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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강선애 기자] 지난 24일 SBS 연기자 오디션 프로그램인 ‘기적의 오디션’이 시청자에 첫 선을 보였다. SBS가 올 하반기에 가장 공들일 예능 프로그램으로 ‘기적의 오디션’을 준비하고 있다고 오래 전부터 들었지만, 담당기자로서 솔직하게 말하자면 ‘과연 이게 잘 될까’라는 걱정이 앞섰다.
먼저 방송사마다 우후죽순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생겨나고 있는 상황이라 ‘기적의 오디션’은 방송 전부터 ‘또 오디션 프로그램이야?’라는 비아냥을 들을 게 뻔했다. 이런 비아냥은 프로그램이 재미없다면 언제든지 거센 비난으로 바뀔 수 있는 게 요즘의 냉정한 시청자들이기 때문에, 재미를 잡지 못한다면 오디션 프로그램의 ‘아류’라는 오명만 쓸 처지였다.
무엇보다 ‘일회적 연기’를 심사하는 상황이 시청자의 집중력을 높이기 어렵다는 내재적 한계가 있다. '노래’를 평가하는 대다수의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의 경우 단 몇 초만에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지만, 연기는 연기자가 캐릭터에 빠져들어 감정이 고조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제대로 된 연기를 보여주기도 전에 시청자의 TV 채널이 먼저 돌아갈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러나 이런 우려는 ‘기적의 오디션’ 첫방송과 동시에 말끔히 씻겼다. 참가자들의 열의는 상상 그 이상이였고, 대한민국에 이렇게 연기에 대한 꿈과 열정을 가진 사람이 많은지 새삼 깨닫게 했다.
스무살 전후의 연기지망생이 주를 이룰 것이라 생각됐던 참가자들은 실제론 어린 아이부터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까지 다양했다. 또 연기를 위해 대기업을 그만둔 30대 남자, 연기를 배울 환경이 안 돼 손수 대사를 써가면서 외웠다는 소녀, 어머니에게 버림 받은 어린 기억을 연기로 승화시킨 소년 등 저마다 사연을 가진 참가자들의 연기에 대한 열정은 가슴 먹먹한 감동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이들은 사연만 감동적인 게 아니었다. 그런 사연에 바탕을 두고 비록 아마추어의 모습이었지만 혼신의 힘을 쏟아내는 그들의 연기는 눈을 뗄 수 없게 만들며 따뜻한 감동, 뜨거운 열정을 동시에 전달했다.
‘드림 마스터즈’ 심사위원들의 날카로운 평가와 조언에서도 진심이 느껴졌다. 특히 자신의 재능을 충분히 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참가자에게 “중요한 순간입니다”라며 다시 한 번 상황을 인지시켜 주는 배우 이범수의 말 속에선, 따뜻한 배려와 그가 느끼는 안타까움이 전달됐다.
여기에 심사위원에 의해 오디션 당락을 결정하는 순간의 긴장감은 ‘기적의 오디션’의 재미를 한껏 끌어올렸다. 심사위원들의 “ooo씨의 꿈을 캐스팅 하겠습니다” 혹은, “캐스팅 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하며 당락을 결정할 때의 긴장감은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오디션 프로그램만의 묘미를 제대로 보여준 부분이다.
‘기적의 오디션’은 전체 16부 중 이제 막 1부만 방송됐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단 한 번의 방송에서 보여준, ‘기적’을 향해 자신의 꿈을 향해 모든 것을 쏟아내는 참가자들의 열정은 아름답다 느끼기에 충분했다.
첫 걸음을 내딛은 '기적의 오디션'이 단순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넘어, 그 자체로 '기적'을 이뤄가는 도전자들의 '드라마'가 되길 바란다. 또한 이들 도전자들로 한국 대중문화의 토대가 더 튼실해지길 기원해본다.
['기적의 오디션' 포스터(위)-방송 첫회에 등장한 참가자들. 사진=SBS]
강선애 기자 sak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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