터뜨리며 팀의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도 번트를 시도하다가 된 것이라는 것.
정훈은 알고보면 굴곡있는 야구 인생을 살았던 선수다. 2006년 신고 선수로 현대에 입단했지만 1년 만에 방출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어 군 복무를 마친 후 모교인 마산 양덕초등학교에서 야구부 코치로 뛰면서 야구에 대한 열정을 키워나갔다. 그러던 중 2009년 박동수 용마고 감독의 추천으로 다시 신고선수로 롯데 유니폼을 입게 되면서 기회를 잡게 됐다. 하지만 지난해 29경기에서 타율 .156 7안타 1홈런 2타점이라는 성적에 그치며 팀 내에서 입지를 다지지 못했다.
그러던 중 올시즌 새로 부임한 양승호 감독의 주전과 비주전의 차이를 없애자는 방침에 따라 지난 4월 30일 광주 KIA전에서 1군에 복귀했지만 결정적인 실책으로 팀 패배의 큰 원인을 제공하고야 말았다. 다시 2군으로 내려간 정훈은 2군 코칭 스태프들의 조언에 힘을 얻었고 2루수 조성환의 부상으로 1군 복귀의 기회를 잡았다. 결국 지난 12일 1군에 복귀하자마자 홈런을 터뜨리게 됐다. 경기 후에도 공식 인터뷰를 통해서 '2군 코칭 스태프 이름을 모두 실어달라'라는 요청을 할 정도로 2군 코칭스태프에게 깊은 고마움을 표했다.
이같은 순탄치 않았던 과정이 있었기에 정훈은 발로 뛰어 홈런을 만들어냈다. 이제 정훈은 주전 2루수인 조성환이 부상에서 돌아와 백업 멤버로 투입되게 됐다. 하지만 남다른 인생을 살면서 쉽지 않게 기회를 잡은 만큼 어떤 상황에서든 최선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 정훈. 사진 = 롯데 자이언츠 제공]
김하진 기자 hajin0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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