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농도의 차이는 존재하나, 우리의 스무 살은 그래도 조금 투명하지 않았을까 하는.
그날의 친구들은 항상 모든 것이 신기했고, 무제한의 알코올은 언제나 재미있는 웃음을 만들어 줬으며, 새로운 만남은 늘 설??? 그러다 가끔은 생각하지 못한 상처들이 누워있는 우리의 이불 위로 깊게 박혀, 한없이 울 수 밖에 없는 날도 있었다.
그래도 좋았다. 그날의 아침 햇살부터 정오의 아지랑이, 마지막 저녁 공기 내음까지 모든 것이 행복했다. 결국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는 스무 살이었으니까.
그런데 무엇에 홀려 있었는지 아니면 늙어서 자연스레 사라졌는지, 몇 년이 지난 우리는 그날의 향기를 일부만 간직하고 있었다. 빛 바랜 폴라로이드 사진 같이, 아주 단편적으로.
그것마저 사라지기 전에, 그때의 느낌을 남기고 싶었다. 그리고 그 시간을 점점 잊고 있는 우리를 위로하고 싶었다. 이 생각이 클레이더(Clader)의 앨범 '트웬티(Twenty)'의 시작이다.
'트웬티' 속 열 가지 노래에는 우리 스무살의 이야기가 물들어 있다.
1번 트랙. Unknown Woman
소설 ‘낯선 여인의 편지’에서 모티브를 얻은 이 곡은,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의 뒤를 하염없이 바라볼 수밖에 없는 한 인간의 마음을 나타냈다. 빗나감이 많던 풋내기 사랑들에 관한 곡으로 감정이 쌓일 때마다 절제되는 기타 소리로 애잔함을 표현했다.
2번 트랙. My Back Towards You
51초 동안의 인트로에서 알 수 있듯이, 기차를 두고 연인을 등 뒤로 떠나 보내는 상황에 관한 곡이다. 건반을 통해 이별을 담담히 나타냈지만, 후반부의 드럼 소리로 헤어짐의 먹먹함을 표현하려 했다.
3번 트랙. Christmas
돌아가고 싶은 겨울날들에 대한 곡. 그날 우리는 누구와 무엇을 하며 행복하게 지냈는지.
4번 트랙. Autumn Pace
떨어진 낙엽을 밟으며 홀로 걷고 있는 사람에 대한 곡. 가끔 말없이 걷는 한 사람의 모습은 매우 아름다우면서도 쓸쓸하다. 특히, 가을에는 더욱. 그 쓸쓸한 느낌을 곡에 담았다.
5번 트랙. Sunshine On Tears
아무런 준비 없이 달려들었던 우리는, 가끔 큰 벽에 막혀 울기도 했다. 언젠가 그 눈물 안에 작은 태양이 들어간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그 모습은 너무 황홀했다. 실패도 용서되던 그런 날들이었다.
6번 트랙. 1013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 날들이 있다. 제일 달콤했거나 제일 아팠거나. 그런 날들에 대한 곡이다. 잔잔한 피아노가 만난 브러쉬 드럼이 과거의 길로 안내한다.
7번 트랙. 41 Seconds
우리의 통화에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41초 동안 우린 서로 어떤 말을 할지. 아니 이미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알고 있었다.
8번 트랙. Waltz
언젠가 누군가가 이런 말을 해줬다. "힘내, 그래도 슬프겠지만" 이 말에서 출발한 곡. 스무 살의 마지막을 바라보는 이들에게 바치는 왈츠. 그리고 만남과 헤어짐에 대한 작은 위로.
9번 트랙. Congested
어떻게든 열심히 가고 있다 생각했지만, 정작 이곳이 어디인지 그리고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느낄 때가 많았다. 우리는 그런 스무 살이었다. 항상 마음은 복잡했고, 답답했다.
10번 트랙. Korsakoff Syndrome
코르사코프 증후군(Korsakoff Syndrome)은 만성 알코올중독으로 나타나는 증후군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자꾸 달라지며 우울해지는 경향이 발생한다고 한다. 특히, 이 증후군의 특이한 증상이 있는데 기억의 공백을 상상으로 채워 넣는 것이라 한다.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바람, 단지 가식의 기억을 통해서라도.
[사진 = 클레이더 '트웬티(Twenty)' 앨범 재킷]이상협 zkfkzkfk2007@nate.com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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