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함태수 기자] "직구만 던지면 맞을 것 같았다."
두산의 우완 노경은이 달라졌다. 이제는 직구에 대한 자신감을 완벽히 되찾았다. 노경은은 "지금까지 안타를 맞은 공 가운데 제대로 긁힌 직구는 단 한 개도 없다. 실투였거나 모두 변화구"라고 했다. 그는 지난 2003년 계약금 3억5000만원을 받고 입단했다. 두산은 빠른 공에, 좋은 신체적 조건을 갖고 있는 그에게 높은 기대를 걸었다. 조계현 투수 코치에 따르면 그는 두산 마운드에서 가장 하체를 잘 쓰는 투수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그에겐 늘 '새가슴'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긴박한 상황만 되면 공이 한 가운데로 몰렸고 위기를 자초했다. 반면 팀이 넉넉하게 앞서거나 큰 점수 차로 뒤지고 있을 땐 그야말로 최고의 투수였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등판하게 되면 최대한 주자를 신경쓰지 않으려고 하지만 아무래도 맘 같이 되지 않았습니다. 또 직구만 던지면 무조건 맞을 것 같은 기분이 들더군요" 역시 가장 큰 요인은 심리적 문제였다.
△ 달라진 투구폼+직구 스피드의 증가
노경은은 올 시즌 스프링캠프에서 투구폼을 약간 바꿨다. 공 스피드가 확연하게 늘어난 것은 역시 이 부분 때문이다. 노경은은 "와인드업 할 때 왼쪽 다리를 조금 더 몸쪽으로 끌어당겼다. 전지훈련 기간 조계현, 윤석환 코치님의 조언을 따랐는데 이후 공 스피드가 부쩍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축발에 힘을 모아 공을 더 부드럽게 뿌릴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지난 16일 잠실 두산-넥센전에서는 희대의 사건이 발생했다. 9회초 구원 등판한 노경은이 158km의 공을 뿌린 것. 당시 넥센의 고종욱을 상대한 노경은은 볼카운트 2-2 상황에서 몸쪽 직구를 뿌렸고 전광판에는 158km가 찍혔다. 물론 두산 전력분석원에 따르면 실제 스피드는 148km였다. 하지만 타자가 방망이를 휘두르면서 스피드가 증가해 전광판에는 158km이 찍혔다. 일단 해프닝으로 일단락 됐지만, 당시 노경은의 볼끝 하나는 최고였다.
△ 서서히 터득하고 있는 경기 운영 능력
노경은의 변화는 또 있다. 타자를 상대하는 요령이 부족했던 시절, 같은 팀 선배 정재훈의 한 마디가 그것이다. 노경은에게 정재훈은 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리 빠르지 않은 직구와 주무기인 포크볼 등은 이미 노출됐다. 하지만 늘상 정재훈은 팀 승리를 지켜냈다. 그런데 정재훈이 밝힌 비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타자가 직구를 노릴 때 변화구를 던지고, 변화구를 노리고 있으면 직구를 던지면 된다". 정재훈은 노경은에게 말했다.
사실 이 뻔(?)한 말은 노경은에게 그리 쉽지만은 않은 문제였다. 특히 자신의 공에 대한 믿음이 부족했던 시절 도무지 이해가 안 됐다. 이 부분에서 노경은은 '경험'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직구를 4번 연달아 던져도 타자 방망이가 안 나오는 경우가 있는 반면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제 아무리 코너워크가 되도 타자가 변화구를 노릴 때 변화구를 던지면 맞을 수밖에 없다"며 "이제 조금이나마 타자를 상대하는 요령을 알 것 같다"고 웃었다.
△ 마운드에서 밸런스 찾기.
함태수 기자 ht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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