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 하지만 그의 표정에서도, 투구내용에서도 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돌부처' 삼성 마무리 투수 오승환이 시즌 20세이브째를 기록했다. 오승환은 19일 열린 KIA와의 경기에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팀 승리를 지켰다. 26경기 등판만에 20세이브를 올린 오승환은 1994년 정명원(태평양), 2006년 오승환 자신이 갖고 있던 역대 최소경기 20세이브 타이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이날 오승환의 20세이브 달성 경기는 그의 진가를 마음껏 드러낸 경기이기도 했다.
▲ 오승환, 이범호도 개의치 않았다
이날 오승환은 팀이 4-3으로 앞선 9회말부터 마운드에 올랐다. 6월 16일 대구 LG전 이후 첫 등판. 몸이 덜 풀린 탓인지 첫 타자 차일목을 맞아서 전혀 제구가 되지 않았다. 결국 스트레이트 볼넷.
이용규를 유격수 앞 땅볼로 처리하며 1사 1루로 바뀌었지만 김선빈에게 우전 안타를 맞으며 1사 1, 3루 상황이 됐다. 안타 하나면 동점은 물론이고 역전이 될 수 있는 상황. 빗맞은 내야 땅볼로도 동점을 내줄 수 있는,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타석에는 강타자 이범호가 들어서 있었다. 타점 부문 2위에 올라있으며 이날 경기에도 전 타석까지 4타수 2안타로 쾌조의 타격감을 자랑했다.
최근 10경기에서 단 한 차례의 블론세이브도 기록하지 않은 오승환이지만 이쯤되면 '만인의 징크스'인 아홉수가 떠오를 수 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오승환은 아홉수는 물론이고 이범호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초구 직구를 바깥쪽 멀찌감치 볼로 던진 이후 2구에는 150km짜리 대포알 직구로 몸쪽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3구 직구를 볼로 던진 오승환은 4구 역시 빠른 공으로 승부했다.
4구째 공에 이범호가 배트를 힘차게 돌렸지만 결국 얕은 우익수 플라이가 됐다. 제 아무리 발이 빠른 3루 주자 이용규도 홈으로 들어올 엄두를 내지 못했다. 포수 현재윤이 요구한 몸쪽 공에 비해서는 가운데로 몰린 듯 했지만 힘 대 힘 대결에서 승리했다.
이후 오승환은 김주형을 1루수 파울 플라이로 잡아내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범호에게 던진 4개, 김주형에게 던진 5개의 공 모두 150km를 넘나드는 '돌'이었다.
▲ 기록도, 실력도, 위압감도 전성기 '그대로'
오승환은 짜릿한 한 점차 세이브를 거두며 시즌 20세이브째를 기록했다. 이로써 이 부문 공동 2위인 정대현(SK), 송신영(넥센)과의 격차를 11개로 늘림과 동시에 역대 최소경기 20세이브 타이기록을 세우게 됐다.
이날 세이브는 팀에게나 오승환 자신에게나 무척 의미있는 일이었다. 삼성은 지난 2차례 KIA와의 맞대결에서 1-17, 4-9로 대패했다. 2위 자리도 내줬다.
이날 9회 팀이 역전을 한 상황에서 오승환까지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동점을 내줬다면 팀 분위기는 그야말로 최악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오승환은 1사 1, 3루 위기를 '가볍게' 넘기며 팀 승리를 지켜냈고 삼성은 하루만에 2위를 탈환했다.
개인에게도 이날 세이브는 뜻 깊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최소경기 20세이브와 타이를 이루며 '오승환의 귀환'을 다시 한 번 알렸기 때문이다. 2005년 데뷔 후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이 부문 '난공불락'이었던 오승환이었지만 2009년과 2010년에는 부상으로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2011년. 오승환은 지난 2년간의 부상과 아쉬움을 털고 화려하게 부활했다. 기록 뿐만 아니라 실력과 상대에게 주는 위압감도 전성기로 돌아왔다는 것은 세이브 숫자보다 더욱 고무적인 일이다.
그리고 한 점차 리드 1사 1, 3루 위기에서 이범호와 당당하게 맞서는 그의 모습은 오승환의 부활을 단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사진=삼성 오승환]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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