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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참 뻔뻔하다. 스페셜 방송을 한다고. 이게 대형 방송사고지. 어떻게 한회 완성분도 확보하지 못해 연기자에게 작은 문제만 생겨도 드라마 사고가 날까. 대중문화 선진국이라고 떠들지나 말지. 한류의 슬픈 이면이지.”
드라마 한 관계자가 주연배우 박신혜가 교통사고를 당한 뒤 그녀가 출연하고 있는 MBC 수목드라마 ‘넌 내게 반했어’가 방송되지 못하고 하이라이트 방송으로 대체된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한 말이다.
박신혜는 지난 18일 오후 11시 30분께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복정동 사거리 부근 외곽순환도로 나들목에서 타고 있던 자동차가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사고를 당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당시 큰 외상이 없어 치료 후 퇴원했고 현장에 복귀했지만 근육통을 호소해 다시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았으며 현재 입원중에 있다. 이 때문에 '넌 내게 반했어'는 21일은 방송되지 못하는 방송사고가 발생하고 하이라이트 영상을 구성한 것을 내보낸다.
이제 이같은 드라마 결방사고는 특별한 일도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방송사고라 표현하는 대신 스페셜 방송을 내보낸다는 황당한 표현까지 서슴치 않는다. 지난 1월 25일 SBS에서 방송하고 있던 드라마 '아테나'가 결방됐다. 촬영 도중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던 정우성과 정찬우가 부상을 당한 것이 결방의 이유였다. 일일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은 주연배우 황정음이 신종플루가 걸려 일주일 동안 방송되지 못하고 스페셜 방송을 내보내는 초유의 방송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한류를 일으키며 대중문화 강국이라고 자부하는 대한민국의 드라마 제작 현실이다. 단 한회분도 완성분을 확보하지 못해 연기자나 제작진에 조그마한 문제가 생겨도 드라마를 내보내지 못하는 대형 방송사고가 터지고 있다. 당일치기식 생방송 드라마 제작관행이 낳은 인재이자 필연적인 사고인 것이다.
“방송사고 나지 않는 것이 비정상이고 방송 사고가 정상이다”는 한 드라마 연출자의 자조섞인 말이 바로 우리 드라마 제작 환경의 현주소다. 사전 제작은 아니더라도 몇 회분의 방송분조차 확보하지 못한 채 당일치기로 드라마를 제작하다보니 연기자에게 문제가 생기면 곧바로 드라마를 내보내지 못하는 방송사고가 발생하는 것이다.
심지어 초치기 제작을 하다보니 효과음을 넣지 못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는 것은 다반사다. 높은 인기를 얻었던 SBS ‘시크릿 가든’의 마지막회에선 스태프의 목소리로 추정되는 "두번째 스케치북", "무전기 치워요", "자, 세번째 스케치북"이라는 소리가 들리는 방송사고가 난 것이나 SBS ‘싸인’의 경우, 마지막회에서 장시간 오디오가 나오지 않고 드라마 중간에 조정화면이 뜨는 등 오디오, 영상사고 등 대형사고가 발생한 것도 초치기 제작관행이 낳은 필연적인 사고다.
작가는 극본을 미리 쓰지 않고 한회분의 일부분만을 내는 '쪽대본'을 내는 관행이 성행하고 연기자는 바쁜 스케줄로 연습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촬영에 임하는 등 그야말로 당일치기식 드라마 제작 관행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초치기 제작관행으로 드라마 제작관행으로 방송사고는 빈발하고 드라마의 질은 추락하고 있다. 하지만 한류로 드라마 강국이라는 허울 좋은 구호만을 외친다.
한류로 가려진 우리 드라마 제작환경의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하지 말아야한다. 연기자 한사람이 근육통을 앓는다고 곧바로 드라마가 결방되는 황당한 드라마 생방송 사고는 없어져야한다.
[주연배우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결방되는 사고가 발생한 MBC'넌 내게 반했어'. 사진=MBC제공]
배국남 대중문화전문 기자 knba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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