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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혹시나 했다가 역시나라는 느낌이다. 바로 한예슬사태다. 주연인 한예슬이 하루의 촬영거부로 드라마 불방사고까지 초래돼 방송연예계의 거센 논란을 일으키며 열악한 드라마 제작환경과 스타권력화, 스태프와 배우간의 갈등, 제작사의 무리한 PPL 문제 등 우리 드라마문제점을 공론화시켰던 한예슬 사태는 또 한번 1회용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예슬 사태 이후에 열악한 드라마 제작환경에 대한 공허한 성토나 1회성 의견표출은 많았지만 한예슬 사태가 공론화시켰던 드라마 제작을 둘러싼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기위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한예슬이 주연으로 나서고 있는 KBS월화드라마‘스파이 명월’은 종방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저의 상황이 얼마나 어렵고 열악한지 모든 국민들이 알아주셨으면 했다. 저같은 이런 희생자가 다시는 생기면 안 된다고 저는 굳게 믿는다. 다른 관계자들과 많은 분들께 피해를 주고 어려움을 준 것에 대해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서는 절대로 개선되지 않을 이런 상황 때문에 저는 제가 옳은 일을 했다고 믿고 싶다.”
8월 14,15일 촬영 거부로 드라마를 불방 시키는 초유의 사건을 일으킨 ‘스파이 명월’의 여자 주연 한예슬이 8월 17일 오후 인천 국제공항에서 수많은 취재진 앞에서 한 말이다.
그로부터 12일이 지난 8월29일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 입구점에서 열린 영화 ’투혼‘제작보고회에 30분 늦게 참석한 김선아는 이렇게 말했다. “늦어서 죄송하다. 드라마(SBS‘여인의 향기’ 촬영 중에 있어 6일 밤을 새다보니 어제 잠시 실신을 했다. 오늘은 얼굴이 제작발표회형 얼굴이 아니라 드라마 연결형 얼굴이라 부어있는 점 이해해주시고 제작발표회 하는 동안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양해를 구했다.
한예슬 사태가 한바탕 논란과 화제를 일으킨 일회용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은 단면을 보여준 것이다.
한예슬 사태가 나자마자 방송사는 KBS는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한예슬에 대한 불성실한 촬영형태 등을 집중적으로 비판하며 드라마 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KBS를 비롯한 방송사들은 열악한 드라마 제작환경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움직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방송사들은 한예슬 사태를 강건너 불 보듯 하며 열악한 드라마 제작환경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는 미니시리즈 1회 방송시간이 70분이라는 비정상적인 편성시간에서부터 조기에 드라마 제작에 돌입할 수 있는 편성여부 결정 시스템 구축 등에 대한 제도적 개선까지 그 어느것 하나 개선하려는 구체적인 노력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방송연기자협회는 한예슬 사태직후인 8월 18일 “촉박한 방송일정에 밀려 하루도 쉬지 못하고 일주일 내내 촬영을 한다고 해도 이의를 제기하지 말라는 암묵적인 강요가 횡행하다.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연습하고 연구하지 못함으로써 드라마의 질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열악한 드라마 제작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성명서 하나를 발표했을뿐이다. 성명서외에 드라마 제작환경을 위한 추가적 조치는 취해지지 않고 있다.
드라마 제작환경에 대한 개선 움직임은 말할 것도 한예슬이 단적으로 보여줬던 스타 권력화의 문제나 병폐, 스태프의 열악한 대우개선 등의 문제도 또 다시 관심권 밖으로 밀려났다.
정부역시 마찬가지다. 한류드라마의 성과물에 대한 선전과 홍보는 열을 올리면서 정작 드라마의 질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드라마 제작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이나 제도마련의 구체적 실천은 뒤따르지 않고 있다.
한예슬 사태로 드라마 제작 문제와 스타 권력화에 관련된 병폐가 전면적으로 노출됐다. 하지만 이처럼 이내 무관심속에 묻혔다. 한예슬 사태가 어떠한 개선의 성과 없이 1회용 해프닝으로 끝나면 제2의 한예슬 사태는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다. 그때도 또 소란스러운 1회용 논란과 성토, 비판으로 일관할 것인가.
[열악한 드라마 제작환경 문제와 스타 권력화 병폐를 노출시킨 한예슬의 드라마 촬영거부사태. 사진=마이데일리 사진DB]
배국남 대중문화전문 기자 knba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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