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종합
일본 'TV아사히' 간판 뉴스 프로그램이 김연아 연설 내용을 왜곡
일본 공중파 방송인 '아사히 TV'가 김연아의 평창 동계올림픽 연설 내용을 왜곡 보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월~금 9시 50분에 방영하는 TV아사히의 간판 뉴스 프로그램인 '보도 스테이션'이 김연아의 평창 올림픽 유치를 위한 연설 내용을 왜곡 보도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의 7일 방송에서는 한국 평창의 2018년도 동계올림픽 유치 성공 소식을 다뤘고, 이날 새벽 남아공 더반 IOC 총회에서 2018년 올림픽의 평창 유치가 결정됐을 당시의 영상이 방영됐다. 이 영상에는 김연아 선수가 연설하는 모습도 포함돼 있었다.
문제가 된 것이 바로 김연아 선수의 연설 영상이다. 15초 남짓 방영된 김연아 선수의 영어 연설 영상의 자막이 실제 언급된 것과 차이가 있었던 것.
이날 방영된 부분에서, 그녀는 영어로 이 같이 언급했다.
보도 스테이션이 영상으로 내보낸 김연아 연설 부분:
"Thank you dear IOC members for providing someone like me the opportunity to achieve my dreams and to inspire others."
이 문장은 "저에게 제 꿈을 성취할 수 있는,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 IOC 위원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정도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TV아사히 '보도 스테이션'이 이 장면에서 내보낸 자막은 매우 달랐다.
보도 스테이션이 내보낸 자막 내용이다.
"이 자리에서 IOC 위원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제 꿈을 이루기 위해 다른 도시보다도 (평창을) 응원해달라."
영어 원문과는 너무도 다른 표현이다. '다른 도시보다', '응원해주세요' 등 김연아가 전혀 언급하지 않은 부분도 포함돼 있다. '왜곡'이라고 지적해도 무색하지 않을 수준이다.
이 때문에 TV아사히의 왜곡 보도를 발견해낸 한국 네티즌들도 크나큰 분노를 나타냈다. 이번 왜곡 보도에 대한 글이 게재된 DAUM 카페 '한류열풍사랑'과 디시인사이드 갤러리에는 TV아사히의 보도 내용을 크게 비난하는 댓글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번역 실수였을까?
그러나 번역 실수라 하기엔, 김연아 선수의 연설 내용과 자막 내용이 판이하게 다를 뿐 아니라, 언급하지 않는 내용마저 첨가돼 있다. 더구나 일본 공중파 방송의 간판 프로그램이 중고등학교 영어 수준의 문장에서 실수를 할 리는 만무하다.
김연아 연설의 전체적 내용은 분명 '평창에서 올림픽이 열려야 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다. 이 때문에 짧은 화면 속에 많은 내용을 담길 원하는 제작자가 의도적으로 이 같이 편집했을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이 같은 편집이 매우 잘못됐다는 것이다. 마치 김연아가 이 말을 직접 언급한 것처럼 편집한 것은, 있는 그대로 전해야 하는 언론의 자세로서 옳지 못하다.
'다른 도시보다', 혹은 '내 꿈을 위해'라는 단어는 자칫 잘못하면 김연아 선수를 독선적이고, 자신의 욕구나 희망을 노골적으로 내비치는 인간으로 곡해할 수도 있다. '보도 스테이션'의 자막은 마치 평창 올림픽이 김연아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유치되어야 한다는 뉘앙스마저 풍긴다.
악의가 있었든 없었든, 매우 부적절한 처사였다고 할 수 있다.
도대체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들어 보고자, TV아사히 측에 전화를 걸어보았다.
홍보국 직원에게 전화를 건 이유를 설명하고, 보도 스테이션 관계자 측과 통화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 그러나 연결이 좀처럼 되지 않았다.
기자가 "김연아 PT 영상의 자막이 잘못됐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TV아사히 측은,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대답했다. 홍보국 직원은 시간이 걸릴 듯 하다며 20분 후에 다시 연락을 달라고 했고, 정확히 20분 후에 기자가 재차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결국 답변을 듣지 못했다. 오늘은 '주말'이기 때문에 응답할 수 없다며, 월요일에 다시 연락을 달라고 했다.
하지만 기자는 오히려 이같은 TV아사히 측의 답변이 더 의문스러웠다. 그럼 아까 확인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대답한 사람은 과연 누구였단 말인가. 기자가 걸었던 전화번호는 동일한 홍보국 번호인데 대답하는 내용은 시차별로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일단 기자는 월요일에 답변을 다시 듣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김연아에 대한 영어 연설 왜곡이 편집상의 실수인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악의에 찬 자막을 넣은 것인지 월요일에 다시 확인해 보면 그 진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지호 기자
마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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