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경민 기자]지난해 ‘제 63회 칸 국제 영화제’에서 이창동 감독에게 각본상을 안겨준 영화 ‘시’.
수 많은 영화팬들은 주연 미자역의 윤정희의 연기와 이창동 감독의 서사에 주목했지만, 이 영화에는 숨겨진 훌륭한 배우가 있다. 바로 당시 16세로 미자의 손자 종욱을 연기한 이다윗(17)이 그 주인공이다.
사춘기를 겪으며 부모와 떨어져 살고 있는 종욱은 동급생을 성폭행하는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저지른다. 다소 파격적이고 어려운 종욱 역은 이다윗에게 칸 영화제 레드카펫이라는 기성 배우가 수십년을 연기해도 경험할 수 없는 기쁨을 누리게 했다.
당시의 소감을 묻자 이다윗은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떨린다”라며 들뜬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참석해본 영화 공식행사였어요. 그런데 제가 공식 석상에 데뷔하는게 배우라면 누구나 꿈꾸는 칸 영화제였잖아요? 외국을 그렇게 멀리 나가 본 것도 처음이라 행사 전날에 잠을 설쳤어요. 그런데 칸 뤼미에르 극장에 들어서니깐 박수소리가 온 몸을 울리더라고요. 너무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16세의 나이에 칸 레드카펫을 밟은 이다윗은 지난해 ‘시’에 이어 올해 한국형 블록버스터 두 편에 이름을 올렸다. 바로 장훈 감독의 ‘고지전’과 김한민 감독의 ‘최종병기 활’이다.
이다윗은 ‘고지전’에서 학도병으로 한국전쟁에 징집된 남성식 역을, ‘활’에서는 주인공 남이(박해일 분)의 어린 시절을 맡았다. 특히 ‘고지전’의 남성식은 전쟁의 의미를 부여하는 극 초반 중요 인물이다. 대작 두 편에 참여하는 영광을 누르게 된 이다윗은 그 스케일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고 말한다.
“그렇게 큰 영화인 줄 전혀 몰랐어요. 장훈 감독님을 만나서 대본만 보고 ‘해보자’라고 약속을 하고 촬영장을 갔죠. 그런데 엄청난 규모의 세트장에 쟁쟁한 선배 배우들까지, ‘아 이런게 대형 영화구나’라는 느낌이 팍 오더라고요”(웃음)
“영화 ‘추격자’를 보는데, 아 제가 미성년자라고 뭐라 하실 것 같은데 선배님들이 초대해 주셔서 보게 됐어요. 김윤석 선배님의 눈빛 연기에 소름이 돋더라고요.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범죄 현장을 응시하는 부분이 있는데, 눈빛 하나로 모든 상황이 설명되더라고요. 그리고 ‘다크나이트’의 히스 레저, 영화 전반을 압도하는 연기가 인상적이었어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성인 배우 못지 않은 필모그래피와 영화인에게 주목 받고 있는 배우 이다윗은 자신이 좋아하는 걸그룹 이야기를 꺼내자 여느 10대와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돌아왔다. 사실 이다윗은 인천 계양구 작전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다.
“아 요즘은 시크릿이 너무 좋아요. TV를 보는데 시크릿이 나와서 ‘별빛달빛’에 아기 고릴라 춤을 추는데 확 와 닿더라고요. 학교에서도 인기가 장난이 아니에요. 저희 학교가 남자들만 다니는 학교라서 걸그룹에 대한 관심이 많아요. 저는 소녀시대를 좋아했는데, 요즘 외국활동으로 바빠서요. 마음이 다른데 가 있어요. 그런데 소녀시대는 언제 복귀하죠?”(웃음)
인터뷰 말미에서 이다윗에게 인생의 목표를 묻자 주저 없이 한가지 답을 내놓았다. 바로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다시 밟겠다”는 것이다.
“작년에 칸을 갔을 때, ‘시’의 연출부 형과 약속을 했어요. ‘꼭 다시 이곳에 오자’라고 말이죠. ‘시’로 그 칸을 갔을 때는 제가 너무 어려서 아무것도 몰랐거든요. 바람을 꼭 다시 이루고 말겁니다. 10년이 걸리건 20년이 걸리건 말이죠”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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