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경민 기자]“저는 열심히 했어요. 그런데 영화가 잘 나왔는지는 모르겠어요. 대본하고 다르더라고요”, “촬영 기간이 짧아서 감정을 이입하기 힘들었습니다”
개봉을 앞둔 한 영화 홍보 인터뷰차 배우를 만났을 때 나눈 이야기다. 이 배우는 자신의 연기 필모그래피를 넓히기 위해 영화에 출연하게 됐고, 작품을 찍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정작 결과물이 별로라고 말한 것이다.
또 다른 여배우는 최근 자신이 출연한 영화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자리에 앉자 마자 “제가 영화를 다 못 봐서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라고 했다.
덕분에 이 배우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답을 하지 못했고, 그저 “열심히 했습니다”를 연신 반복해야 했다. 영화를 못 본 이유는 바쁜 스케줄이 그 원인이다.
물론, 영화라는 종합예술작품이 배우 한 사람의 힘만으로 힘들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좋은 대본과 배우의 연기, 그리고 스태프의 연출이 영화의 1차적인 소스라면, 후반작업 즉, 편집과 사운드 메이킹, 특수효과 등이 2차 소스인 것.
영화는 이 두 가지가 잘 맞아 떨어져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 오케스트라의 협연에 비유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배우는 자신이 보기에 대본과 연기는 무난했지만, 후반작업에서 자신이 의도한 것이 나오지 않았다고 인터뷰 당시 설명했다. 영화담당 기자로도 기대하지 않았던 작품이지만, 배우의 이 같은 발언은 흔치 않은 것이기에 실망감을 안고 시사회 영화를 보게 됐다. 선입견이라는 것이 작용하게 된 것이다.
솔직함이라는 것은 인간에게는 미덕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라는 혼자 힘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닌 수 많은 사람이 함께하는 협연이라면 가끔 이 솔직함을 배제할 때도 필요하다.
배우의 한마디 한마디, 특히 주연을 맡은 이라면 “영화가 별로였다” 혹은 “영화를 보지 못했다” 라는 발언이 옳은 것일까? 좋게 생각하면 솔직함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본다면 ‘기대를 안해서 영화를 안 봤다”로 해석할 수도 있다.
기실 배우가 영화를 볼 기회는 시사회 단 한번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제작과 배급 관계자들끼리 영화를 사전에 보는 기술시사회를 비롯해 다양한 기회가 있다.
예를 들자면 ‘7광구’의 주연을 맡은 하지원은 언론시사회 이전 새벽 3시에 영화를 보고, 이후 언론시사회 또, 수정 시사회에 까지 참여해 자신의 영화를 다 봤다. 무려 3번이나 작품을 본 것이다.
그 결과 하지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7광구’의 차이점을 조목조목 예를 들며 설명했다. 취재진이 의문을 가졌던 CG의 품질에 대해서도 “극장에서 너무 낮은 조도로 시사회를 진행해서 그랬다. 새로 조정한 ‘7광구’는 대폭 나아졌으니 다시 한번 보고 평가해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하지원 만이 아니다. 장훈 감독과 함께한 영화 ‘고지전’의 고수도 당초 자신의 출연 분량이 러닝타임 등의 이유로 대폭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맥락과 의미를 인터뷰 내내 특유의 느린 말투와 진지한 고민 끝에 답했다.
고수는 인터뷰 중 “영화는 재미 있어야 한다. 영화 ‘고지전’은 분명 재미있는 작품이고, 관객들이 극장문을 나갈 때 가슴 속에 무엇인가를 남겨 줄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한다”고 ‘고지전’을 한마디로 정리했습니다. 영화를 진지하게 보지 않고 고민하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는 이야기다.
자신의 영화를 ‘별로’라고 언급한 배우는 언론 인터뷰를 진행하다 결국 건강상의 이유를 핑계로 모든 일정을 취소했다. ‘영화를 못 봐서’라고 말한 배우는 바쁜 드라마 촬영 때문에 출연진 중 유일하게 인터뷰를 진행하지 않는다. 차라리 잘 된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내내 생각해도 출연 영화배우가 시사회 기회나 인터뷰 이전에 자기 영화를 안 본게 자랑인가. 드라마 촬영 등 모든 일을 포함해도 금쪽같은 시간을 내 영화를 보고 기술시사를 보고, 그에 대한 얘기를 해주어야 하지 않나. 자기 본업인데. 선배배우들 같으면 생각지도 못할 질책감이며, 참으로 말도 안 되는 요즘 배우들의 잘못된 관행이다.
[사진 = 하지원 – 고수]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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