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김민성의 스타★필]
캐릭터란 예능 프로그램에서 출연자의 생명과도 같다. 그래서 리얼 버라이어티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캐릭터 잡기이다. 예능에서 캐릭터란 원래 자신의 모습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때론 만들어지고 상황에 의해 조작되기도 한다. 리얼 버라이어티에서도 캐릭터란 드라마처럼 프로그램 내 역할 모델(Role play)에 가까운 것 같다.
그러나 실제 자신의 모습으로 독하게 어필하는 경우도 있다. 대개 다른 분야에서 이름을 날리던 연예인들이 우연하게 예능에 입문하는 경우가 그러한데 꾸밈없는 진솔한 모습과 독특한 개성이 신선한 매력으로 다가와 단번에 예능 블루칩으로 부상하기도 한다. ‘1박2일’의 박식하면서 매사 진지한 김C가 그랬고, ‘남자의자격’의 병약한 국민 할매 김태원이 그러했다.
그리고 또 한명 본연의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열광시키는 예능 기대주가 등장했는데, 그건 ‘무한도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에 정형돈과 출전한 정재형이다. 1995년 베이시스로 데뷔한 정재형은 대학에서 클래식 작곡을 전공하고 9년간 파리에서 유학한 엘리트 뮤지션이다. 이 진중하고 음울해 보이던 음악가가 쫀잔하고 유치한 새침데기로 비춰지는 반전 매력으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더욱이 파트너 ‘미존개오(미친 존재감 개화동 오렌지)’ 정형돈과 환상의 커플을 이뤄 출연 씬마다 빵빵 터지는 웃음을 선사했다.
1990년대 중반 서태지와 아이돌 1세대가 가요계를 점령했을 때 대중가요와 클래식의 결합을 표방한 베이시스의 등장은 충격적이었다. 정재형은 베이시스 앨범을 통해 호소력 있는 멜로디와 가사, 안정적 화성과 깊이감 있는 사운드의 구현하여 큰 사랑을 받았다. 이후 이소라, 엄정화, 서지원, 류시원, 김민종 등에서 곡을 주면서, 솔로와 연주 음반을 냈고, 영화 ‘중독’, ‘오로라 공주’, ‘Mr. 로빈 꼬시기’,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쩨쩨한 로맨스’, MBC 휴먼다큐 ‘사랑’ 등의 음악을 책임지며 실력파 음악감독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정재형이 찌질한(?) 본색을 들키기 시작한 것은 작년 말 MBC ‘놀러 와’에 절친인 이적, 루시드홀, 장윤주 등과 출연하면서 부터이다. ‘이기주의가 사람들의 태어나면 바로 정재형일 것’이라는 이적의 농담처럼 지독히 자기중심적인 정재형은 밉기 보다는 호기심을 자극하고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더욱이 이봉원과 살짝 닮은 외모로 정봉원이란 새로운 별명까지 갖게 됐다.
그리고 ‘무한도전’은 가요제 파트너 선정을 하는 첫 등장부터 까다롭고 소심한 성격을 가감 없이 드러내 큰 웃음을 주었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자신은 홀대하고 원래 친분이 있던 스윗스로우에게 환호를 보내자 “쟤네~ 욕해줘”라고 나긋나긋 청탁을 하는가 하면 무한도전에서는 자신이 외모 1위라며 근거 없는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평소 빈티지 스타일은 즐긴다는 파리지앵이지만, 앞가르마의 단발 C컬, 샌들에 양말을 신은 공항 패션, 삼복더위에 머플러, 구멍이 많이 난 흰 티셔츠 등 난해한 패션을 구사해 공인된 패션 테러리스트 정형돈에게 스타일을 지적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그러나 정제되지 않은 말투나 경박해 보이는 행동이 그의 전부는 아니다. 맹인 안내견의 사회화 과정을 책임지는 봉사활동으로 ‘축복이’를 키우고 있는 그는 성년의 날에 라디오 프로 게스트로 출연해 ‘기성세대의 반성’을 언급하는 개념 발언을 하기도 했다. 정형돈과 합을 이뤄 깨방정을 떨다가도 피아노에만 앉으면 천재 뮤지션 아우라를 내뿜으며 아름다운 멜로디를 즉석에서 만들어내곤 한다.
까칠하고 예민해 보이는 성품은 오히려 일상의 소소함을 예민하게 집어내어 서정적이고 섬세한 멜로디를 창조해냈다. 그의 음악들이 영화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은 타고난 감성과 진지한 음악적 접근이 영화와 잘 부합되기 때문일 것이다. 음악에 대한 열정은 차갑고 무겁지만, 일상은 발랄하고 푼수기까지 보이는 정재형은 권위와 위선보다는 당당함과 진솔함, 따뜻함까지 긍정 요소가 넘친다. 밑도 끝도 없는 마력을 지닌 이 남자를 계속 보고 싶다. 깨알 같은 매력도 더 탐구해볼 가치가 있다. 충분히...
[정재형. 사진 = MBC '무한도전']
함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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