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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하진 기자] 올블랙으로 차려입은 김연아가 단상으로 올라선다. 김연아를 향해 전 세계의 눈이 몰려 있다. 지켜보는 이들마저도 절로 침이 꿀꺽 삼켜진다. 김연아가 드디어 입을 연다.
"한국 동계 스포츠 선수들은 올림픽 꿈을 이루기 위해 지구 반 바퀴를 돌아 연습해야 합니다. 제 꿈은 제가 누렸던 기회를 새로운 지역의 재능 있는 선수들과 나누는 것입니다. 평창 2018은 이것을 도울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김연아는 위원들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 한마디를 던진다.
"제가 '친애하는 IOC 위원 여러분, 제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주시고 다른 이들을 고취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신 것에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허락해주세요"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평창은 1차 역대 최다 득표를 하며 3번의 도전 끝에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게 됐다. 더반도 기쁨의 환호성으로 가득찼고 이를 지켜보던 한국도 떠들썩했다. 그러나 모두가 기뻐하고 있을 때 눈시울이 붉어진 이가 있었다. 바로 김연아였다.
시간을 거슬러 한국에 봄기운이 감돌던 4월 말,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김연아의 컴백무대가 될 피겨세계선수권대회가 치뤄졌다. 당시 모스크바까지 동행했던 평창 유치 위원회 관계자는 "연아가 좋은 성적을 내주면 좋을 텐데…"라며 기대감을 걸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홍보대사 1호인 김연아가 이번 대회에서 내는 성적도 평창 유치에 좋은 이미지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대회에서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 '지젤'로 보란듯이 1위를 차지해 '피겨 여왕'의 귀환을 알렸다. 다음 날인 프리프로그램에서는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오마주 투 코리아'를 선보였다. 처음으로 아리랑 등 한국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시도한 김연아는 얼음 위를 아름답게 수놓으며 한국을 알렸다. 아쉽게도 점프에 실수가 있었지만 김연아만의 예술성으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대회가 끝난 당일, 김연아의 머릿속은 이미 평창 유치로 가득했다. 단상에서 아쉬움의 눈물을 보였지만 진작 털어버리고 이제 자신이 해야할 일에 집중하게 된 것이다.
아직 어리다면 어린 만 20살. 대회가 끝나고 소녀처럼 여행을 가보고 싶다던 김연아는 유치 활동으로 방문해야 할 스위스와 남아공 더반 등의 나라를 가 볼 생각에 잠시나마 설레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설렘도 잠시, 김연아는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평창은 이번이 3번째 도전이다. 그동안 계속 준비를 했기 때문에 (준비를 했던) 그 어느 나라보다 안타깝다"고 전했다.
이어 "세계선수권을 치르면서 평창 유치 행사에 가지 못했지만 경기를 치르면서 얻은 것 또한 그게 선수로서 가장 큰 도움이 되었을 것"라고 덧붙이며 자신의 경기 내용 조차도 평창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당시 가장 주목을 받았던 것은 평창 유치의 라이벌인 독일 뮌헨의 홍보대사로 나선 카트리나 비트였다. 둘다 같은 피겨 선수라는 점과 신구 피겨 여왕들의 대결에 언론의 관심이 모아졌다. 하지만 현 '피겨 여왕'은 담담했다.
"어떻게 우연치 않게 두 피겨 선수가 각 나라를 대표로 경쟁을 하게 되서 다른 피겨인들이 보기에도 흥미로운 것 같아요. 하지만 평창 유치는 나와 비트만의 싸움이 아니기 때문에 라이벌 관계를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그랬던 김연아는 세계선수권대회가 끝나기 무섭게 평창 유치에 올인했다. 평창 유치는 이미 3월 세계스포츠기자 총회를 참석하면서 시작된 것이었지만 대회 끝나고 일정이 더욱 중요했다. 평창과 스위스 로잔, 토고 등을 방문하며 평창 유치를 위해 힘썼다.
CF에서도 '평창'을 외쳤고 자신의 트위터 등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것에 평창 유치를 호소했다. 그리고 결국, 남아공 더반에서 3년만의 쾌거를 달성하게 됐다. 자신의 대회 성적과 이미지 등 모든 것을 평창 유치에 쏟은 김연아가 흘린 눈물이 더욱더 감격스러운 것도 이때문이다.
피겨로 전국민들을 감동시킨 것에 이어 이번엔 나라의 중요한 행사를 이끌어낸 김연아는 국가 대표를 넘어서 이제 국민 영웅으로 올라섰다. 이제 김연아는 IOC 위원급의 파워를 자랑하게 된 것이다. 사실 김연아를 향해 그간 'IOC 위원이 되어보지 않겠느냐'라는 제의가 많았다. 이같은 주위의 권유에 김연아는 뭐라고 대답했을까.
"많은 분들이 '나중에 IOC위원이 되어야한다'라는 이야기 정말 많이 해주세요. 하지만 그런것까지 생각하기엔 너무 어리지 않나 싶어요. 선수 생활을 마친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런것까지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피겨 여왕'에 이어 '국보소녀'까지 등극한 김연아. 큰 업적을 달성한 김연아가 앞으로 수놓을 은반, 그리고 김연아 뿐만 아니라 겨울 스포츠로 많은 이들의 꿈을 이루는 무대가 될 평창 모두가 기대된다.
[김연아. 사진 = gettyimagesskorea/멀티비츠]
김하진 기자 hajin0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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