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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차상엽 객원기자] 구자철의 소속팀인 VfL 볼프스부르크가 지난 시즌의 부진을 씻고 올시즌 대도약을 노리고 있다. 지난 시즌 15위를 차지하며 강등을 겨우 벗어났을 정도로 부진했던 볼프스부르크로서는 올시즌 행보에 따라 명문팀으로 도약할 수 있느냐 다시금 중하위권 팀으로 이미지를 굳히냐의 갈림길에 서 있는 셈이다.
지난 2009년 우승을 깜짝 우승을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킨 볼프스부르크지만 2006, 2007년에는 연속으로 15위를 차지하며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강등을 겨우 면했다. 1997-98 시즌 구단 역사상 첫 분데스리가 1부리그에 올라선 뒤 현재까지 1부리그에 머물고 있는 볼프스부르크는 지난 14시즌 동안 보편적으로 6~10위 사이를 기록했을 정도로 대표적인 중위권 팀이다. 2009년 우승으로 상위권팀으로 발돋움 했지만 여전히 중위권 이미지를 완전히 벗은 것은 아니다.
볼프스부르크의 올시즌은 새로운 변화의 시기로 규정지을 수 있다. 우승 감독 펠릭스 마가트가 다시금 시즌 개막부터 감독직을 맡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승 당시 핵심 선수들은 거의 모두 팀을 떠났다. 볼프스부르크가 우승할 당시 물론 모든 선수들이 고른 활약을 펼쳤지만 대표적인 선수들을 꼽는다면 당 시즌 나란히 리그 득점 1, 2위에 올랐던 그라피치와 에딘 제코 비롯해 무려 20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도움왕에 즈베즈단 미시모비치, 수비형 미드필더였던 조수에 등이다. 하지만 미시모비치가 지난 시즌 개막과 함께 갈라타사라이 이스탄불로 이적하며 그라피치, 제코의 투톱이 제 힘을 발휘하지 못했고 제코까지 지난 겨울 맨체스터 시티로 떠나면서 공격진은 완전히 붕괴됐다. 여기에 우승을 경험한 마지막 공격 옵션 그라피치까지 올시즌을 앞두고 아랍에미레이트의 알-알리로 이적하면서 사실상 공격진은 우승 당시와 완전히 달라진 상태다.
우승 당시 주장을 맡았던 조수에 만이 당시 우승의 핵심 멤버들 중 팀 스쿼드에 남아있을 뿐이다. 우승 당시 마가트는 조수에의 역할을 크게 부각시키며 우승의 숨은 공신이라고 언급했던 바 있다. 조수에는 마가트의 퇴진 이후 설 자리를 잃으며 방출 위기까지 몰렸지만 마가트가 재부임하면서 다시금 기회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마가트는 올시즌에 대해 어떤 기대감을 가지고 있을까? 물론 성급한 독일 언론들은 우승 가능성 등에 대해 질문하고 있지만 마가트의 입장은 명확하다. “현 샹황에서 볼프스부르크의 우승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은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라는 것이 마가트의 입장이다.
마가트가 올시즌 우승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을 사전에 꺾어 놓은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팀의 구심점이 없다는 점이다. 스타가 없다는 점과도 일맥상통한다. 비록 지난 시즌 팀은 강등을 겨우 면했지만 디에고라는 스타가 존재했다. 하지만 디에고는 현재 이적할 팀만 결정되면 곧바로 팀을 떠나야 하는 상태다. 지난 시즌 리그 최종 라운드를 앞두고 팀을 무단 이탈한 디에고는 결국 마가트 감독에 의해 방출이 결정됐고 프리시즌 내내 팀과 함께 훈련은 하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이적할 팀을 찾을 때까지 한시적일 뿐이다. 마가트는 “전지 훈련 내내 좋은 모습을 보여준 디에고지만 팀의 입장에서 필요한 선수는 아니다.”라고 말하며 디에고와의 결별은 확정된 사안임을 확인시켰다. 현재로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행이 유력한 디에고다.
지난 시즌 팀에 합류한 아르네 프리드리히가 중추적인 역할을 맡아줄 것으로 기대됐지만 지난 시즌 부상이 이어졌고 올시즌 역시 다리 부상으로 시즌 초반 정상적인 컨디션을 유지할 수 없어 걱정이다. 선수들간 독일어 사용을 중요시하는 마가트의 지도 특성상 독일 대표팀에서도 확고한 자리를 잡고 있는 프리드리히가 팀의 구심점을 맡아줄 적임자지만 시즌 초반 부상으로 제대로 경기를 소화할 수 없다는 점은 더욱 아쉽다. 여기에 지난 해 독일 대표팀에 승선한 사샤 리터가 1.FC 쾰른으로 이적한 점 역시 볼프스부르크로서는 안타깝다. 확고한 주전으로서 뿐만 아니라 마가트의 축구 철학을 잘 이해하는 선수로 2009년 우승 당시의 멤버였기도 했던 리터이기에 그의 이적은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다.
