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야구를 잘 알려면 서른 살이 넘어야 돼"
7월 5일 SK 와이번스와의 선두싸움을 앞둔 삼성 라이온즈의 류중일 감독이 말문을 열었습니다. "올 시즌 잘 하고 있는 선수들 쭉 적어봐, 서른 넘은 선수들이 대부분일거야" “나도 37살까지 선수생활을 했지만 30, 31, 32살에 정말 야구가 재미있었어”라며 “대학 갓 졸업한 23,24,25살에 시행착오를 통해 아프면서 성장하는 과정을 겪는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서른 즈음에서야 야구에 맛을 알아가 시작해 5년 정도 비로소 야구를 진짜 즐길 수 있다고 했습니다.
축구나 씨름과 다르게 야구는 체력 소모가 비교적 크지 않기 때문에 서른 즈음에 연륜이 빛날 수 있다는 거죠. 갓 서른을 넘긴 정근우, 박용택, 이대호, 추신수 선수 등이 한창 잘하고 있는 것도 그러한 이치라고 했습니다. 그 때가 되면 위로 선배도 몇 명 없어 책임감도 생기고, 스스로 중심을 잡으며 ‘내 야구’를 하는 경지에 가까이 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뭔가를 알게 될 때 즈음 순발력이 떨어져서 그만둬야 하는 시기가 오는 것이 바로 ‘야구’ 랍니다.
이날 선발 라인업에 포함됐던 서른 살의 채태인 선수가 경기 전 수비훈련을 하다가 쓰러졌습니다. 2군에서 복귀한 후 타격감이 좋았고 평소에도 "삼성의 주전 1루수는 채태인이다"라고 말하곤 했던 류중일 감독은 “3번 타자, 1루수로 출정예정이었다”며 당혹스러움과 근심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다음 날 서른 넷 신명철 선수가 일을 냈습니다. 부상 공백을 메우기 위해 2군에서 갑작스럽게 올라와 6회 2:5로 뒤지던 상황. 무사 1,2루 상황에서 번트 대신 SK 매그레인의 투심 패스트볼을 잡아당겨 동점 3점포를 터뜨렸습니다. 그리고 삼성은 역전승을 거뒀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자신감이 생기면 아무리 아파도 선수들이 참고 해요. 하지만 팀 순위가 하위일 때는 작은 부상도 엄청 아프게 느껴진다니까”라며 웃는 류중일 감독. 요즘 선수들의 무서운 뒷심은 이기는 야구의 재미를 알게 됐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야통(야구 대통령)이라는 별명은 올해 우승하고 내년에 불러주세요"라며 손사래를 치는 그이지만, 그는 아무래도 야구가 얼마나 재밌는지 잘 아는 것 같았습니다.
이제 막 야구에 입문한 새내기 아나운서에게 야구는 ‘아리송’ 그자체입니다. 그렇다면, 방송을 잘 아는 날이 제게도 올 수 있을까요? 또, 사랑과 인생을 아는 나이는 언제쯤일까요? 아마 어른들 말씀처럼 ‘평생 모르는게 약’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야구의 참 맛을 알고, 성실하게 야구 인생을 일궈가고 있는 서른 즈음의 선수들을 응원합니다. 파이팅!
김용우 기자 hilju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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