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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내 집 장만. 이제 그 꿈이 이루어진다. 집 없는 가족들의 리얼 토너먼트. 살아남은 단 한 가족에게는 '꿈의 주택'이 주어진다"
10일 첫 방송을 시작한 MBC '집드림'의 기획의도다. '집드림'은 2400여 무주택 가족 중 심사를 거쳐 선발된 16가족을 대상으로 '세계의 집과 가족'에 관한 퀴즈 토너먼트를 통해 최종 우승 가족에게 수도권에 위치한 3층 규모의 '집드림 1호 주택'을 제공한다.
'집드림' 제작진은 '내 집 장만'이 간절한 무주택 가정들의 열망을 실현시켜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방송이 시작하자마자 시청자들의 비난이 빗발쳤다. 시청자들은 '집드림'을 희망을 이용한 시청률 장사로 바라보고 있다.
'집드림'은 단순하게 생각하면 가족들이 나와서 겨루는 퀴즈프로그램일 뿐이다. 지금껏 수 차례 방송돼 온 여러 퀴즈프로그램과 다를 바 없다. 다만 상품이 냉장고나 현금이 아니라 상상도 못했던 집이란 것이 차이점이다.
일단 집을 상품으로 내걸고 퀴즈를 푼다는데 시청자들은 놀랐다. 하지만 '집드림'을 향한 비난의 요지는 '결국 한 가족만 집을 얻게 되는데 떨어진 나머지 15가족이 느낄 절망은 어쩔 셈이냐'하는 것이다.
프로그램에 소개된 16가족의 면모를 살펴보면 제작진이 감동 유발을 노렸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방글라데시에서 입양해 온 딸이 있는 가족, 함경북도에서 온 새터민 가족, 이혼한 동생의 자녀들과 함께 살고 있는 한지붕 두자매 가족 등 본선 진출 가족들의 사연은 다들 구슬프다. 몇몇 가족은 본선 진출 가족으로 선정된 것만으로도 눈물 흘렸다.
'집드림' 참가 가족들의 사연이 절실한 만큼 지켜보는 시청자들도 각 가족들에게 감정 이입될 수 밖에 없다. 각 가족들의 사연에 같이 눈물 흘리고 꼭 우승할 수 있기를 바라게 된다. 이는 제작진이 의도한 바 그대로다.
하지만 제작진의 이 같은 의도는 결국 제작진을 향한 원망과 비난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시청자들이 각 가족의 사연에 함께 안타까워하는 상황에서 매주 퀴즈 토너먼트라는 지극히 단순하고 잔인한 방법으로 가족들을 하나 둘 떨어뜨린다면 이러한 방식을 채택한 제작진을 비난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또 '집드림'은 10주 동안 최종 우승 가족을 뽑는다. 10주간 우승의 꿈에 부풀었을 한 가족이 마지막 순간 다른 가족에게 우승을 빼앗겨 눈물 흘리는 모습이 화면에 나왔을 때, 어떤 시청자도 감동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그 가족에게 절망을 안겨줄 뿐이며 제작진을 향한 원망만 높아질 것이 뻔하다.
'집드림' 1화에서 '가족선정위원회'의 강학중 가정경영연구소장은 "집을 드리는 프로그램이지만 희망과 꿈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집드림'은 희망을 얘기했지만 10주 후 참가 가족들이 느낄 절망이 크게 우려된다.
['집드림'의 이경실, 임성훈, 김구라(위 왼쪽부터)-강학중 가정경영연구소장. 사진 = MBC 제공-MBC 화면 캡쳐]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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