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도심을 질주하며 장애물을 요리조리 피해 달리는 오토바이 한 대. 영화 '퀵'은 화려한 질주신으로 오프닝을 연다.
제작비 100억원, 4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만들어진 이 영화는 외적인 면에서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초반 도심 질주신과 연쇄추돌신이 전달해주는 긴장감은 생각보다 꽤 손에 땀을 쥐게 하니까. 이외에도 영화 곳곳 폭발물이라는 장치가 심어져있고, 급기야 까딱하면 주인공의 머리가 터진다는 설정은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퀵'이 표방한 스피드 액션 블록버스터와 동류인 프랑스 영화 '택시'와 할리우드 영화 '스피드'를 떠올려보면, 달리고 터지는 장면들은 크게 부족한 점이 없다. 오히려 이국적이나 낯선 공간적 배경이 아닌 명동, 서울역, 인천 공항철도, 영종도 해안도로, 강남 교보빌딩 등의 익숙한 거리의 등장은 반갑기까지 하다.
할리우드와 도무지 비교할 수 없는 한국 영화계의 여러 시스템적 결함은 차치하고, 언론 시사회 현장에서 조범구 감독이 밝혔듯, 이제 실력만으로는 한국 스태프들 역시 할리우드의 그것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 '퀵'의 기술은 영화 '해운대'로 제29회 영화평론가협회와 제5회 대한민국 대학영화제에서 촬영상을 수상한 김영호 촬영감독과, 영화 '국가대표'로 한국영화평론가협회에서 기술상을 수상한 홍장표 특수효과 감독이 맡았다.
또 고창석, 김인권의 코믹 콤비 연기가 적재적소에 배치돼 웃음으로 영화의 긴장감을 완충시킨다. 애드리브로 이뤄졌다는 일부 장면들은 기발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퀵'의 결함은 도리어 시리즈물로의 발전을 위해 그렇게 강조했다는 주인공 캐릭터에 있다. 배우의 연기력과는 별도로 등장 캐릭터들에게는 '계속 보고싶어 지는 매력'이 부족하기 때문.
폭주족 학창시절을 지나 오토바이에 미친, 속도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퀵 서비스맨 기수(이민기 분)는 춘자(강예원 분)의 미래를 위해 돌연 결별을 선언한다. 이후 춘자는 아롬으로 이름을 바꿔 아이돌 가수가 되고 기수의 폭발물 배달사고에 우연히 휘말리게 되며 두 사람 사이 러브라인도 재기의 기회를 맞게 된다.
그러나 달리기만 하던 두 사람이 어느 새 목숨까지 바꿀만큼 절절해지는 대목은 쉽사리 공감이 가지 않으며 무엇보다 영화의 긴장도를 최고조시킨 클라이맥스 장면, 기수가 자신의 우연한 실수를 깨닫게 되는 중요한 장면도 큰 의미 없이 스쳐지나가고 말아 아쉬움이 느껴진다.
[사진=CJ E&M 영화부문/㈜JK필름]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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