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日 심각한 세슘 오염 소 사태를 보고 괴물 고질라를 떠올리다
7월에 들어와 후쿠시마산 소고기에서 일본의 국가 기준치를 넘는 방사성 세슘이 검출됐다. 후쿠시마현의 축산 농가가 논에 놓아둔 볏짚을 소 여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밖에 놓아두었던 볏짚은 원전에서 방출된 방사성 물질(세슘)에 오염됐고, 이것을 먹은 소 역시 방사성 세슘에 오염됐다.
현재(7월 18일)까지 오염된 볏짚을 먹은 소의 출하가 벌써 400마리가 넘었다. 19일에는 야마가타현, 니이가타현에서도 똑같은 사건이 발생했다. 이미 이곳에서도 현재까지 100여 마리가 출하됐다고 한다.
문제는 오염된 소고기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제 앞으로는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돼지, 닭, 생선, 채소, 등 모든 '먹거리'에서 나올 가능성도 매우 높다.
모두 알다시피 원자력이 가장 먼저 사용된 것은 폭탄이었다. 그것도 대량 살상을 위한,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폭탄으로 말이다. 일본의 방사능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에 엄청난 피해를 봤다.
제2차 세계대전은 미국의 참전으로 판도가 변한 전쟁이있다. 1941년 12월 7일, 일본 해군은 진주만 공격을 감행, 12척의 미군 함정을 파괴하는 등 기습작전은 성공했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미국은 전쟁에 참전했다. 결국, 미국을 중심으로 한 연합군은 유럽승리에 이어 마지막 일본에 집중했다. 연합국은 결사항전을 외치던 일본에 핵폭탄을 투하했고, 수십만 명의 사상자(히로시마 22만명, 나가사키 7만명 사망)를 냈다. 그리고 일본은 곧바로 항복을 선언했다. 원자폭탄은 이렇게 2차대전을 종전으로 이끌었다.
그렇지만 종전 이후의 원자력은 '악'이 아니었다. '에너지'라는 새로운 옷을 입은 '선'이었다.
20세기에 들어서자 기술발전과 함께 수많은 전기제품이 만들어졌다. 당연히 전력 사용량이 증가했고 종국에는 석유만으로 감당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석유 원산지는 일부 국가에 한정돼 있었고, OPEC(석유 수출국 기구)은 이것을 정치적인 카드로 사용했다. 이는 결국 70년대에 두 차례나 석유 파동(oil shock)을 낳게 했고, 그 덕분에 세계경제는 큰 위기를 겪었다.
대체 에너지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졌다. 석유보다 훨씬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대체 에너지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석유가 나지 않는 나라에서는 대체 에너지의 일환으로 원자력 발전소를 세웠다. 화력 발전소보다 훨씬 더 경제적이라는 원전을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에 이어 한국에도 세워졌다.
그러나 원전은 태생적 위험을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했다. 아무리 최신기술과 안전 설계를 했다고 해도 결국 인간이 만들어 낸 것. 대체 에너지로써 절대적인 효과가 있는 만큼, 반대로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었다.
실제로 원전사고는 미국 스리마일에 이어, 옛 소련 체르노빌에서 최악의 사태가 발생했고, 체르노빌 이후 25년이 지난 지금도 그곳은 인간이 살 수 없는 유령도시로 남아 있다. 때문에 유럽 각국은 체르노빌 사고 이후, 원전에 관한 한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독일의 한 지방(체르노빌과 가까운 곳)에서는 지금도 버섯 등의 채취를 금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체르노빌에 이은 최악의 참사, 지난 3월 11일의 동일본대지진과 쓰나미는 후쿠시마 제1원전을 덮쳤고, 결국 방사성 물질 오염을 걱정해야 하는 상태까지 왔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만 해도 지리적으로 상당히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체감온도는 그리 높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일본이다. 한국과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에 위치해 있고 기술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는 나라였다. 이제 방사능에 오염된 '먹거리' 는 더이상 지구 반대쪽 이야기가 아니다.
아무튼 이런저런 소식을 접하면서 나는 문득, 방사능으로 오염된 '괴물 소' 가 나타나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나는 일종의 '유언비어'를 퍼트릴 생각은 전혀 없다) 방사성 물질로 오염된 사료를 듬뿍 섭취해 괴수로 변한 괴물 소. 이런 상상을 하다보니 어릴 때 즐겨보던 만화영화가 떠올랐다.
1977년 일본에서 제작되어 1986년 MBC에서 방송되어 어린이들의 우상이 되었던 메칸더V(원제:合身戦隊メカンダーロボ) 말이다. 메칸더V는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를 원자력 발전소에서 얻고 있듯이 '원자력 에너지를(주제가에도 나옴)' 동력으로 삼아 움직이는 로봇이었다.
