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하진 기자] 8월 26일, 목동 넥센전. 팀이 0-1로 뒤진 7회초 2사 1,3루의 득점 찬스. 대타로 롯데 손용석이 타석에 들어섰다. 양종민은 이런 그를 유독 긴장하며 지켜봤다. 상대 투수 윤지웅이 초구를 던졌다. 손용석은 이를 놓치지 않고 배트를 휘둘렀고 타구는 좌중간을 갈랐다. 주자를 모두 불러들이는 2타점 2루타. 이 2루타로 롯데는 2-1의 승리를 거뒀다.
3년 선배의 활약을 지켜본 양종민은 손용석이 들어오자마자 덕아웃 뒤에서 부둥켜 안았다. 건장한(?) 남성 두 명이 부둥켜 안으며 기뻐하는 모습은 구단 프런트의 눈길을 끌 정도였다.
다음날 양종민은 "울 뻔 했어요. 형 앞에서 무릎 꿇었어요. 용석이 형이 칠 줄 알았어요. 눈물 날 것 같았어요"라며 아직도 전날의 환희가 가시지 않는 듯 횡설수설 말을 늘어놓았다. 오히려 결승타의 주인공인 손용석이 심드렁한 표정이었다.
6월 3일 1군에 이름을 올린 양종민은 이후 1군에서 이름을 계속 올리고 있다. 사실 양종민은 캠프 때 이대호의 애정섞인 꾸지람을 받았다. 당시 상황에 대해 양종민은 "연습할 때 100% 실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들었다. 연습 때 하지 않으면 시합에서도 그만큼 나오지 않는다고 하셨다"며 "조언을 받고 그 뒤로는 100% 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랬던 양종민은 지난 10일 주전 유격수 문규현의 자리를 대신해 경기에 선발 출장하게 됐다. 꿈에 그리던 선발 출장이었다. 경기전 덕아웃에서도 한시도 긴장감을 놓지 않았던 양종민은 연신 배트를 휘두르는 시늉을 해보였다. 어찌나 집중했는지 사람이 곁에 다가가도 모를 정도였다.
선발 출장의 소감에 대해 묻자 양종민은 "그전 시합에서 대타로 나갔을 때 감을 살려서 타격감은 찾은 것 같다. 긴장감 보다는 잘해야한다는 생각 뿐이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문규현을 대신해 나온 두 경기에서 무안타에 그쳤다.
1군에 있는 동안 양종민은 곱상한 외모로 자연스레 롯데 소녀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롯데 양승호 감독도 "우리 팀에서는 (양)종민이가 잘생기지 않았냐"라며 칭찬하기도 했다. 하지만 본인은 외모에 대해 취재진들이 이야기를 하면 손사레치며 "야구를 잘해야하는데…"라며 씁쓸한 표정을 내비치곤 했다.
양 감독은 종종 양종민 같은 백업 선수들이 출장 기회가 없어서 실력이 늘지 않는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는 냉정한 법이다. 특히 쟁쟁한 롯데 주전들 사이에서 자리잡기란 쉽지 않다. 때문에 한번 찾아온 기회가 천금과도 같았다.
이런 이유로 양종민은 자신이 친 것이 아닌데도 '동병상련'인 손용석의 결승타에 본인이 더 기뻐했던 것이다. 지난 6월 17일 1군에 합류한 이후 함께 의지했던 손용석이 결승타를 치자 본인이 친 것이 아닌데도 '눈물이 날 만큼' 감동했다.
형을 따라 양종민도 30일 삼성전에서 2루타를 쳐냈다. 30일 삼성전에서 팀이 빈타에 허덕이며 0-13으로 끌려가던 8회 무사 2루에서 좌전 적시 2루타를 뽑아냈다. 양종민의 안타로 롯데는 9회에도 추격의 점수를 쌓으며 영봉패를 면하게 됐다. 하지만 패색이 짙은 경기에서 터진 것이라 아쉬움을 남겼다.
양종민은 "강팀은 백업도 강하다. 그런 것을 보여주고 싶다"라는 말을 전한 바 있다. 이같은 말은 양종민 외에도 백업 선수들이 공감할 것이다. 비록 많은 기회가 찾아오지는 않지만 자신에게 온 기회를 기다리고 있는 백업 선수들의 활약에 기대가 모아지는 이유다.
[롯데 양종민. 사진 = 롯데 자이언츠 제공]
김하진 기자 hajin0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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