자의든 타의든 변화의 시기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구자철에게는 기회가 될 수도 혹은 더욱 곤란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는 시즌이다. 엄밀히 말해 현 상황에서 올시즌 주전을 보장 받은 선수는 골키퍼 디에고 베날리오와 오른쪽 풀백 파트릭 옥스 주장인 왼쪽 풀백 마르셀 쉐퍼 그리고 수비형 미드필더인 조수에 뿐이다. ‘확고한 주전’으로 범위를 좁게 설정하긴 했지만 다르게 말하면 이들 4명을 제외한 나머지 7명의 선수들은 언제든 주전으로 도약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구자철이 내심 가장 편안하게 생각하는 수비형 미드필더 포지션은 사실상 구자철이 맡기 힘든 상황이다. 마가트에게 있어 조수에의 존재는 한국 대표팀에 있어서의 기성용이나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다음 시즌 4-4-2를 차용할 예정인 마가트는 세부적으로 미드필더를 마름모로 배치할 것인지 혹은 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배치하고 2명의 윙어를 배치하는 형태를 취할 것인지를 놓고 고심중인 상황이다.
같은 4-4-2의 형태지만 조수에게 홀로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는 마름모꼴의 4-4-2라면 구자철에게는 호재다. 지난 시즌은 물론 프리시즌 기간에도 구자철에게 공격형 미드필더와 중앙 미드필더 등을 구자철에게 맡기며 활용 가치를 충분히 시험했기 때문이다. 프리시즌에는 이선 공격수 역할까지 맡겼고 구자철은 이를 잘 소화하며 마가트를 흡족하게 했다. 독일 대표 경력까지 갖춘 파트릭 헬메스를 벤치로 돌리고 구자철을 처진 공격수로 활용했던 마가트였다.
하지만 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두는 전술을 택한다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이 경우 사실상 구자철은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볼프스부르크는 올시즌을 앞두고 VfB 슈투트가르트로부터 독일 대표팀의 수비형 미드필더 크리스티안 트래쉬를 영입했다. 조수에와 함께 트래쉬를 더블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한다면 마코토 하세베와 하산 살리하미치치가 각각 좌우 미드필더로 출장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구자철의 입지는 크게 줄어들게 된다. 하세베 대신 전형적인 돌파형 미드필더 아쉬칸 데야가 역시 뒤를 받치고 있어 구자철은 서브로서의 입지도 확고하지 않게 된다.
물론 이선 공격수로서의 활용 가능성에 대한 실험에서 성공적인 모습을 보인 만큼 투톱 중 한 자리를 가져갈 것이 확실한 스르단 라키치의 뒤를 받칠 가능성도 없진 않다. 하지만 마름모가 아닌 더블 수비형 미드필더를 두는 전술 체재 하에서 구자철의 입지가 크게 줄어드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지난 시즌 무너진 공격진에서 그나마 제 몫을 해낸 유일한 공격수였던 마리오 만주치키의 존재 역시 구자철이 이선 공격수를 정기적으로 맡기 힘든 이유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폴란드 대표 출신의 신예 미드필더 마테우쉬 클리치에 대해 마가트가 “좋은 선수지만 아직 좀 더 적응에 필요한 단계”라는 평가를 내린 점이다. 플레이메이커지만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까지 모두 소화가 가능한 클리치가 일단 곧바로 팀의 주전급으로 활약하진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주전 도약을 노리는 구자철에겐 호재일 수밖에 없다.
마가트가 택할 전술에 따라 구자철의 출장 빈도 또한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프리시즌 동안 어느 정도 합격점을 받은 구자철로서는 충분히 기대해 볼만한 시즌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수비형 미드필더로서는 출장 기회를 잡기가 절대 용이하지 않다. 공격적인 능력에 대해 합격점을 받았고 수비적인 능력에 대해서는 아직 검증을 받을 기회조차 얻지 못한 셈이다. 결국 공격적인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려야만 주전 자리를 보장받을 수 있게 된 상황이다.
볼프스부르크 전체적으로 보면 올시즌은 지난 시즌에 비해 한결 나아진 성적을 기대해 볼만 하다. 15위라는 지난 시즌 성적보다 상승하지 않는다면 강등인 만큼 무조건 더 나은 성적을 올려야만 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객관적인 전력상으로도 볼프스부르크는 강등을 걱정해야 할 정도의 전력은 아니다. 선수 구성상으로만 놓고 본다면 적어도 한자리 수 순위는 충분히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각각 10골 이상을 넣을 능력이 충분한 라키치와 만주치키의 투톱과 스위스 대표팀의 수문장인 베날리오가 지키는 골문 역시 리그 정상권이다. 디에고와 리터 등이 팀을 떠났지만 살리하미치치와 트래쉬 등이 합류하면서 공수에서 적절한 보강도 이루어졌다.
선수들간의 호흡이 문제로 남지만 전력이 완전히 갖춰지기 전인 초반 7~8경기까지 좋은 성적을 이어갈 수만 있다면 다음 시즌 유럽 무대에 진출할 수 있는 6위권까지의 성적도 충분히 기대해 볼만 하다. 특히 초반 7라운드까지 바이에른과 샬케 04전을 제외하면 나머지 5경기는 충분히 승리를 기대할 수 있는 팀들이라는 점에서 초반 대진도 좋은 편이다. 바이에른과 샬케전 또한 홈경기로 열리는 만큼 이 경기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는다면 시즌 초반 의외의 독주를 거듭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팀 전체적으로 보나 구자철 개인적으로 보나 결국 시즌 초반의 행보에 따라 시즌 행보 역시 결정될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사진 = 구자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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