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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강선애 기자]드라마를 보다 보면 극에 몰입하다가 확 깰 때가 여러 번 있다. 연기자의 ‘발연기’ 를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경우나 의도치 않은 옥에 티가 눈에 띈 경우가 그렇지만, 가장 흔하게 그리고 자주 극의 몰입을 방해하는 것은 바로 연기자들의 ‘화장’이다.
연기자에게 화장은 필수다. 더 예쁘고 멋있게 보이기 위함은 물론이고, 극의 캐릭터를 표현하거나 상황에 맞추기 위해 화장은 꼭 필요하다. 그런데, 자는 장면에서도 꼭 그렇게 진한 화장을 해야만 하는 것일까?
지난 9일 방송된 SBS 주말극 ‘신기생뎐’에서 극중 신효리(이상미 분)는 사위 카일(마이클 블렁크 분)의 부름에 자다가 깨서 주방에 나갔다. 그 시간이 새벽 4시경. 그러나 신효리의 눈은 색조화장까지 완벽하게 된 상태였고 심지어 입술은 립글로즈 때문인지 반짝였다.
또 자기 전 침대에 누워 남편의 무서운 이야기를 듣는 차라리(김혜정 분)도 눈꼬리를 그려 올린 아이라인이 고왔고(?), 역시 침대에 누워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는 한순덕(김혜선 분)도 진한 화장을 한 상태였다.
연기자들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화장은 ‘신기생뎐’ 뿐 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드라마 속 다수의 연기자들이 자는 신에 화장을 한 채 임하고 있다. 심지어 극중 등장인물이 혼수상태에 빠져 병원에 누워있을 때도 얼굴에는 진한 화장이 덮여있다.
이런 연기자들의 진한 화장은 시청자의 극 몰입에 큰 걸림돌이 된다. 드라마를 보다가 ‘어? 저 사람은 잘 때도 화장을 엄청 진하게 하네?’라는 생각을 잠깐이라도 하게 된다면, 이미 그 순간은 극의 등장인물이 아닌 연기자 그 자체로, 자는 신이 아닌 ‘자는 척’하는 신이 돼버리는 것이다.
‘국민 엄마’라고 불릴 정도로 엄마 역을 많이 맡고 있는 중견배우 김해숙. 그는 자는 장면을 촬영할 때 진짜 화장을 지운다. 지난해 방영된 SBS ‘인생은 아름다워’에 출연했을 때도 그랬다. 잠자리에 들어가기 전 남편 양병태(김영철 분)와 대화를 나눌 때도, 딸 양지혜(우희진 분)의 산통 소식에 헐레벌떡 잠자리를 박차고 나갈 때도 김민재(김해숙 분)는 화장기 없는 모습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시청자는 배우 김해숙이 아닌, ‘인생은 아름다워’에 존재하는 엄마 김민재로 극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
꼭 화장을 다 지우라는 말이 아니다.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진한 화장은 자제하자는 것이다. 민낯이 아닌데도 민낯으로 보이도록 할 만큼 화장기술이 날로 발전하고 있는데, 극 몰입을 방해할 정도로 자는 장면에 진한 화장이 필요한 걸까?
[위부터 자는 장면에 진한 화장을 한 '신기생뎐' 이상미-김혜정, 화장을 지운 '인생은 아름다워' 김해숙. 사진=SBS 방송캡처]
강선애 기자 sak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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