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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의 스타★필]
배우 김정태는 12년 무명을 1박2일 만에 날려버렸다. '무릎팍 도사' 강호동은 정말 촉이 좋은 사람이었다. 강호동의 예언대로 김정태는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에 출연한 직후 국민적인 스타로 떠올라 예능, 드라마, 영화, CF 등 각종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 자고 일어나니, 국민 악역에서 국민 호감으로 바뀌는 극적인 성공을 이뤄내고 있는 것이다.
1999년 '이재수의 난'으로 데뷔한 김정태는 영화 '친구', '똥개', '해바라기', '마음이2', '체포왕' 등 16편, 드라마 '닥터깽', '불한당', '나쁜 남자', '싸인' 등 9편에 출연했다. 총 출연작 25편으로 배우 연차 12년에 비한다면 1년에 두 작품을 한 셈인데, 작품 수보다 김정태는 덜(?) 유명한 배우였다. 또한 맡은 역할 대부분이 걸쭉한 사투리나 살벌한 비속어를 하는 조폭, 건달, 양아치, 개도둑 등 음지형 인물들이었기에 그는 악역 전문배우로 낙인이 찍혀 있었다.
그런 그가 한 번의 예능 출연으로 대세로 등극한 데는 폭풍 입담과 함께 연기 외에 사람을 감동을 주는 다양한 재능이 큰 몫을 했다. 지난 4월 김정태는 MBC '놀러와'에 출연했을 당시 배우 외에 꿈꿨던 직업 3가지를 꼽았는데 그게 요리사, 가수, 시인이었다. 그런데 그는 실제로 '1박2일'을 통해 프로요리사 못지않은 실력으로 된장 칼국수를 맛있게 끓여냈고, 또한 영화 '방가방가'의 한 장면을 재연하며, '찬찬찬'을 구성지게 불러 출연진과 스태프들이 초토화됐다. 지난주에 출연한 KBS 2TV '승승장구'에서는 고등학교 때부터 시를 써왔고, 지금까지 자작시 200여 편을 써서 팬카페에 올리곤 한다며 의외의 면을 내비쳤다.
185cm 큰 키, 남자다운 강렬한 인상을 자난 그가 이런 섬세하고, 감성적인 면이 지녔다는 건 반전 매력으로 다가온다. 여기다 하는 말마다 빵빵 터트리는 예능감까지 겸비했으니 국민 대세가 될 수 밖에 없다. 긴 무명기를 거쳤지만 워낙 씩씩하고 싹싹해 줄곧 평탄했을 것 같지만 김정태는 대하드라마 못지않은 굴곡을 거쳐 왔다. 어릴 때 기사를 두고 육성회회장을 할 만큼 유복한 집안에서 자라났지만 부친의 사업 실패로 가난의 밑바닥까지 떨어져야 했고, 불우한 환경 탓에 험난한 사춘기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극한 상황에서도 연기에 대한 열정은 굽히지 않았다. 성치 않은 몸으로 촬영장과 병원을 오갔지만 작품마다 완벽하게 캐릭터에 몰입해 연기파 배우로 각인된 데는 남다른 노력이 뒷받침됐다. 국내외 연기 관련 논문은 다 모았다는 그는 주어진 배역은 아무리 단역이라도 여러 날을 세우고 연구에 몰두하는 치밀함과 열정이 있다. 자신만의 연기 X파일을 만들만큼 집요하고 지독하다.
실제 건달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많을 만큼 실감나는 연기를 펼치는 그는 비슷한 악역 캐릭터 속에도 다양한 스펙트럼의 연기를 선보여 왔다.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으며, 연기를 포기하지 않고 절박하게 매달렸던 시간은 오히려 약이 됐다. 요즘 출연하는 MBC '미스리플리'에서도 사랑하는 장미리(이다해 분)를 집요하게 괴롭히는 히라야마 역을 맡아 극의 긴장감을 증폭시키는 미친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다. 극 중에서 섬뜩한 악인이지만 실제 김정태는 19년 동안 연애하고 결혼할 만큼 순정파다. 마흔이 넘어 얻는 소중한 아들 지후는 최고의 보물인 자상한 아빠다.
악역이라는 한정된 배역에 가두기엔 너무 아까운 연기력과 끼를 지닌 김정태. 단 한번의 예능으로 벼락 스타덤에 올랐지만 이제는 다양한 연기를 펼치는 진짜 배우로 계속 보고 싶다. '시금치 같은' 매력으로 지녔다는 배우 지성의 표현대로 진실된 연기와 진솔한 삶으로 힘과 용기를 주는 배우로 남길 기대해본다.
[김정태. 사진 = KBS 방송캡쳐, 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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