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팀은 한 차례 그를 버렸다. 하지만 결국 그 팀의 전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삼성 외야수 최형우가 3년 연속 20홈런을 달성했다. 최형우는 12일 열린 KIA와의 경기에서 윤석민을 상대로 시즌 20호 홈런을 쏘아 올렸다. 7월 12일 넥센전 이후 정확히 한 달만에 때려낸 홈런포였다. 그는 여세를 몰아 윤석민에게 데뷔 첫 연타석 홈런이라는 아픔을 안기며 21호 홈런까지 기록했다. 덕분에 이 부문 1위 이대호(롯데·22홈런)와의 격차도 1개로 좁혔다.
▲ 삼성에서 방출 당한 최형우, 또 다시 삼성을 택하다
최형우는 같은 팀에 입단을 두 번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2002년 삼성에 포수로 입단한 이후 이렇다할 활약을 보이지 못한 그는 경찰청에서 군 복무를 수행했다.
경찰청 시절 그의 원소속팀은 없었다. 삼성이 그를 방출했기 때문. 최형우는 이후 경찰청에서 맹타를 휘두르며 2군을 휩쓸었고 여러 구단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그의 선택은? 또 다시 삼성이었다. 팀은 그를 버렸지만 그는 다시 삼성을 택했다.
첫 번째 삼성 유니폼을 입었을 때만 하더라도 그는 공격은 좋지만 수비에서 약점을 드러내는 2군 포수였다. 2008년 두 번째 유니폼을 입었을 때는 달랐다. 외야수로 변신한 그는 자신의 장점인 공격력을 살려 1군 무대에서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덕분에 2008시즌 종료 후 그는 MVP 트로피(당시 20살 김광현)와 신인왕 트로피(당시 25살 최형우)를 바꿔든듯한 모습을 남기며 중고 신인왕에 올랐다.
그의 2008시즌은 충분히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다음 시즌 성공을 장담할 수 없었다. 2008년이 사실상 풀타임 첫 시즌이었기에 2009시즌들어 2년차 징크스를 겪을 가능성도 적지 않았다. '반짝'했던 선수는 많지만 이를 이어가는 선수는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최형우는 많은 이들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2009시즌 그는 타율과 홈런(23개), 타점(83점) 모두 2008시즌을 넘어섰다. 2008시즌 한 개 차이로 이루지 못한 20홈런 고지도 넘어섰다. 2010시즌 역시 마찬가지였다. 타율은 소폭 하락했지만 팀에서 그가 맡은 역할인 홈런(24개)과 타점수(97점)는 한 단계 더 발전했다.
그리고 2011년. 그는 모든 분야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모습을 보이며 맹활약하고 있다. 그 사이 프로 통산 22번째 3년 연속 20홈런의 주인공이 됐다.
▲ 이만수-양준혁-이승엽-마해영에 이어 팀 역사상 4번째 3년 연속 20홈런
'22번째'라는 숫자에서 보듯 3년 연속 20홈런은 누구나 이룰 수 있는 고지가 아니다. 이는 프로팀 중 가장 많은 홈런을 때려낸 삼성 역시 마찬가지다. 삼성 소속으로 3년 연속 20홈런을 때린 선수는 단 4명 뿐이다.
4명 중 3명은 '삼성 라이온즈'하면 떠오르는 인물들이다. 이만수, 양준혁, 이승엽이 그들이다. 다른 1명인 마해영 역시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슬러거 중 한 명이었다.
이만수는 1983년 27개를 시작으로 1984시즌 23개, 1985시즌 22개까지 3년 연속 20홈런을 때렸다. 프로야구 초창기에는 투고타저였던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엄청난 기록이다.
다음 주인공은 양준혁이다. 양준혁은 1995년 20개를 때린 이후 1996년 28개, 1997년 30개, 1998년 27개까지 4년 연속 20홈런 이상을 기록했다.
이승엽의 기록은 스케일이 다르다. 1997년 32개로 홈런왕에 오른 이승엽은 이후에도 홈런포를 거침없이 쏘아 올렸다. 1998년 38개, 1999년 54개, 2000년 36개, 2001년 39개, 2002년 47개, 2003년 56개까지 7년 연속 20홈런 이상을 기록했다. 30홈런으로 기준을 올리더라도 7년 연속 기록은 변함이 없다. 롯데에서 삼성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마해영은 2001년부터 2003년까지 3년 연속 20홈런을 기록했다.
이렇듯 3년 연속 20홈런 속에는 삼성 슬러거의 역사가 들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만수, 양준혁, 이승엽, 마해영 이후 삼성 선수로 3년 연속 20홈런을 기록한 선수가 바로 최형우다.
'방출선수' 최형우가 올시즌 최고 투수 윤석민을 상대로 홈런포를 터뜨린 순간, 그는 삼성의 전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그리고 최형우의 반전 드라마는 '현재 진행형'이다.
[사진=삼성 최형우(첫 번째 사진), 2008년 신인왕 수상 당시 MVP 김광현과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두 번째 사진)]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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