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이승엽 선수의 부활,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이승륜, SBS ESPN 스포츠 아나운서]
안녕하세요, SBS ESPN 스포츠 아나운서 이승륜입니다. 올해 이승엽, 박찬호 선수가 나서는 경기를 접하신 분들이라면 제 목소리가 생소하지 않으실 것 같습니다. 저는 올시즌 SBS CNBC와 SBS ESPN을 통해 방송되고 있는 이승엽, 박찬호 선수의 중계를 도맡아하고 있습니다.
이승엽과 박찬호가 한 팀에서 뛴다는 사실은 많은 야구팬들을 설레게 했습니다. 이는 중계를 하는 저 역시 다르지 않았습니다.
시즌 시작에 앞서 이승엽 선수가 올해는 왠지 잘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승엽 선수가 요미우리에서 맹활약하던 2006년 당시 임용수 캐스터를 도와 백업으로 중계를 했던 적이 있었는데 이것 또한 기분 좋은 예감의 한 이유였습니다. 또 이승엽 선수의 성격을 감안했을 때 올시즌을 앞두고 팀을 이적한 것이 기회가 될 것 같았습니다.
박찬호 선수의 경우 메이저리그 시절부터 워낙 좋아하던 선수였습니다. 때문에 중계하는 입장이 아니라 팬의 입장에서도 꼭 한 번 중계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특히 박찬호 선수의 경우 언제 또 다시 중계를 할 지 모르니까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중계에 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프로야구 뿐만 아니라 일본 프로야구도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박찬호 선수가 첫 승을 거뒀을 때입니다. 저 뿐만 아니라 중계 스튜디오에 있던 많은 분들이 감격했던 것이 생각나네요. 사실 그 날 경기에 앞서 '잘할 수 있을까' 우려도 없지 않았는데 박찬호 선수가 정말 잘 던져줬습니다. 무엇보다 '선수' 박찬호를 볼 수 있는 날보다 그렇지 않은 시간이 더 길다는 것을 알기에 더욱 감동이었습니다.
이승엽 선수의 경우 인터리그 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올시즌 오릭스 경기는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고 대부분 중계하고 있지만 요미우리와는 계약(일본 프로야구는 각 팀이 해당팀의 중계권을 갖고 있다)에 실패해 도쿄돔 경기는 중계하지 못했습니다. 근데 하필 요미우리와의 원정 경기에 이승엽 선수가 4번 타자로 나선 것입니다. 너무 부진할 때였는데 2군에서 올라온지 얼마 되지 않아 요미우리전에 4번 타자로 나서게 됐습니다. 중계를 하지 못해 아쉽기는 했지만 대신 다른 분들이 올려주시는 이승엽 선수 출장과 관련한 트위터 내용을 보면서 친구들과 이야기했던 것은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중계를 하다보면 선수들과 희로애락을 같이 합니다. 특히 이승엽 선수와 박찬호 선수가 모두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 때는 누구보다 마음이 아팠습니다. 현재 저희가 중계하는 방식인 스튜디오 중계는 현장에서 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시청자 분들이 보는 화면과 같은 것을 보면서 생생함을 살려 중계를 해야하기 때문이죠. 벌어지는 상황을 한 눈에 다 바라볼 수 없는 것도 한 이유입니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잘한다면 그러한 어려움을 한 켠에 제쳐둘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한 것도 사실입니다. 저희가 일본 프로야구를 중계하는 큰 이유는 우리나라 선수들의 활약을 보기 위함이기 때문이죠.
반면 요즘처럼 이승엽 선수가 좋은 활약을 보여줄 때는 저희 중계진 역시 기분 좋게 중계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승엽 선수의 부활은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언제쯤 살아날까' 생각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약간 늦은감이 있을 정도입니다. 잘할만하면 감독이 출장기회를 제한하는 경우가 많아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혼자서 잘 이겨내며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니 부상만 없이 꾸준히 출장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습니다.
박찬호 선수의 경우에는 얼마 전 한국행에 관한 소식이 나오기도 했는데 일본 프로야구에서 있는 시간동안 예전의 위력을 다시 한 번 선보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마지막으로 이승엽, 박찬호 선수 뿐만 아니라 임창용 선수는 변함없는 활약을, 김병현 선수는 부상에서 복귀해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잘해줘야 국내 프로야구 선수들의 해외 진출 여건도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 선수들 모두 화이팅입니다!
이승륜 SBS ESPN 스포츠 아나운서는 2002년 회사에 입사해 현재는 아나운서실 차장으로 재직 중이다. 원래부터 스포츠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아카데미에서 아나운서 준비를 하는과정에서 SBS ESPN에 입사하게 됐다. 특히 NBA, 미식축구, WWE 등 미국 스포츠에 많았던 이승륜 아나운서는 자신이 좋아하던 분야의 중계는 물론이고 야구, 농구를 비롯해 모든 종목에서 경기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올림픽 중계도 남들은 쉽사리 해보지 못한 경험이다. 올해 역시 종목을 가리지 않고 중계하고 있으며 이승엽, 박찬호가 속해있는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스 경기를 전담하고 있다.
[오릭스 이승엽(첫 번째 사진), 이승륜 아나운서(두 번째 사진). 사진=SBS CNBC, SBS ESPN 제공]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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