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문학 고동현 기자] 모든 것이 이날 SK 분위기를 대변하고 있었다.
경기 전부터 인천 문학구장 주변은 안개가 자욱했다. 뭔가 으스스한 분위기가 경기 전부터 풍겼다. 경기 중간에는 빗방울까지 떨어지기 시작했다.
복선이었을까. 17일 문학구장. 경기 시작 한 시간여를 앞둔 오후 5시 15분. 홈팀 감독실은 침묵에 잠겼다. 취재진이 감독실로 들어서자마자 김성근 감독이 "올해까지만 하고 그만둔다. 떠난다"고 운을 뗐기 때문이다. 이후 김 감독은 취재진의 질문에 담담하게 답변을 이어갔다.
인터뷰 도중 감독실에 들어온 안경현 SBS-ESPN 해설위원도 이 소식을 접하고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인터뷰 말미에 김 감독은 농담을 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감독실 공기는 무거웠다.
경기가 시작됐지만 1루측 덕아웃에 있는 감독 의자에는 아무도 없었다. 잠시 후 김성근 감독이 자리에 앉았지만 그 잠시간의 빈 자리에서 어수선한 SK의 분위기가 그대로 감지됐다.
경기 역시 다르지 않았다. SK는 경기 시작 초반부터 선두 삼성에게 일방적으로 끌려갔다. 시즌 중반까지 에이스 역할을 했던 게리 글로버가 선발로 나섰지만 박석민에게 3점포, 최형우에게 만루포 등 난타를 당했다. 경기 중에는 포수가 투수의 투구를 받은 뒤 공을 되돌려주는 투수의 키를 넘기기도 했다. 결국 이날 SK는 무기력한 모습 끝에 삼성에게 0-9로 대패했다.
관중석에서는 "김성근, 김성근" 혹은 "감독님"을 연호하는 팬들의 목소리도 들렸다. 경기 시작 전 발표된 사퇴 소식을 접한 팬들이 김성근 감독의 이름을 외친 것이다. 8회초 삼성 공격에서는 관중 한 명이 난입해 덕아웃 방향을 향해 큰 절을 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날씨부터 경기장 모습, 경기 내용까지. 17일 인천 문학구장은 이날 SK의 분위기를 그대로 투영하고 있었다.
[사진=SK 선수단]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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