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경민 기자]베일 벗은 ‘고지전’ 아쉬움 남는 ‘그냥’ 전쟁 영화.
‘영화는 영화다’와 ‘의형제’ 등으로 충무로의 최고 흥행 감독 대열에 이름을 올린 장훈.
그가 만들어내는 비주얼은 독특한 세계관을 창출했고, 의형제에서 보여준 남북 관계에 대한 주제 의식은 새로운 대형 감독의 탄생을 예고했다.
그런 그가 ‘공동경비구역JSA’(이하 JSA)와 ‘선덕여왕’ 등을 집필한 박상연 작가와 손을 잡고 새로운 전쟁 영화를 선보인다 했을 때, 한국 영화계는 큰 기대를 했다.
순 제작비만 100억이라는 엄청난 자본 투입에 11년 전 ‘JSA’에서 발군의 연기력을 선보이며 세월이 흐른 지금 충무로의 대표적인 연기파 배우로 부상한 신하균과 대표 꽃미남 고수의 투입, 고창석, 류승룡, 김옥빈, 류승수 등 비중 있는 조연의 출연 등 외형상 ‘고지전’은 너무나 화려했다.
특히 신하균과 고수 두 주연배우는 다른 영화를 홍보할 때도 ‘고지전’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너무나 고생하고 찍고 있으며 너무 기대가 크다”는 이야기를 두 사람은 한입으로 표현했다.
그런 ‘고지전’에 대한 궁금증은 갈수록 커져갔고, 내부 시사를 거친 ‘고지전’이 7월 20일을 최종 개봉일로 잡으면서 “잘 나왔다”는 소문이 돌면서 그 기대감은 극에 달했다.
거액이 투자된 작품답게 ‘고지전’은 전쟁 영화의 백미인 ‘볼거리’에 치중한다.
직접 산을 깎아 만든 참호와 벙커, 고증에 충실한 국군과 인민군의 장비, 그리고 전봇대를 박고 와이어를 설치해서 카메라를 장착해 선보일 수 있었던 생생한 현장감은 블록버스터 답다고 할 수 있다.
애록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구릉을 오르는 국군의 모습이 풀샷으로 조명될 때는 이전 한국 전쟁 영화에서는 볼 수 없던 엄청난 스케일을 보여준다. 이 정도면 한국 전쟁 영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볼거리에 치중해서 일까? ‘고지전’은 스토리에서는 아쉬움을 남긴다. 박상연 작가의 11년 전 작품인 ‘JSA’에서 느낀 감동을 다시 한번 추억하기에는 그 모자람이 크다.
당초 ‘고지전’은 예고편을 통해 동부전선 최전방 애록고지에서 벌어진 중대장 살인사건을 놓고 국군과 인민군의 내통 사실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방첩대 중위강은표(신하균 분)와 악어중대 중위 김수혁(고수 분)가 벌이는 ‘JSA’급의 허를 찌르는 인과관계를 예고했다.
당초 이념을 놓고 대립을 예상하게 한 ‘고지전’의 주된 스토리 플롯은 초중반부 “전쟁과 인간”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서 복잡하게 꼬이기 시작한다. 초반 ‘JSA’로 시작했다면 ‘플래툰’이 베트남전을 통해 던졌던 전쟁과 그 속의 인간성, 그리고 반전(反戰)에 대한 이야기를 ‘고지전’도 던진다.
장훈 감독 또한 “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전쟁은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밝힌다. ‘반전’에 대한 이야기가 전쟁영화의 단골 손님이고, 모든 전쟁 영화에 대중들이 바라는 것이 반전의식이라면 ‘고지전’은 잘 만든 훌륭한 전쟁 영화다.
하지만 장훈 감독과 박상연 작가가 만난 ‘고지전’에 대한 기대가 커서일까? 기대 끝에 만난 ‘고지전’에서는 11년 전 만들어진 ‘JSA’가 허술한 고증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에게 큰 충격을 선사했던 주제 의식과 메시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우리가 동서양 전쟁영화에서 수도 없이 볼 수 있었던 반전의식을 다시 한번 나열하는데 그쳤다.
‘고지전’은 할리우드 전쟁 영화를 보면서 “왜 우리는 저렇게 못 만드냐?”고 말해온 관객들에게 한국 전쟁 영화사의 새 지평을 썼다고 불릴 만큼 최고의 작품이다. 전쟁의 허무함과 그 속의 인간의 모습을 잘 그려냈다. 하지만 그 이상을 바랬다면 아쉬움이 남는다.
[사진 = 쇼박스㈜미디어플렉스]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