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그의 승리를 팀이 지켜주지 못했지만 팀의 승리를 지켜내는 그의 모습을 어찌 눈물겹다고 표현하지 않을 수 있는가.
LG 외국인투수 벤자민 주키치는 선발투수다. 그런데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펼쳐진 한화와의 3연전에서 2경기나 모습을 드러냈다. 3연전 중 첫 경기인 지난 5일에는 선발투수로 나섰고 이틀 뒤인 7일 경기에서는 소방수로 변신해 승리의 종지부를 찍었다.
LG는 '진짜 경기를 마무리해줄 투수'가 필요했다. 6일 대전 한화전에서도 박현준을 구원투수로 투입시켰고 이병규(9번)의 역전 만루포에 힘입어 4연패에서 탈출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박현준은 3⅓이닝 동안 44개의 공을 던져 다음날인 7일 경기에서는 투입할 수 없었다. LG의 또 다른 깜짝 카드는 주키치였다.
3-1로 앞선 8회말 주키치가 마운드에 올랐다. 이틀 전 123개의 공을 던진 투수가 팀을 위해 마운드에 오른 것이다. 그것도 1이닝이 아닌 2이닝을 책임져야 했다. 주키치는 2이닝 동안 피안타 없이 한화 타자들을 꽁꽁 묶으며 팀 승리를 지켜냈다.
주키치는 최근 유독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주키치의 마지막 승리는 6월 7일 잠실 한화전(6⅔이닝 무실점 탈삼진 10개)에서 기록한 것으로 한달이 넘도록 승리투수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주키치였다.
주키치는 6월 17일 잠실 SK전에서 7⅔이닝 4피안타 1실점 탈삼진 11개로 호투했음에도 9회초 구원투수들이 4연속 밀어내기 볼넷으로 SK에 역전을 허용해 승리가 날아갔고 6월 28일 잠실 삼성전에서는 8이닝 3피안타 2실점(1자책)으로 잘 던졌지만 역시 구원진이 1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해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지난 5일 대전 한화전에서도 8이닝 6피안타 무실점 탈삼진 8개로 호투를 펼쳤지만 주키치의 승리는 없었다. 9회말 동점을 내줬기 때문이다.
LG 마무리 부재의 가장 큰 피해자라 할 수 있는 주키치가 팀의 난제를 극복하기 위한 임시 타개책으로 나서 임무를 완수하는 것을 보고 전후사정을 떠나서 감동을 느끼지 않는 팬이 있을 수 있을까. 그것도 선발투수로서 완전한 휴식을 취하지 않은 상황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세이브를 거두는 모습은 '에이스'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다.
이러한 주키치의 모습은 곧 LG의 현실이기도 하다. 주키치가 3연전 중 2경기에서 선발과 마무리를 동시에 수행한 것은 분명 안타까운 일이다. 문제는 여전히 대안이 없어 앞으로의 상황이 예측 불허라는 것이다. 똑같은 상황이 다시 오면 LG는 또 주키치의 이름을 떠올릴지 모른다. 주키치의 분투는 그래서 눈물겹다.
[주키치. 사진 = 마이데일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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