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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처음 케이블채널 tvN 월화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가 한국판 '섹스앤더시티'로 회자됐을 때, 또 한 편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로맨스 드라마가 등장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6월 첫 방송, 2일 16회로 종영한 '로맨스가 필요해'는 첫 회부터 마지막 회까지 기대 그 이상이었습니다. 어쩌면 그동안 숱한 로맨스 물이 우리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기에 기대치가 낮아졌기 때문도 있겠죠.
하지만 '섹스앤더시티'의 캐리, 미란다, 사만다, 샬롯을 떠올리게 하는 세 여주인공 캐릭터의 설정은 결코 그들의 아류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10년 연인의 바람 앞에 갈등하는 선우인영(조여정 분)과 너무도 쿨한, 그러나 아무도 사랑하지 못하게 될까 걱정하는 박서연(최여진 분), 순진무구한 그러나 20대에 지켜온 순결을 30대에는 거추장스러워하던 강현주(최송현 분) 세 캐릭터는 어딘지 내 주변, 혹은 날 떠올리게 하는 면모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캐리와 그의 친구들이 뉴욕의 30대들을 대변했다면 인영과 서연, 현주는 이 땅을 살아가는 우리를 말하고 있었던 것이죠.
여기에 정현정 작가가 쓴 현실적인 에피소드와 심금을 울리는 대사 한 마디 한 마디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논란이 되기도 했던 인영과 성수(김정훈 분), 성현(최진혁 분)의 베드신 수위는 지상파에서는 다루기 힘들었던 부분이지만, 일정 부분 현실을 반영한 것이기도 했죠.
타 드라마들이 비슷한 캐릭터 설정을 가져가면서도 영화도 아닌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지나치게 과장된 사건을 등장시켜 인물의 현실성을 떨어뜨린 반면, '로맨스가 필요해'에서는 매 회 등장한 에피소드들이 '있을 법한' 일들의 연속이었습니다. 또 때로는 비현실적일 수 있는 에피소드마저도 인물의 감정선을 차곡히 쌓아가면서 현실처럼 만들어버리는데 성공했습니다.
예컨대 이 드라마에서도 그 흔해 빠진 재벌3세가 등장했지만 만화처럼 허무맹랑하게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정 작가는 이와 관련, 마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그가 왕자이거나 아니거나 정말로 중요한 것은 그 역시도 그가 짊어지고 갈 삶의 무게와 현실이 있다는 것이다. 결말에 이르면 그가 왜 인영의 인생에 나타났는지 왜 우리 드라마에서 그의 존재가 필요했는지 알게 될 것이라 믿는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 말 그대로, 성현의 현실적 고뇌가 마지막 회에 등장했습니다.
급기야 이 작품은 바람 핀 남자친구와 다시 재결합하는 것으로 마무리 됐습니다. 자칫 시청자들의 원성을 들을 수 있을 위험한(?) 결말이었지만 꽤 오래 공들인 인물들의 심리묘사에 그들의 사랑도 로맨스임을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로맨스가 필요해'도 시즌2가 탄생하게 될지 모릅니다. 드라마의 한 관계자는 "현재 외주제작사와 tvN 간 긍정적인 논의가 진행 중이다"라고 밝혔습니다. 물론 진정한 시즌2가 되기위해서는 작가와 PD, 그리고 배우들이 모두 같은 생각이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조율하는데는 몇달의 시간이 필요할 듯 보입니다.
미국의 '섹스앤더시티'처럼 한국에서는 '로맨스가 필요해'의 인영, 서연, 현주가 시즌에 걸쳐 우리의 사랑, 우정 등 행복의 조건을 이야기할 수 있을지 사뭇 기대가 됩니다.
[사진=tvN 제공]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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