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마이데일리] 공동기자회견이라는데 두 사람은 한번도 나란히 자리 하지는 않았다.
6일 오후 4시 당초 예정된대로 서울시장 출마설이 나돌던 안철수(49) 서울대 교수와 박원순(55)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오후 4시가 되자 안철수 교수는 미리 기자회견석에 앉았고, 박철순 상임이사는 아직 오지 않았다. 안 교수는 그사이 생수도 마셨고, 지긋이 미소도 짓고, 착잡한 표정도 지었으며, 누가 허허로운 농을 걸었는지 환히 웃기도 했다.
이때 회견장 한쪽 입구에서 웅성대는 소리가 들리더니 박원순 상임이사가 덮수룩한 수염을 하고 모습을 드러냈다. 백두대간 종주를 하는 중, 급히 왔다는 그가 곧 안 교수 옆에 양해를 구하고 앉을 줄 알았는데, 단상 옆 기자들틈에 서서 그대로 기다렸다.
미리 두사람이 계획한듯 안 교수는 "갑자기 모이게해서 죄송하다"며 "우선 말씀을 드리겠다"며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그는 미리 준비한 원고쪽지를 보며 "오늘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만나 그의 의지를 들었고, 그가 서울시장직을 잘 수행할 수 있는 분이라 생각했다"며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읽어나갔다.
그는 이어 "저에 대한 기대는 우리 사회 리더십에 대한 변화의 열망이 저를 통해 표현된 것이라고 본다"며 "제 삶을 믿어주신 여러분께 성실한 삶으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짧은 기자들의 질의응답까지 마친 후에야 박 이사가 단상에 올라섰다. 안교수가 먼저 목례를 했고, 두사람은 서로 끌어안았다. 직후 안 교수는 기자들에 둘러싸여 퇴장했고, 박 이사가 안 교수와의 합의과정을 설명했다. 이때 박 이사는 발표문이 짧았고 기자들의 질의응답도 안 받을 양으로 안 교수와는 달리 앉지 않고 서서 말했다.
결국 '공동 기자회견'이지만 같이 껴안은 모습을 기자들에게 보여준 것 뿐 나란히 앉아 발표하고 기자질문을 같이 받는 전통적인 공동기자회견은 아니었다. 왜 그랬을까.
혹 합의가 두 사람의 말대로 '아름다운 합의'만은 아니지 않았을까? 진통이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같은 자리에 앉기 어려운 안 교수의 겸손 내지 단일후보로 옹립한 박 이사에 대한 배려였을까. 또 아님, 두사람의 평소 성품대로 그냥 쑥스러워서였을까.
두 사람은 국가적 관심사인 만큼 누가 먼저 나가 앉고 얘기하고 나중에 들어오고 나중에 말하고의 동선은 미리 짰었을 것이다.
어쨌든 두사람의 이번 회견은 한번 껴안고, 각자 '아름다운 합의'를 했다고 말한 것 말고는 '공동'이 아닌, 같은 장소에서 시간차로 벌어진 '개별 기자회견'이었다.
[박원순(왼쪽), 안철수. 사진 = '마을이 학교다' 표지, 'MBC 스페셜' 제공]
서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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