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병진, "12년전 사건 이후, 자살하려고 했다" 충격 고백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주병진(52)이 과거 억울한 사건으로 대중과 멀어진 이후 자살까지 생각했다고 말했다.

13일 방송된 MBC '무릎팍도사'에는 주병진이 출연해 그간 털어놓지 못하던 과거사를 고백했다.

주병진은 지난 2000년 강간치상 혐의로 기소된 뒤 2002년 7월 무죄 판결을 받기까지의 긴 시간에 대해 "죽을 뻔 했다. 어떤 사람은 죽었을지도 모른다. 지금까지의 삶 중에서 그렇게 무서운 시기를 보낸 경험이 없었다. 답답한 사람들이 진실을 얘기하기 위해 뭐라도 꺼내겠다고 하는데 그 말이 그렇게 이해갔던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진실을 주장했지만 그런 것이 소용없는 분위기였다. 그 당시 휘몰아쳐가는 분위기는 어느 누구도 불가항력이다. 법은 1심, 2심, 3심이 있어서 기회가 있다. 그런데 인터넷의 글들은 1심, 2심, 3심이 없다. 그 한 번으로 판결이다. 상대방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는다"며 대중의 악의적인 시선에 괴로웠음을 고백했다.

1심 당시에는 무죄 선고를 받지 못했던 주병진은 "그 때의 중압감은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마녀사냥식의 분위기로 빠져들었던 그 상황이 저로서는 숨조차 쉴 수 없는 상황이었고 저를 나락으로 떨어뜨리게 했다. 그 때 나를 옹호하고 편을 들면 뭇매를 맞는다"고 말했다.

주병진은 재판 기간동안 목격자를 찾아 지방으로 내려가는 등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줬던 동료 이성미, 박미선, 이경실 등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동료들이 끝까지 믿음을 갖고 쓰러지지 않도록 정신적으로 도움을 줬다. 어떤 분들은 딴따라들이 몰려다닌다고 치부하지만 그렇지 않다. 가장 힘들었을 때 옆에 있어줬다.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무죄 선고를 받게 되던 순간에 대해 "그 날, 저를 응원해 주고 진실을 믿었던 사람들이 선고가 내려지는 순간 동시에 함성을 질렀다. 깜짝 놀랐다. 너무 기뻤다. 진실을 밝혀서 이제는 원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면서도 "그런데 무죄 선고고 뭐고 없었다. 그냥 과거의 그 사건으로 인해 사람들의 손가락질이 계속 진행됐다. 사람들은 그 사건이 일어난 것만 알지 나중에 결론이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고 있다. 흥미를 잃은 사건이다. 사건은 대서특필되었지만 무죄 판결은 신문 귀퉁이에 조그맣게 나오거나 나오지도 않았다. 법정을 나서는 순간 날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또 다시 정말 긴싸움이겠구나 했다"고 밝혔다.

특히 주병진은 "12년이란 세월을 보내면서 이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그 사건이 12년 됐는지 여기 나오기 위해 자료를 보며 알았다"며 "자살하려고도 했었다. 굉장히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러한 기억들이 트라우마로 남아서 아직도 나를 괴롭히고 있다. 아직까지 악몽이 자주 일어난다. 공포스럽게 깰 때도 있고 잠을 들 수 없을 지경일 때도 있다. 씻을 수가 없다. 아물지 않고 강하게 남아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병진은 "제 안에 있는 한 사람은 죽어가는데 제 안에 있는 또 하나는 어떻게든 살려고 발악을 하게 되더라"며 "그래서 매일 시간만 나면 산에 가고 뛰고, 어떤 때는 아침에 일어나서 해질 때까지 아무 곳이나 사람들 없는 곳을 걷는다"고 밝혔다.

끝으로 주병진은 "내가 '무릎팍도사'에 나온다는 얘기를 듣고 정말 많은 분들이 내게 관심 가져주셔서 눈물나게 감사드린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무심한 글들을 아직도 쓰는 분들에게 말하고 싶다. 글이 무섭다는 것을 우리들이 이제 알 때가 되어야 한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다. 특히 연예인들이 많다. 이제는 나도 모든 것을 내려놓은 채 문 열고 나가고 싶고, 하늘을 바라보고도 싶고 다시 세상을 찾고 싶다"고 전했다.

[주병진. 사진 = MBC 화면 캡쳐]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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