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야구장에 천연잔디를 허하라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입구를 지나 야구장 안으로 들어왔을 때 확 트인 그라운드를 바라보는 것은 이를 경험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기분 좋은 느낌이다.
그렇다면 '야구장'이란 단어와 관련해 떠오르는 색깔은 무엇일까. 개인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많은 팬들은 초록색 혹은 연두색이 생각날 것이다. 그리고 초록색 혹은 연두색이 떠오르는 이유는 그라운드를 구성하고 있는 잔디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우리나라 야구장에 '진짜' 잔디는 매우 적다. '진짜' 잔디를 볼 수 있는 야구장은 서울 잠실구장, 부산 사직구장, 인천 문학구장 뿐이다.
'기막힌 외출 리턴즈'의 개식스가 야구장에서 '진짜가 나타났다!'를 외칠 수 있는 야구장이 단 3곳 뿐이라는 뜻이다.
물론 인조잔디 야구장 역시 '진짜'에 가깝게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천연잔디에 '가까운' 비싼 인조잔디를 깔며 시멘트 바닥에 가까워졌을 때는 인조잔디를 새롭게 깔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노력도 천연잔디에 비할바는 아니다.
이쯤에서 프로야구 최고참인 KIA 이종범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보자. 이종범은 올시즌 SK전에 유독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시즌 SK를 상대로 타율 .393 3홈런 7타점 4득점을 기록 중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문학 SK전'에서 전성기가 부럽지 않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올시즌 문학구장 성적은 16타수 7안타 타율 .438 3홈런 4타점이다. 볼넷도 3개 얻어냈다.
이종범이 분석하는 문학구장 맹활약 요인은 무엇일까. 그는 "아무래도 문학구장이 천연잔디 구장이다보니 피로도가 적다. 여기에 팬분들도 많이 오시면서 집중력도 높아진다. 환경적인 요인이 크다"라고 밝혔다.
그의 말대로다. 올시즌 이종범은 천연잔디 구장과 인조잔디 구장에서의 성적이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이종범은 문학구장에서만 강한 것이 아니다.
잠실 LG전에서 17타수 6안타 타율 .353, 잠실 두산전에서도 20타수 7안타 타율 .350을 기록 중이다. 사직 롯데전은 표본이 적기는 하지만 9타석에 나서 2안타를 때리고 볼넷 한 개도 골라냈다.
올시즌 천연잔디 성적은 타율 .361 3홈런 9타점 11득점으로 인조잔디 구장 성적 타율 .236 9타점 11득점을 월등히 앞선다. 타점과 득점수는 공교롭게 같지만 경기수를 볼 때 인조잔디 구장에서는 51경기를 치러 천연잔디 구장의 23경기의 두 배를 넘었다.
홈구장에서 치른 SK, 롯데, LG, 두산전 합산 성적 역시 타율 .300로 나쁘지는 않지만 천연잔디 구장의 그것과는 차이가 난다.
"천연잔디 구장이기 때문에 피로도가 적다"는 이종범의 말은 비단 그만이 느끼는 생각은 아닐 것이다. 이종범의 소속팀 홈구장인 광주구장은 매년 적지 않은 수의 부상 선수가 나오고 있다.
이종범같은 베테랑 뿐만이 아닌 젊은 선수들이 건강하게 뛰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천연잔디 구장'이 필수요소다.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닌 단지 '뛰었기 때문에' 무릎이나 발목에 충격이 가 부상을 당하는 것만큼 억울한 것은 없을 것이다.
'진짜' 잔디가 모든 구장에 깔려 선수들이 부상 걱정없이 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을 때는 언제일까.
[사진=KIA 이종범(첫 번째 사진), 야구장 중앙에서 바라 본 인천 문학구장(두 번째 사진)]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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