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성 음원 남발…‘가요 톱10’이 그립다 [MD에세이]

드라마 OST의 거대화, 이벤트성 음원 남발, 각종 TV오디션 음원까지…신뢰감 주는 음원 차트가 필요하다 [양민규 라이온미디어 이사]

올해 초부터 각종 음원차트 상위권에 있는 곡들을 살펴보면 드라마 OST 수록곡들, 배우들의 이벤트성 음원, ‘나는 가수다’ ‘무한도전 가요제’ 등 각종 예능에서 선보인 곡들이 도배되다시피 했다.

이같은 현상은 아이돌 위주 노래들에 지친 대중들의 과거 향수와 다양화된 장르의 노래들을 들을 수 있다는데서 기인한다. 이로 인해 기존 10, 20대에 머물던 소비의 주체를 30대 이상의 중장년층까지 끌어올려 가요 시장 확대에 기여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이같은 음원 독점 현상이 정작 컴백하거나 갓 데뷔하는 신인 가수들의 앞길을 어둡게 한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시각 또한 존재한다.

몇 년 전부터 형성된 아이돌의 성장으로 아이돌 음반, 각종 TV오디션 프로그램과 이벤트성 음반이 아니면 기존 가수들은 온라인 음원 차트에서 이름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음반 제작자들은 음반을 제작하는 것 자체를 꺼려하거나 제작하더라도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히트된 장르의 노래를 따라하거나 답습할 수 밖에 없게 되는 상황까지 놓인다. 결과적으로 음악의 다양성을 저해하고, 정작 음악을 사랑하는 대중들에게 악영향이 미치게 된다.

과거 30, 4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 기억하는 ‘가요 톱10’이라는 프로그램은 5주 연속 우승을 하면 그 노래는 자연스럽게 ‘국민가요’가 됐고, 한 주만 우승을 해도 누구도 의심할 수 없는 히트곡이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기술적으로 많은 발전을 이뤘고, 오프라인(CD와 테이프)에서 온라인으로 시장이 이동했지만 오히려 ‘가요 톱10’과 같은 공정성을 담보한 차트는 등장하지 않았다.

멜론, 도시락, 벅스, 엠넷, 소리바다, 싸이월드 등 각각의 차트에서 순위를 매기고 있지만 서로 순위가 다르다보니 대중들은 어느 사이트가 공정한 것인지 헛갈려 하고 있다. 물론 각기 다른 소비 주체와 패턴 때문에 그렇다고 하지만 어느 차트에서는 10위권 안에 머물러 있는 곡이 다른 차트에서는 순위권에 있지도 않은 이런 현실 속에서 대중들은 차트 신뢰에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에는 ‘빌보드 차트’, 일본엔 ‘오리콘 차트’와 같은 공신력 있는 차트가 존재한다. 미국의 경우에는 각각의 곡들에 넘버가 부여되고, 데이터화 돼 정확히 처리되고 있다. 지난 2005년 온라인시장이 확산되기 시작하면서부터 지금까지 국내 가요 시장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초창기에 비해 많은 점이 나아졌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공정한 통합 차트를 탄생시키는 일 보단 저작권 침해 부분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그나마 한국 음악콘텐츠산업협회가 만든 ‘가온차트’가 공정한 통합차트에 근접하기는 했으나 아직까지 사람들의 인식과 인지도가 낮고, 온오프라인 유통사에서 자료를 받아서 순위를 매기는 방식이라 시시각각 변하는 차트를 실시간으로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보다 정확하고 공정한 음원차트가 탄생되길 기대해본다.

양민규 이사는 가수 란, 장나라 등 많은 가수들의 음반을 기획부터 제작까지 전체적인 밑그림을 그리며 도왔다. 얼마 전까지 그는 음반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전체적인 분야를 아우르며 음반 컨설턴트로 활동했다. 현재 그는 가수 화요비의 매니지먼트를 총괄하고 있다.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과 '나는 가수다'(위)-'가요톱 10' 진행자인 손범수 아나운서. 사진 = MBC, KBS, 엠넷 제공]

남안우 기자 na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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