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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차상엽 객원기자]VfL 볼프스부르크가 덴마크 1부리그 팀인 손더리스크 엘리테스포르트와의 평가전에서 0-2로 패하며 전지훈련 중 가진 평가전에서 첫 패배를 기록했다. 손더리스크가 덴마크 중위권 팀이라는 점에서 아쉬운 패배이긴 하지만 주전 골키퍼인 디에고 베날리오와 툰차이 산리 등이 아직 휴가중이고 독일 대표팀의 중앙 수비수인 아르네 프리드리히는 부상중인데다 구자철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수들은 최근에야 캠프에 합류했음을 감안하면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는 경기였다.
경기 결과에 대해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었지만 구자철에게는 나름대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경기였다. 볼프스부르크는 전반전과 후반전에 완전히 다른 11명의 선수들을 내세우며 선수들 전원을 고르게 활용했다. 말 그대로 ‘진정한 평가전’을 치른 셈. 이제 막 훈련 캠프를 차린 볼프스부르크와 달리 덴마크는 이미 약 2주전 새로운 시즌에 접어든 만큼 조직력이나 전력의 완성도가 높은 상태다.
경기에 나선 선수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날 경기에 기대감을 가진 쪽은 전반에 나선 11명의 선수들이었다. 주전 공격수 마리오 만추키치를 비롯해 마르셀 쉐퍼, 얀 폴락, 아쉬칸 데야가 등 주전급들을 대부분 전반에 기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전반전에 나선 선수들은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지 못했고 오히려 구자철이 출전한 후반전에 들어 한결 나은 경기력을 선보이며 마가트 감독의 마음을 흡족하게 했다.
언급한 대로 구자철은 최근에야 캠프에 합류했다. 현지 시간으로 29일에 평가전이 열렸지만 구자철은 28일 저녁에야 독일 북쪽 끝자락에 위치한 훈련 캠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일본 대표인 마코토 하세베를 비롯해 조수에 그리고 유소년팀에서 성인팀으로 호출된 플로리안 하르테르츠 등이 구자철과 함께 경기 하루 전날 밤에야 도착했다. 특히 구자철은 한국에서부터 장거리 여정을 마친 뒤 볼프스부르크에서 잠시 짐만 풀어놓은 채 하르테르츠와 함께 구단 차량을 이용해 곧바로 하노버 공항으로 향해 브라질서 복귀하는 조수에와 합류했다. 이후 다시금 차량으로 함부르크까지 이동해 이번에는 일본에서 복귀하는 하세베까지 태워 그대로 훈련 캠프로 향했다. 구자철 뿐만 아니라 하르테르츠를 제외한 3명은 모두 장거리 비행 이후 다시 차량으로 긴 이동을 한 뒤였던 셈이다.
구자철을 포함한 이들 4명은 평가전에서 모두 후반전에 출전했다. 이들 외에 올시즌 새롭게 팀에 합류한 스르단 라키치, 파트릭 옥스 등이 모두 후반에 모습을 드러냈다. 선수 구성상 후반보다는 전반에 더 신경을 썼음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후반들어 볼프스부르크는 전반에 비해 훨씬 짜임새 있는 공격력을 과시했다. 특히 구자철이 라키치와 함께 투톱으로 기용됐고 구자철은 라키치보다 조금 처진 쪽에 자리하며 공격에 치중할 수 있었다. 독일 대표 경력을 가진 최전방 공격수 파트릭 헬메스를 오히려 미드필더로 내리고 구자철을 투톱으로 기용한 마가트였다. 수비에 대한 부담을 던 구자철은 후반 6분 결정적인 득점 찬스를 맞았지만 간발의 차이로 기회를 놓쳤고 9분에는 하세베의 크로스를 받아 발리 슛을 날렸지만 아쉽게 빗나갔다. 구자철과 하세베를 축으로 활발한 공격을 선보였던 볼프스부르크는 하지만 후반 24분 두번째 골을 허용하며 추격 의지가 꺾였다. 전반 종료 3분전 실점을 허용한 뒤 0-2가 되는 순간이었다.
비록 점수차가 더 벌어지긴 했지만 구자철, 라키치, 옥스 등을 축으로 한 볼프스부르크의 공격은 인상적이었다. 상대팀 골키퍼의 선방과 골대를 맞는 불운만 없었다면 득점을 기대해 볼만한 장면들이 적지 않았다. 이들 3명이 활발하게 공격진을 이끌었고 하세베가 간간이 좋은 패스를 연결해 주면서 볼프스부르크의 공격진은 활기를 띠었다. 헬메스보다 구자철을 투톱으로 기용한 마가트의 용병술이 결과적으로는 득점을 만들어 내지 못했지만 대부분이 피곤한 상태에서 경기에 임했음을 감안할 때 내용상으로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어낸 셈이다. 구자철에게 수비적인 부분보다는 공격쪽에 더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마가트의 일차적인 실험에서 일단 구자철은 합격점을 받은 셈이다.
경기 후 마가트는 전후반 각각 공격수를 맡았던 만추키치와 라키치의 플레이를 칭찬하는 한편 이례적으로 후반전에 출전한 구자철과 하세베의 이름을 거론하며 훌륭한 플레이를 펼쳤다고 평가했다. 구자철에게는 페널티 에어리어 내에서의 좋은 움직임을 특별히 칭찬하기도 했다.
다음 시즌 볼프스부르크는 도약을 노리고 있다. 올시즌 치열한 강등권 싸움을 펼쳤지만 다음 시즌에는 2009년 우승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의지다. 당시 우승 감독이었던 마가트가 시즌 개막을 함께 한다는 점에서 기대감도 크다. 첫 평가전 출전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구자철은 다음 시즌 확실하게 나은 모습을 보여야만 하는 입장이다. 올시즌 아시안컵 출전으로 인한 피로와 낯선 무대에 대한 첫 도전이었다는 방패막이 있었지만 다음 시즌에는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만 한다. 첫 단추를 잘 끼운 구자철은 다가오는 7월 4일 0시(한국시간)손흥민의 소속팀인 함부르크 SV와 평가전을 치를 예정이다.
[사진 = 볼프스부르크 홈페이지, 왼쪽부터 구자철, 하르테르츠, 조수에, 하세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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