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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여성가족부는 최근 비스트의 '비가 오는 날엔'을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판정했습니다.‘비가 오는 날엔’ 가사 중 “취했나봐 그만 마셔야될 것 같아”란 부분이 술을 연상하게 해 청소년들에게 음주를 권고한다는 이유로 청소년 유해매체물 판정을 내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10cm의 ‘아메리카노’가 가사 중 “이쁜 여자와 담배피고 차 마실 때”와 “다른 여자와 입 맞추고 담배 필 때”의 문구가 담배를 '이쁜 여자'와 핀다고 미화했고, '다른 여자'와 핀다며 건전한 교제를 왜곡했다는 등의 이유로 청소년 유해매체물 판정을 내렸습니다.
여성가족부 산하의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최근 음반 심의와 관련해 술, 담배 등의 가사가 들어간 노래들을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잇따라 지정해 기준이 아닌 기분에 따른 지나친 심의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것을 보니 시계가 1975년 권위주의 정부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거짓말이야/거짓말이야/거짓말이야’라는 김추자의 ‘거짓말이야’는 “불신풍조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금지곡으로 지정되고 문주란의 ‘0시의 이별’은 통금이 있는데 왜 0시에 이별을 하냐며 금지곡 판정을 받는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아무렇지 않게 대중음악계에 일어났습니다. 최근 MBC ‘나는 가수다’에서 자우림의 김윤아가 열창해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던 송창식의 ‘고래사냥’과 의미있는 노랫말로 유명한 양희은의 ‘작은 연못’은 가사가 불온하다는 이유로 금지곡으로 지정됐습니다.
박정희 정부가 1975년 긴급조치 9호를 선포한 가운데 문화공보부가 ‘공연활동 정화대책’을 발표하면서 국민의 사랑을 받은 대중음악들이 무더기로 금지곡 판정을 받았습니다.
문화공보부가 수많은 노래들을 금지곡으로 판정한 이유는 국가안보와 국민총화에 악영향을 주거나 외래풍조를 무분별하게 도입 또는 모방한 것, 패배·자학·비관적인 내용, 선정·퇴폐적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금지곡들의 면면을 보면 명확한 금지곡 기준도 없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그리고 자의적인 판단으로 금지곡 판정이 내려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정부에 비판적인 가수나 음악에 족쇄를 채우는 것으로 금지곡 판정을 남발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한국 대중음악계의 암흑기가 바로 이 당시로 꼽는 이유는 바로 창작자의 표현의 자유가 제도나 법을 통해 억압당했기 때문입니다.
36년의 세월이 흘러 2011년이 됐습니다. 한국 대중음악이 전 세계 한류를 일으키는 기폭제 역할을 하는 등 우리의 대중음악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최근 여성가족부의 마구잡이식 대중음악 심의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명확한 기준에 근거하거나 전체적 맥락을 보지 않고 술이나 담배라는 단어가 들어갔다고 비속어 표현이 있다고 유해매체 판정을 내리는 사례가 양산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많은 사람들 눈에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 심의라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그래서 유해매체 심의를 하는 목적의 대상이 되는 청소년 마저 냉소와 비아냥을 보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논란을 일으켜 주목을 받기위해 선정성과 폭력성을 상업화하는 대중음악도 분명 있습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 엄격한 심의의 잣대를 갖다되야겠지요. 하지만 여성가족부가 최근 내린 유해매체 판정은 분명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대중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독소적 역할마저 하게될 우려가 있습니다.
여성가족부는 심의에 앞서 제발 대중음악에 대한 공부를 하고 심의를 하기 바랍니다. 아울러 변화된 청소년 인식에 대해서도 공부하기 바랍니다. 그렇게 하면 지금과 같은 심의결과는 나오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은 저만의 생각일까요?
[여성가족부로 최근 부른 노래가 유해매체 판정을 받은 10cm(위)와 비스트. 사진=마이데일리 사진DB]
배국남 대중문화전문 기자 knba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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