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이정준, 아이엠컴퍼니 홍보실장]
AM 06:10
"째깍 째깍"… 시계 초침 소리에 눈을 슬며시 떠본다. 방안이 어두운 걸로 봐서 아직은 더 자도 된다는 암묵적인 신호와 함께 안도의 시간이 흐를 무렵, "따르릉 따르릉" 휴대폰 벨소리가 울린다. 기존 알람 소리하곤 다르게 뭔가 다급한 느낌을 담고 있는 울림이다. 왠지 불길한 마음으로 수화기를 가져온다.
'에이 누가 꼭두새벽부터 전화야…안받아' 라고 우측 뇌에 신호를 보내려는 순간 낯익은 번호와 함께 발신자의 이름이 선명해지며, 반자동적으로 통화 버튼을 누른다.
"어? ㅇㅇ기자님이 이 시간에…어인 일로…" 상대방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린다.
"아… 죄송한데, 급히 물어볼게 있어서 이른 아침부터 연락 드렸어요. 석원씨 열애설 기사가 나왔는데 보셨어요?"
'자다가 봉창 두드린다'는 들어봤어도, '자다가 열애설'은 처음 들어보는 순간이었다.
이후 통화 중 대기를 비롯해 1분 간격으로 오는 전화를 받으며 인터넷을 확인해보니, '정석원 검색어 1위', '백지영-정석원 열애' 기사가 인터넷을 장악하고 있었다.
계속 걸려오는 전화에 마치 녹음된 목소리를 리와인드(rewind) 하듯 "아 저도 지금 기사를 보고 알았어요. 확인해보고 연락 드리겠습니다"를 수 차례 반복하며 서둘러 사무실로 이동한다.
AM 07:20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한 손으로 컴퓨터를 조작하고, 다른 손으론 전화를 받으며, 한 쪽 눈은 기사를 검색하고, 다른 눈으로는 석원씨 스케줄을 확인하며, 왜 신이 인간의 팔과 눈을 두 개씩 만드셨는지 새삼 공감한다.
열애설 당사자인 석원씨와 매니지먼트 측에 연락을 취하기 위해 계속 반복적으로 통화 버튼을 누르지만 통화가 쉽지 않다.
AM 08:30
한 통의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열애설을 인정하는 보도자료를 준비해주세요' 라는 짤막한 문자였다. '아 열애설이 사실이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열애설에 대한 자료가 올라오기 시작하면서 하나 둘 내용이 정리되어 간다.
AM 09:30
'메일 전송을 하시겠습니까?' 라는 메시지가 '열애설을 인정하시겠습니까?'라는 글과 오버랩 되면서 마치 영화 속 폭탄 버튼을 앞두고 찰나의 망설임을 갖는 주인공의 모습이 떠오른다.
AM 09:40
열애설을 인정하는 공식 보도자료가 배포되었다. 이후 속속 열애설을 인정하는 기사가 올라오면서, 전화는 다시 북새통이다. 대부분의 전화는 '언제부터 사귀었나요?'로 시작되는 질문들이었다. 같은 질문과 같은 대답이 연속으로 반복되면서 마치 나에 대한 열애설을 해명하듯 자연스러운 대화가 이어진다.
PM 5:00
당일 촬영으로 인해 외부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던 석원씨가 현장에서 공개 인터뷰를 갖게 되면서 열애설에 대한 상황들이 일단락 지어진다. 인터뷰를 하고 있는 그의 모습은 쑥스러운 듯 조금 상기되어 보였지만, 차분히 자신의 입장을 이야기하는 당당한 모습이 나조차 안심하게 만든다.
PM 7:00
저녁이 되어 사무실로 귀가하는 소속사 식구들과 조우하면서 "오늘 정신 없이 바빴죠?", "다들 수고하셨어요" 라는 인사들이 오가면서 그 날 하루 있었던 각자의 에피소드들을 쏟아내며, 긴 하루가 마감되어 갔다.
그리고…
며칠의 시간이 지나 사무실 문을 열고, 석원씨가 들어왔다. 꾸벅 인사를 하는 석원씨에게 "괜찮죠?" 라는 짧은 물음을 했고, "그럼요" 라는 짧은 대답이 돌아왔지만, 사실 그 질문과 대답에 내포되어 있는 수 많은 질문과 대답들은 서로의 얼굴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그간 소속사 식구들에게 조차 말 할 수 없었던, 마음의 짐을 털어버려서 인지, 그 날의 석원씨 웃음은 다른 날의 웃음 보다 밝고, 환해 보였다.
이후 석원씨의 열애설에 대해서 주위의 응원과 축하의 메시지들을 보면서 느낀 점.
혹시 지금도 비밀을 간직한 채 연애를 하고 있는 연예인이 있다면, 시원하게 공개해서 마음껏 사랑하길 바란다. 구름으로 해를 가릴 순 있어도, 구름이 해를 지울 수 없듯이, 감출 수 없는 비밀이 타인에 의해 상처 받지 않기를…
다만, 사랑할 수도, 헤어질 수도 있는 남녀간의 자연스러운 일들로 그들을 비밀의 방으로 몰지 말고, 축하해주고, 때론 위로해 줄 수 있는 마음으로 그들을 받아준다면, 앞으로 더 많은 열애설을 듣게 되지 않을까?
사람은 누구나 사랑을 할 수 있고, 그들도 사랑을 할 때는 연예인이 아닌 우리와 같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정준 실장 j2plus@naver.com>
강선애 기자 sak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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