생각해보면, 일본에서 탄생한 수많은 애니메이션 영웅과 괴수 중에 방사능과 연관된 것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고질라' (특수촬영 감독:츠부라야 에이지,円谷英二)를 들 수 있는데 이 영화는 무려 60여 년 전인 1954년에 탄생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1954년'에 만들어졌을까?
당시는 세계 2차 대전 이후 정세가 미국과 구 소련을 중심으로 냉전구도로 갈라졌을 때다. 미국과 소련은 상대국보다 좀 더 강력한 힘이 필요했고, 따라서 핵은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히든카드였다.
미국은 1945년 일본에 원폭을 투하하고, 원폭의 위력과 '죽음의 재' 라 불렸던 방사능의 피해를 고스란히 지켜봤다. 그리고 더욱 강력한 파괴력을 가진 핵폭탄 연구작업에 들어갔다.
그 결과물을 가지고 1954년 3월1일, 미국은 세계의 기자들을 모아놓고 비키니 섬에서 핵실험을 감행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전세계에는 핵에 대한 공포와 함께 아직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던 죽음의 재, 방사능에 대해 인식하게 되면서 전세계인을 무한한 공포로 자극했다.
핵 충격은 바로 영화소재로 사용됐다. 1954년 6월 [방사능X] (원제:Them!. 감독 고든 더글러스)가 나왔다. 핵실험 때문에 돌연변이가 된 '거대 개미'가 주인공이었다.
그 이후로 핵과 방사능에 대한 영화는 계속 이어졌다. 핵전쟁 후 살아남은 사람들과 방사능으로 변해버린 괴수가 나오는 영화[DAY THE WORLD ENDED](56년), 일본에서는 '원자괴수와 나녀(裸女)'라는 이름으로 나왔다. 1957년 [대괴수 출현](원제: The Monster That Challenged The World)이라는 영화에서는, 방사능에 오염된 호수의 영향으로 '거대 달팽이'가 출현한다. 1954년은 히로시마에 핵폭탄이 떨어진지 불과 10년이 지났을 뿐인 일본 사람들에게 미국의 핵실험은 커다란 충격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해 11월 일본에서 영화 '고질라' 가 개봉됐다. 방사능으로 변신한 괴물 '고질라'는 신장이 50미터였다. 이제 패전의 상처를 복구하고 성장하기 시작한 일본에 핵 때문에 변신한 괴물 '고질라'는 어떻게 비췄을까.'고질라'는 인간이 감히 어쩔 수 없는 거대한 괴물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인간이 만들어낸 '핵' 으로 탄생한 아이러니한 괴수이기도 했다. 이 영화는 그해 951만명의 관객동원을 기록했고 이 성공에 힘입어 다음 해에 제2탄이 나왔고 2004년까지 총 28편이 제작됐다.
그런데 참 재미있는 것이 이 고질라 시리즈는 제 5작(64년)부터 살짝 노선을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시리즈가 계속되면서 소재 고갈 탓인지 관객동원력이 떨어져서인지 고질라가 갑자기 인류를 도와주는 역할을 맡기 시작했다.
이렇게 '우리 편'에 속하기 시작한 고질라는 제 12작(72년)에서는 완전히 어린이들의 '영웅'으로 묘사되기에 이르렀다. 마치 핵이 대량 살상 무기에서 고마운 에너지 자원으로 바뀌었듯이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한번 바뀐다. 제15작(75년)까지 나오던 제3작(62년)부터 매년 1편 씩 나오던 시리즈는 인기 저하로 휴식기에 들어간다. 그리고 9년이 지난 1984년 제16작에서 고질라는 다시 '인류의 적' 공포의 대상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안전'하다고 믿어왔던 원전이 우리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 등장했다.
도쿄전력의 가쓰마타 쓰네히사 회장은 6월 28일 주주총회에서, 이번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천재(하늘에서 내린 재앙, 天災)라고 말했다. 그런데 과연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천재 뿐이었을까.1945년 8월6일 히로시마, 8월 9일 나가사키에 핵폭탄이 투하됐다. 그리고 65년이 지난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했고, 7월에는 방사성물질 세슘에 오염된 소고기가 나왔다.
'고질라'를 만들었던 사람들이 오늘날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봤다면 과연 뭐라고 했을까.
방사능으로 변한 '고질라'는 인간들이 만들어낸 상상 속의 괴물이었다. 그러나 인간들은 결국 '방사능이라는 괴물'을 탄생시켜 키워왔고, 실제 우리 앞에 나타났다.
이청(인턴기자)
문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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