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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경민 기자] “요즘 현대가 곤충에 심취해 있는 것 같다. 화성에서 막 날아온 것 같은 곤충룩으로 변화하고 있다”-‘탑기코’ MC 김진표
"현대가 디자인적으로 노력하는 것은 잘 보여진다. 하지만 벌레 같아 보인다”-탑기코 MC 연정훈
이런걸 원했다. 이제 3회를 맞은 케이블 채널 XTM 자동차 버라이어티 ‘탑기어 코리아’(이하 탑기코)가 국산 양산 자동차 메이커에도 거침 없는 독설을 날렸다.
‘탑기코’는 BBC의 ‘탑기어’(Top Gear)의 포맷을 사온 프로그램이다. 방송된지 30년이 넘는 원작 ‘탑기어’는 영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자동차 매니아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프로그램이다.
전문가 수준의 드라이빙 실력과 공학도 출신의 MC를 포진한 제작진의 해박한 지식과 원년 멤버로 수 많은 자동차를 직접 접하고 평소에도 람보르기니, 포르쉐 등의 명차를 소유할 정도로 차 자체를 사랑하는 진행자들은 자동차 자체에 냉정한 평가와 잣대를 제시했다.
미국산 머슬카 포드 머스탱 신형을 놓고 “시대에 뒤쳐진 차”라고 평가하고, 이탈리아의 명차 페라리의 최신형을 트랙에 불러 놓고도 “인간미가 없는 차”라면서 70년대 구형 페라리를 더 높이 사는 MC의 촌철살인 평가는 ‘탑기어’의 백미다.
하지만 1,2회를 거친 ‘탑기코’는 ‘탑기어’의 그것과는 맥락을 달리했다. 국내에서 보기 힘든 수억대 차를 불러 놓고도 평가는 ‘와우’, ‘좋은 찹니다’하는 MC들의 감탄사와 차의 스펙을 읽는 정도에 그쳤다.
또, ‘탑기어’에서 가장 중요한 일상 생활에 와 닿는 자동차에 대한 냉정한 평가는 ‘탑기코’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포르쉐와 아우디 등의 외국산 명차에만 포커스가 집중돼 있던 것.
한국의 경우 국산차 점유율이 2010년 기준 93%대에 달한다. ‘탑기코’는 1,2회에서 국내 대다수 시청자들이 주목하는 ‘국산차’의 평가는 아예 볼 수가 없었다. 그나마 국산 메이커 어울림 모터스의 ‘스피라’가 나오긴 했지만 대중이 살 수 있는 차는 아니다.
‘탑기코’와 달리 ‘탑기어’는 자국산 명차인 재규어에 대해서도 “아쉬운 차다. 영국 국민들이 중형차량을 살 때 독일차를 사는 이유가 있다”고 냉정하게 평가한다.
하지만 3회를 맞은 ‘탑기코’는 국산차에 대한 포문을 열기 시작했다.
MC 김진표의 경우 연예인이지만, 자동차에 대해서는 최고의 전문가로 평가를 받을 정도다. 김진표는 ‘탑기코’ 기자회견 당시 “국산차라도 봐주지 않는 냉정한 평가를 하겠다. 자신 있는 업체면 참가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광고와 방송은 땔래야 땔 수 없는 관계다. 실제로 한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이 국산차와 외제 수출 차량의 안전 장치를 비교평가하는 방송 직후 광고는 무려 6개가 줄줄이 붙은 경우도 있다.
하지만 3회의 쿨월을 시작으로 ‘탑기코’는 이후 국산차에 대해 평가를 내린다는 계획이다.
‘탑기코’의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CJ E&M 전략미디어마케팅팀의 최무송씨는 “4회에서 르노 삼성의 SM7 신형을 트랙에 불러서 직접적인 평가를 할 것”이라며 “메이커 측의 협조를 받아 출시 전에 촬영을 마친 상태다”고 전했다.
국내 양산차 4대 메이커 중 하나인 르노 삼성이 자사의 신차인 대형차 SM7을 그야말로 도마 위에 내 놓은 셈이다. SM7이 ‘탑기코’에 나와서 어떤 평가를 받을 지라도 프로그램 자체를 위해 차량을 선뜻 내놓은 것은 자신감에서 나온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실제로 ‘탑기코’에 등장했던 BMW 미니의 신형 컨트리맨은 방송 이후 SNS와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홍보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음을 감안할 때, 수입차 업체가 아닌 르노 삼성의 ‘탑기코’ 출연은 타 경쟁 업체에게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다.
올 하반기에도 국내 메이커들은 수 많은 차량을 출시할 계획이다. SM7을 시작으로 다양한 양산차들이 프로그램에 소개 되고, 제작진과 MC들이 냉정한 평가를 내릴 수 있다면 ‘탑기코’는 분명 국내 자동차 시장에 새 바람을 몰고 올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영상과 음향이 살아 있는 방송 프로그램은 자동차 평가에 있어서 지면과는 다른 냉정한 입장을 내 놓을 수 있다. 소리와 스피드감 모두를 볼 수 있는 방송은 자동차 평가에 있어서 최고의 매체다. 시청자들은 '탑기코'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바라고 있고, 그 대상이 보기도 힘든 외산차에 국한되길 원치 않을 것이다.
몇 억대 비싼차 놀음은 인터넷에 있는 정보로 충분하다. 시청자에게 사랑 받기 위해서는 피부에 와 닿고 공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속된 말로 국산차도 과감히 깔 수 있는 ‘탑기코’로 자리매김 할 수 있길 바란다.
[사진 = 마이데일리 DB, XTM제공]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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