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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백솔미 기자] 화려한 조명과 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무대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아이돌 그룹의 이면에는 안타까움과 씁쓸함이 가득하다. 몇년에 걸친 연습생 생활을 끝내고 가수의 꿈을 이룬 이들은 또래들처럼 제때 밥을 챙겨먹기는 커녕 발 뻗고 누워서 자는 횟수가 손에 꼽힐 정도다. 결국에는 이들의 안쓰러운 모습이 '잠퉁이' '떡실신'이라는 다소 귀여움을 자아내는 단어로 포장돼 또다시 홍보수단이 되고 있다.
아이돌그룹들은 대부분 소속사가 잡은 스케줄대로 움직인다. 하루에 2~3개의 스케줄 소화는 기본으로, 하나의 스케줄이 끝나면 차에 올라 쪽잠을 자고 어느새 도착한 또 다른 장소에서 기계적으로 자신들의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고 있다. 갈망했던 가수의 꿈을 이뤘지만 자연스럽게 이들에게도 회의감이 들기 마련이다. 하루 24시간 중 자신을 위해 보내는 시간은 거의 없다. 수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지만 스스로가 비춰야할 자신들의 대한 스포트라이트는 무시되고 있다.
특히나 새 앨범을 발매하고 컴백을 앞두고 있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공백으로 인해 자신들이 조금이라도 잊혀졌다는 불안감에 이곳저곳 가리지 않고 홍보에 열을 올린다. 대부분의 소속사들은 가깝게 위치해 있는 언론사들을 묶어 하루씩 날을 잡아 소속가수의 인터뷰를 진행한다. 첫번째로 이 가수와 인터뷰를 하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주고 받을 수 있지만 마지막 순서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물론 성심성의껏 인터뷰에 응하지만 온 몸이 피로로 누적돼 이 가수가 갖고 있는 에너지를 전달받기 어렵다. 나중엔 인터뷰하기 미안하고 안쓰러울 정도다.
연예인으로서 자신을 알리는 홍보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가수의 몸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스케줄은 좋지 않은 결과를 낳기도 한다. 그 좋지 않은 결과는 반드시 건강의 적신호를 야기한다. 이동하는 차 안과 대기실에서 쪽잠을 자고 심할 경우에는 응급처방으로 링거를 맞고 스케줄을 소화한다. 소속사는 이 사실을 보도자료를 통해 '링거투혼' '떡실신' '잠퉁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무리한 스케줄로 혹사당하는 아이돌의 상태를 홍보 수단으로 이용한다.
소속사는 "우리 가수가 이렇게 될 정도로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겠지만, 기사를 접한 팬들은 반가워만 할 수 없다. 초췌한 모습으로 병상에서 링거를 맞고 있는 모습과 연습실, 대기실 등에서 널부러져 잠을 청하고 있는 모습은 안쓰럽기 그지 없다. 이들의 모습을 소속사는 카메라에 담는다.
또한 걸그룹은 다이어트를 위해, 남성그룹은 근육질의 몸매를 위해 철저하게 식단관리를 받는다. 이를 통해 완성된 아이돌의 '개미허리' '식스팩'은 사진으로 찍혀 각 언론사에 보도자료로 뿌려진다.
이미 아이돌로 포화상태인 연예계 틈바구니에서 어떻게라도 관심을 받고 시선을 끌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힘들어하는 아이돌의 모습을 미화시켜 홍보하지 않으면 안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레인보우의 고우리, 티아라의 지연-큐리-은정, 포미닛(위에서부터). 사진 = DSP미디어, 코어콘텐츠미디어, 큐브엔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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