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자기만의 프로세스가 있어야 한다"
SK 좌완 김광현은 23일 KIA전에서 8이닝 14피안타 8실점으로 무너졌다. 그는 이날 경기에서 147개를 던졌고 다음날 2군으로 떨어졌다.
모두들 '147개'라는 투구수와 '2군행'에 주목했지만 김성근 감독은 그 이후 더 눈에 띄는 결정을 내렸다. 2군에 내려간 김광현에게 직접 스케줄을 짜게한 것. 김상진 코치를 같이 내려보내기는 했지만 언제 야구장에 와서 무엇을 하고 언제 돌아가는지는 전적으로 김광현의 선택에 맡겼다.
이러한 선택을 내린 김 감독의 의중은 무엇일까. 지바 롯데 시절 이승엽에게 했던 말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 지바 롯데 시절 이승엽에 대한 호통
김성근 감독과 이승엽은 2005년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그 해 김 감독은 당시 타격 코디네이터로 활동했으며 이승엽은 일본 데뷔 첫 해 부진을 씻고 30홈런을 터뜨렸다. 이승엽 부진 탈출 중심에는 2005년 팀에 합류한 김 감독의 공도 적지 않았다.
이승엽이 시즌 중 부진에 시달리며 고민을 거듭하자 김 감독은 이승엽에게 호통을 쳤다. 단지 부진한 것이 호통의 이유는 아니었다.
"언제까지 남의 프로세스 안에 있을 것인가. 너는 박흥식이란 좋은 프로세스 속에 항상 갇혀 있다. 혼자 어려움을 돌파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기가 해결책을 찾을 줄 알아야 언제 어느 상황에서도 위기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박흥식 코치는 이승엽의 삼성 시절 타격 코치로서 그의 영광을 오랜 시간 함께 했던 인물이다. 김 감독은 이승엽이 박흥식 코치의 품을 떠난 상황에서도 그가 제시했던 방법에만 의존하고 있는 것을 꼬집은 것이다.
김 감독은 이러한 일화를 들려주며 선수들에 대한 아쉬움도 덧붙였다. 그는 "어려움이 처했을 때 선택은 길은 두 갈래다. 이를 발전의 계기로 삼을 수도 있고 흘러가는대로 지낼 수도 있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후자 쪽이다"라고 말했다.
▲ "자기만의 프로세스가 있어야 한다"
김 감독은 김광현을 2군으로 보내며 스케줄을 직접 자신이 짜도록 했다. 모든 것이 김광현의 몫이다. 김광현과 같이 2군으로 내려간 김상진 코치 그의 옆에서 지켜볼 뿐이며 김성근 감독 역시 스케줄에 대한 보고만을 받을 뿐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다. 자율을 넘어선 방임에 가까운 조치다.
이 역시 이승엽에게 했던 말과 같은 선상에 있다. '자기만의 방법'을 찾으라는 것이다. 김광현이 짠 2군 스케줄 속에 '김광현만의 프로세스'가 나타난다면 기약이 없는 김광현의 1군 복귀 시기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김광현의 147구와 2군행, 본인이 짜는 스케줄에는 그가 되살아났으면 하는 김 감독의 간절한 바람도 나타나 있다. 김 감독은 "김광현이 못하는 것에 대해 그대로 놔뒀다면 나는 욕을 안 먹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화살은 온통 나에게 오고 있다. 부딪혀 봐야 새로운 것이 나온다. 그래야 김광현도 바뀌고 팀도 바뀐다"고 말했다.
김광현의 2군행 직후 김 감독은 "이제 2군 투수 아니야?"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지만 모든 '시도'의 중심에는 김광현의 부활이 있다.
[사진=김광현(왼쪽)과 김성근 감독]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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